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주진모와 조촐한 전역 파티
군대가 스타들의 무덤이라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제대하는 현빈을 보며 든 생각이다. 그의 전역을 축하하기 위해 아시아 각국에서 2천여 명의 팬이 모여들었고, 그를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의 열띤 분위기도 입대 전과 마찬가지였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2월 6일, 그는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 사령부에서 전역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부대 앞에 장사진을 이룬 팬들과 취재진 앞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역대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연예인 전역식이었다. 대부분의 스타가 군에 입대하면 연예사병으로 복무하는 것과 달리, 일반 사병과 똑같은 훈련 과정을 거친 그이기에 그 모습은 더 당당하고 늠름해 보였다. 단연 연예인 군 복무의 ‘좋은 예’라 할 만하다.
예상치 못한 많은 인파에 현빈도 울컥했다. 단상에 올라서서 짧은 전역 소감을 밝히는 동안 결국 그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빨간 명찰에 선명하게 박힌 ‘김태평’이라는 이름은 더욱 반짝였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날씨도 춥고 도로 상황도 좋지 않은데 전역하는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시느라 노력한 팬들과 기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는 모자를 벗고 팬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19개월 전, 그때도 그는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 지금처럼 팬들에게 넙죽 큰절을 했다. “입대할 때는 앞으로 군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어느덧 시간이 지나 이렇게 다시 여러분 앞에 서게 됐네요.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습니다. 입대할 때 ‘더 단단해지고 든든해져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 같습니다.”
그가 한마디 할 때마다 팬들은 환호했다. 팬들의 열렬한 지지에 ‘귀신 잡는 해병’ 현빈도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군 생활이 그에게는 단순히 ‘연기를 잠깐 쉬는’ 시간이 아닌, 많은 것을 되돌아보고 그동안 자신이 받아온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는 시간이었을 터다.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고, 팬들에게도 당당하게 인사드릴 수 있게 돼서 기쁩니다. 입대 전에도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는데, 그 덕분에 군 생활도 행복하게 했습니다. 그동안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휴가를 나가면 가끔 후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는데, 그때 제가 얼마나 연기를 하고 싶은지 깨달았습니다. 기다려주신 데 대한 감사한 마음은 하고 싶던 연기를 하며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는 그동안 함께 생활한 대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저와 같이 생활했던 열 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나는, 함께 고생하고 힘들었던 대원들과 간부님들도 군 생활의 큰 버팀목이었습니다.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부모님이었어요. 오늘 이 자리에 오고 싶어 하셨는데 그냥 집에 계시라고 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빨리 집에 가서 인사드리고 싶네요.” 그의 긴 군 생활을 응원해준 사람으로 장동건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연예계 대표 ‘절친’으로 한때 같은 빌라 아래·위층에 살았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현빈이 신드롬을 일으킨 뒤, 장동건은 2012년 같은 작가의 작품인 <신사의 품격>으로 ‘장동건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은 재미있는 인연도 있다. 장동건이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을 결정했을 때 현빈이 많은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군 복무 중에 전화 통화를 가장 많이 한 사람도 장동건이라고. 어찌 됐든 현빈의 전역으로 당분간 군필 톱스타들의 활약을 눈여겨보는 팬들의 기대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현빈의 전역식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경기 화성시의 해병대 사령부 앞에 모인 2천여 명의 팬들. 현빈은 자신을 반기는 인파에 잠시 놀랐지만 이내 씩씩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필승!”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2월 6일, 부대 앞에 장사진을 이룬 팬들과 취재진 앞에 현빈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단상에 올라서서 짧은 전역 소감을 밝히는 동안 결국 그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제대 후 천정부지로 오른 몸값
전역식 이후 현빈은 두문불출하며 오랜만에 일상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낸 뒤 지난 12월 9일 저녁에는 강남 모처에서 친한 연예계 동료들이 모여 ‘전역 파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장동건, 주진모 등이 참석했고, 이들은 간단한 식사와 편안한 술자리를 가졌다. 이 때문에 조촐한 전역 파티조차 ‘별들의 잔치’가 되는 현빈의 ‘연예인 미남 친구’ 인맥도가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현빈의 향후 활동에 대해 조언과 격려를 나눴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후문이다.
현빈은 군 생활 중에도 크고 작은 군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을 받았고, 뜬금없는 열애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현빈은 군 입대와 동시에 연인이던 송혜교와 결별한 사실을 뒤늦게 고백했다. 워낙 핫한 톱스타 커플의 결별 소식도 화제였지만, 뒤이어 터진 중국 여배우 탕웨이와 현빈의 열애설도 ‘뜨거운 감자’였다. 영화 <만추>에서 호흡을 맞춘 현빈과 탕웨이. 잊을 만하면 터지는 두 사람의 열애설에 사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11월 말, 탕웨이와 영화 <만추>의 김태용 감독의 열애설이 불거지면서 현빈과의 열애설은 곧 잠잠해졌다. 이처럼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군대에 있을 때도 심심치 않게 뉴스를 장식하던 현빈이다.
그러고 보면 이만큼 핫한 연예계 스타도 드물다. 드라마 한 편의 성공으로 현빈은 거의 그해 내내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현빈앓이’ ‘현빈 신드롬’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제대 후에도 그 신드롬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주가를 알아본 광고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전역 바로 다음 날 ‘광고 계약 물밑 작업 중’이라는 기사가 쏟아졌으니, 가히 현빈의 인기를 실감할 만하다. 광고 시장은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다. 특히 현빈의 경우 ‘걸어 다니는 광고’라고 할 만큼 여전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1년 3월 군 복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1년치 광고를 모두 찍고 입대했을 정도로 광고주들의 충성도도 높다. 게다가 ‘군필’이라는 훈훈한 이미지가 프리미엄으로 붙었으니, 현빈의 몸값은 이미 업계 최고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게다가 입대 후에도 꾸준히 그가 출연한 광고가 방송돼 ‘체감 공백’은 그리 크지 않다.
입대 전 현빈을 광고 모델로 세워 톡톡히 재미를 본 광고주들은 그가 제대하기 수개월 전부터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는 얘기도 돈다. 비교적 후발주자들도 웃돈을 얹어 거액을 베팅하면서 현빈의 몸값 올리기에 동참하고 있다고. 우선 현빈이 모델로 활약하는 광고 중 재계약 건만 벌써 3~4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출연한 광고로는 아웃도어 브랜드 K2와 하이트 맥주, 삼성 스마트 TV 등이 있다. 여기에 그를 원하는 굵직굵직한 CF가 10여 개 더 있다고 하니 제대하자마자 돈방석에 앉는 셈이다.
현빈의 전 소속사인 AM엔터테인먼트가 최근 SM C&C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알려진 현빈의 출연료와 CF 계약금을 계산해보면, 2011년 6월을 기준으로 그의 몸값은 4억원선으로 책정돼 있다. 대부분 1년에 2편을 찍는 조건으로 8억원을 받았다. 게다가 ‘해병대 자원입대’로 반듯한 이미지가 더해져 이것이 고스란히 모델료에 반영될 경우 몸값은 ‘상상 불가’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미 계약을 마친 광고만 5개 이상이라고 하니, 그가 광고 수입으로 거둬들이는 돈은 1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괜한 말은 아닐 듯하다. 하지만 곧바로 TV에서 그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랜 군 생활 동안 유지해온 짧은 머리 때문에 당장은 광고 촬영이 힘들다는 후문이다.
섭외 요청만 20여 작품
그의 연기 활동을 기다리는 팬들도 물론 적지 않다. 게다가 눈물까지 흘리며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한 그이기에 차기작 선정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빈은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 이후 SBS <시크릿 가든>에 출연할 때까지 꽤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이렇다 보니 차기작 선정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을 터. 그가 제대하자마자 받은 시나리오와 대본만 20여 편에 가깝다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2013년 하반기에 드라마에 복귀할 거라는 예측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스크린보다는 <시크릿 가든> <그들이 사는 세상> <아일랜드> 등 배우 현빈이 빛을 발한 작품이 대부분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2013년 상반기 지상파 주요 드라마의 라인업과 캐스팅은 이미 끝난 상태. 따라서 현빈은 하반기 드라마를 목표로 두고 있다. 최대한 빨리 상반기 복귀를 노렸지만, 최근 결국 드라마 출연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사실 드라마 섭외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출연을 할지, 안 할지의 문제보다 복잡하게 얽힌 계약 요건이 많기 때문이다. ‘초상권 사용 및 해외 프로모션 참여’를 요구하는 제작사도 있다. 그럼 당연히 회당 출연료가 급증하고, 이를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그렇다면 현빈의 개런티는 얼마일까? 간단한 예를 들면, 배우 김래원은 군 제대 후 첫 복귀작인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 출연하면서 회당 5천만원을 받았다. 이를 감안하면 스타성이나 인기, 주목도 등을 고려해 현빈은 최소 7천만~8천만원선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초상권과 프로모션 참여 등 옵션까지 붙는다면 회당 1억원도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 방송가의 견해다.
그사이 현빈의 사진집 <아름다운 그 남자, 현빈의 해병일기>가 전자책(e-book)으로 출간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자책에는 훈련소 생활부터 백령도 활동과 대외 활동 모습 등 그동안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21개월간의 일상이 담겨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카메라에 포착됐다. 다름 아닌 지난 12월 19일 대선 당일, 강남구청에 마련된 투표소에 모습을 드러낸 것. 검은색 모자와 머플러로 얼굴을 꼭꼭 숨겼지만 빛나는 그의 외모는 숨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