패브릭을 이용한 공간 연출이 돋보이는 거실. 커튼은 바이올렛을 메인 컬러로 선택하고 톤 다운된 스웨이드 소재와 하늘거리는 쉬폰을 믹스매치해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었다. 같은 배색을 쿠션해도 적용해 소파를 구입하지 않고도 공간 리프레시에 성공했다. 화이트 장식장과 소파 테이블은 수프림가구, 커튼은 라 메종 드 조희선.
마포 스타일, 집들이 하던 날
자신보다 마포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김정민은 태어나서 지금껏 한 번도 마포를 벗어난 적이 없다. 성미산 중턱의 9평 남짓한 무허가 주택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에 커서 성공하면 산 아래에 있는 집을 살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의 바람대로 가수로 큰 성공을 거두고 마당이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다. 루미코와 결혼해 신접살림도 그 집에서 시작했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지금의 집에 들어오기까지 두 번 이사를 감행했지만 모두 ‘마포’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사실 연예계 관계자들이 대체로 강남에 밀집해 있고,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연예인이 ‘강남살이’를 고집한다. 강산이 네 번하고도 절반이 바뀌는 동안 마포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지켜본 김정민, 그리고 슬픔과 역경을 포함해 그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이곳을 그는 나중에도 결코 떠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에게 마포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동고동락한 ‘마포 패밀리’가 있기 때문.
리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희선, 요리연구가 이보은, 헤어 디자이너 호준 등이 그 멤버로 모두 일 때문에 맺은 연연이지만 지금은 일과 상관없이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지금은 각 분야에서 워낙 잘나가니까 일부러 만나려고 해도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잖아요. 그땐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고,(웃음) 우연하게 한 사람 한 사람 인연이 닿았어요. 저도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한국에 가족 말고는 아무도 없는 제 아내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라 더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김정민·루미코 부부가 마포 패밀리를 위한 집들이 겸 신년 파티를 준비했다.
리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희선 김정민·루미코 부부는 아이디얼하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조희선식 인테리어 스타일을 좋아한다. 이번 새집 인테리어 디자인도 별다른 요구 사항 없이 꾸밈 by 조희선 디자인팀에 전적으로 믿고 맡겼다.
뷰티풀 마이 라이프 with 마포 패밀리
“때론 넘어지고 위태로운 내 삶이 너무 안돼 보이고 / 초라하게 보여도 뷰티풀 마이 라이프 난 소중하니까 / 아직 세상을 난 배워가니까 뷰티풀 마이 라이프 / 나 사는 동안에 썩지 않고서 난 살아갈래” -7집 앨범 타이틀곡 ‘뷰티풀 마이 라이프(Beautiful my Life)’ 중에서
올해로 연예계 데뷔 20주년을 맞은 김정민에게 톱 가수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고, 시트콤과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든든한 ‘내 편’인 아내와 삶의 이유가 된 두 아들이 있어 가능했다. 그리고 하나 더, 살림 고민 담당 조희선, 요리 담당 이보은, 외모 담당 호준이 있었기에 재미있는 ‘마포살이’를 할 수 있었다고.
김정민과 조희선 이사의 첫 만남은 현재는 종방된 MBC <미라클>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당시 조희선 이사가 김정민의 오래된 주택을 변모시키는 미션을 수행했는데, 이후 인테리어 관련 자문을 구하며 가깝게 지내왔다고. 요리연구가 이보은과는 SNS를 통해 친분을 쌓았다. 알고 보니 김정민과 이보은은 업계에서 소문난 SNS 마니아라고. “보은쌤과는 트위터 친구예요. 와이프가 요리하는 거 좋아한다고 말하니까 같이 한번 놀러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진짜 놀러 갔죠.” 그때의 인연으로 루미코와 이보은은 한 월간지에 요리 칼럼을 함께 연재하기도 했다.
김정민과 가장 오래된 인연은 현재 홍익대 근처에서 ‘그날’이라는 뷰티살롱을 운영하고 있는 호준 원장. “호준이가 순수 홍대점을 오픈했을 때부터 알았으니까 햇수로 4년 정도 됐어요. 같이 하이킹도 다니고, 저희 가족 여행에 끼어줄 정도로 아끼는 동생이에요.” 쫓기지 않고 붐비지 않는 곳에서 삶을 이루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서로의 인연을 소개하는 표정에서도 여유가 넘친다.
헤어 디자이너, 호준 김정민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 오랫동안 김정민의 헤어스타일을 전담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의 스타일에 대해 잘 안다. 최근 홍익대 근처에 ‘그날’이라는 뷰티살롱을 오픈해 김정민·루미코 부부도 4년 만에 미용실을 옮기게 되었다고.
마포 패밀리가 뽑은, 신년 파티 최고의 메뉴
와인 숙성 통삼겹살구이와 묵은 김치
재료 통삼겹살(8×8×20cm) 600g, 묵은 김치 1포기, 쌈채소 적당량, 와인 숙성 소스(레드 와인 2컵, 간장·통후추 2큰술씩, 마늘가루·시판 스테이크가루·말린 바질 1큰술씩, 생로즈메리 3줄기)
만들기 1_통삼겹살은 찬물에 20분 정도 담가 핏물을 뺀 뒤 와인 숙성 소스에 푹 담가 1시간 정도 재운다. 2_묵은 김치는 물에 헹궈 양념을 씻어내고 물기를 꼭 짠 뒤 5×5cm 크기로 썬다. 3_①의 통삼겹살을 두꺼운 팬 위에 올려 센 불에서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4_구운 삼겹살을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30분 정도 속까지 깊게 익힌다. 5_완전하게 구운 삼겹살을 얄팍하게 슬라이스해 접시에 담고 묵은 김치와 쌈채소를 소박하게 곁들여 먹는다.
연근칩 올린 감채소겉절이
재료 연근·새발나물 200g씩, 식초 1큰술, 단감 2개, 치커리 50g, 어린잎채소 100g, 식용유(튀김용) 약간, 유자청소이드레싱(유자청·올리브오일 3큰술씩, 간장·생수·레몬즙·식초 1큰술씩, 소금 약간)
만들기 1_단감은 껍질을 벗겨 세로로 반을 갈라 얄팍하게 편으로 썬다. 2_새발나물과 어린잎채소는 씻어 물기를 빼고, 치커리는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뜯는다. 3_연근은 껍질을 벗기고 아주 얄팍하게 슬라이스해서 식초를 푼 물에 헹궈 건진다. 4_③의 연근을 전자레인지에 2분간 가열해 수분을 없애고 식용유에 바삭하게 튀긴다. 5_분량의 재료를 넣고 유자청소이드레싱을 만든다. 6_먹기 직전에 연근칩, 단감, 치커리, 새발나물, 어린잎채소를 그릇에 담고 ⑤의 드레싱을 끼얹어 바로 먹는다.
요리연구가, 이보은 일식과 양식에 비해 한식에 취약하던 루미코는 이보은과 함께 요리 칼럼을 연재하면서 한식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화학조미료를 많이 쓰는데 한국에선 몸에 안 좋다고 먹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선생님께 맛내는 방법을 여쭤봤더니 비법을 알려주셨어요. 지금은 화학조미료 절대 안 쓰죠.”
태양이와 도윤이 방을 각각 만들지 않고 침대방과 공부&놀이방으로 목적에 따라 2개로 나누었다. 대신 나중에 가구 배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갖고 있던 책장과 같은 브랜드의 침대를 구입했다. 커튼과 베딩은 같은 톤으로 맞추되 아이 방인 만큼 애니멀 프린트로 포인트를 주었고 리버서블 베딩을 선택해 재미를 주었다. 침대는 밴키즈, 커튼과 베딩은 라 메종 드 조희선.
터프가이, ‘아들바보’ 되다
촬영하던 날 첫째 태양이가 눈병이 났는지 동그랗고 예쁜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김정민이 아이를 부르더니 눈에 안약을 넣어주는데, 자연스러운 모습이 ‘프로 아빠’다. “아이들한테 얼마나 끔찍하게 하는지 몰라요. 아이가 콧물만 흘려도 감기라고 생각해 소아과를 찾아요. 오히려 제가 이 정도는 괜찮다고 말하죠.” 아빠를 닮은 첫째 태양(6세)이와 엄마를 닮은 둘째 도윤(5세)이는 연년생으로 언뜻 보면 쌍둥이 같다. 남자아이를 둘 키우다 보면 놀랄 일이 참 많은데, 엄마는 이제 조금 무뎌진 반면 아빠는 여전히 소중한 보석을 안은 듯 조심스럽기만 하다.
아이들이 침대에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흐뭇한지 허허 웃다가도 혹시 침대와 침대 사이에 아이 발이 끼이지 않을까, “태양아!” “도윤아!” 몇 번씩이나 부르며 발 조심을 하라고 일러두었다. 아빠가 되면서 가장 많이 바뀐 점은 지인들과의 술자리에 자주 빠지게 된다는 것. “친구들이 아빠가 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술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결혼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제가 아빠가 되어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알고 보니 김정민은 육아 뿐만 아니라 집안일도 잘 도와주는 ‘좋은’ 남편이다. “청소는 오빠 담당이에요. 아침에 애들 챙겨서 유치원 보내고 오면 어느새 청소가 다 돼 있어요. 아이들 목욕시키면 물기를 닦아주고 로션 발라주고 옷 입히고, 그렇게 자상할 수 없죠.” 최근 ‘내사랑 내곁에’라는 뮤지컬에 출연 중인 김정민은 공연과 연습으로 짬이 없는데도 스케줄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고.
새 아파트에 입주한 만큼 벽지는 바꾸지 않기로 했다. 대신 액자를 이용해 빈 벽의 지루함을 없앴다. 액자 레일을 이용하면 벽에 흉터 없이 깔끔하게 액자를 걸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한국 엄마, 루미코
루미코는 북적거리는 것보단 고요한 것을, 치열한 것보다는 여유가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과 마포는 참 잘 맞는다고 했다. 그녀의 교육관도 처음엔 ‘강남 스타일’보다는 ‘마포 스타일’에 가까웠다.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는 절대 한국식으로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하면 인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공부 공부 하면서 아이들 숨통을 조이는 그런 엄마는 절대 되지 말아야지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학부모 모임에 나가 다른 엄마들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불안해져요. 나중에 아이가 학교 가서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져 혹시 열등감이라도 느끼면 어쩔까 싶기도 하고.” 교육만 생각하면 안절부절못하는 엄마와 달리 아빠 김정민은 의외로 덤덤하다. “오빤 그냥 놀리라고 해요. 아직 애들인데 뭐 그렇게 걱정하느냐면서 아이들은 저절로 크게 되어 있다나 뭐라나. 사실 저도 일본에서 그렇게 자랐지만 한국에서 키울 생각이라면 조금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짐작하듯 요즘 이 부부의 최대 화두는 아이들 교육이다. 그래서 가장 많이 다투는 부분도 교육 문제다. 내후년이면 큰아들 태양이가 초등학생이 되기 때문에 루미코는 생각이 더욱 많다. “지금 태양이와 도윤이 모두 종일반에 보내고 있는데 태양이는 초등학교 입학 준비도 할 겸 내년부터는 유치원에는 한나절만 보내고 학원을 보낼까 고민 중이에요. 아직까지 오빠는 반대 입장인데 조금씩 흔들리는 눈치예요.” 인터뷰 중간중간 아이들 교육 이야기만 나오면 심각해지는 루미코, 영락없는 ‘한국 엄마’다.
이전 집에서 사용하던 모듈형 책장을 가져와 배치를 달리했다. 이전에는 책장을 벤치 형태로 나열했는데, 새 공부방에는 모듈을 적층형으로 쌓아올리니 전혀 다른 느낌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아이 방 가구는 모듈형으로 구입하면 각 공간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햇살을 등지고 음악 작업을 하고 싶다는 남편의 의견을 수렴해 책상은 대변형으로 배치하고, 패브릭을 프렌치 스타일로 연출해 모던하면서 클래식한 부부의 방이 완성되었다.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설치한 암막 커튼은 벌룬 스타일로 한 번 더 마감 처리해 지루하지 않다. 책상과 책장은 두닷, 침대와 협탁은 수프림가구, 커튼&베딩은 라 메종 드 조희선, 협탁 스탠드는 메가룩스.
모던 클래식 스타일 콘솔은 꼬모까사.
7년째 신혼, 이 부부가 사는 법
만난 지 두 달 만에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 모든 것을 초고속으로 해치운 진짜 ‘과속 스캔들’의 주인공 김정민·루미코 부부.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이전보다 사이가 더 좋아졌다는 답변이 나왔다. “처음에는 말도 안 통해서 솔직히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결혼했어요. 성격상 불만 같은 게 있으면 못 참고 말해야 하거든요.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그렇게 맞추자고 몇 번이나 말하고 싶었는데, 처음에 모든 게 다 조심스러웠어요.”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고도 했다. “이제는 서로에 대해 다 말해요. 뭔가 제 마음에 거슬리는 게 있으면 오빠한테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고, 오빠한테도 불만 있으면 말해달라고 해요. 알아야 고칠 수 있으니까요.” 결혼 후 언어의 장벽만큼 높았던 것이 문화적인 차이였다. 거절당해도 세 번까지는 권하는 게 한국 정서라면 일본에서는 싫다고 하면 두 번 이상 권유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간주한다.
처음에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을 때도 서로를 배려한다고 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또 루미코는 무미건조한 남편의 반응에도 불만이 많았다. “일식이나 양식은 자신 있는데 한식은 아직 많이 부족해요. 오빠가 제대로 평가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무조건 다 맛있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은 남편이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다 보인다고 했다. “7년 정도 사니까 오빠 얼굴만 봐도 이 사람이 속으로 울면서 겉으로만 웃고 있는지, 제가 해준 음식이 정말맛있어서 먹는지 다 알겠더라고요.” 루미코는 자기보다 열한 살이 많은 남편을, 그것도 대한민국 록의 전설 김정민을 강아지같이 귀엽고 예쁘다고 표현한다. ‘터프가이’도 순식간에 ‘귀요미’로 변하는, 역시 사랑의 힘은 특별하다.
1 주상복합 건물의 특성상 공간은 많지 않은데 거실이 크고 넓다. 넓은 거실을 커버하기 위해 AV장 2개를 이어 하나로 만들었다. 화이트 톤의 거실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AV장은 꼬모까사. 2 새집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전망이 끝내주기 때문이다. 20층에서 내려다보는 마포는 더욱 특별하다. 특히 욕실은 북한산과 남한산성 그리고 한강을 동시에 감상하며 목욕을 즐길 수 있는 곳. 3 현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공간으로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장식장이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모던한 감각의 인테리어와 거실의 패브릭 색감을 입구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바이올렛톤 반다에 겨울과 잘 어울리는 삼나무를 이용해 화병꽂이를 했다. 안정감이 느껴지도록 크기가 다른 블랙 화기를 사용한 것이 포인트. 화이트 장식장은 꼬모까사,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는 블루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