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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감독 봉준호

할리우드로 간 ‘봉테일’의 솜씨

마치 시한폭탄 같다. 타이머의 숫자가 ‘제로’가 될 때까지 서서히 부풀어오르다 결국 엄청난 굉음과 충격파를 내뿜으며 폭발하는 위험물. 영화 <설국열차>를 보며 든 생각이다.

On September 26, 2013

주연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송강호 감독 봉준호 8월 1일 개봉.

마치 시한폭탄 같다. 타이머의 숫자가 ‘제로’가 될 때까지 서서히 부풀어오르다 결국 엄청난 굉음과 충격파를 내뿜으며 폭발하는 위험물. 영화 <설국열차>를 보며 든 생각이다. 한 영화의 개봉을 이처럼 수많은 영화팬이 기다린 적이 있었던가? 관객 수만 예측해보면 “영화가 개봉하면 무조건 보겠다”는 사람이 천지이니, 불발탄은 면할 것 같다. 게다가 크리스 에반스, 에드 해리스,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존 허트, 송강호, 고아성까지 압도적인 캐스팅 리스트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설국열차>는 동명의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033년, 지구의 유일한 생존구역으로 탈바꿈한 기차 안은 가장 앞쪽 칸과 꼬리 칸까지 완벽한 계급사회가 형성돼 있다. 영화는 꼬리 칸의 하층민이 열차의 엔진을 손에 넣기 위해 기차 칸을 하나씩 점령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괴물>을 찍기 전부터 <설국열차>의 시나리오를 구상한 봉준호 감독은 7년 만에 자신이 꿈꾸던 이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어냈다.
“홍대 앞에 만화를 사러 가는 책방이 있는데, <설국열차>를 발견하고 선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기차라는 공간은 제게 그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체코 프라하에 열차를 그대로 재현한 세트를 지어놓고 꼬박 3개월 동안 촬영했어요. 매일매일이 도대체 어떻게 지나갔는지 실감이 나질 않고, 돌이켜보면 마치 꿈을 꾼 것마냥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철저한 제작 시스템과 스케줄 관리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태프와 배우들도 봉준호 감독의 완벽하게 짜인 디렉팅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영화 제작 현장은 늘 ‘변수’와의 싸움이라고 하는데, 봉준호 감독의 경우 자신이 어떤 장면을 찍을지 머릿속에 완벽히 그림을 그려놓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의 별명이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인 이유다. 시간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다 보니 배우와 활발히 소통하고, 이를 영화에 반영하기도 한다. 틸다 스윈튼은 봉준호 감독의 별명 ‘봉테일’에 대해 “완벽한 별명”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할리우드 배우들 모두 너무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사람들이었어요. 완벽한 캐스팅이었죠. 한국식 고사를 지낼 때는 다들 서툴게나마 절하는 것을 따라 하기도 했고요.(웃음) 그래도 역시 송강호씨와 고아성씨가 없었다면 열 배는 더 외로웠을 거예요. 유일하게 한국말로 지시할 수 있어서 두 사람과 찍을 때는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같더라고요.(웃음)”
영화는 개봉 전에 이미 1백67개국에 ‘선판매’되며 2천만 달러(2백23억원)를 벌어들였다. 제작비의 절반을 웃도는 금액이다. 게다가 국내 영화의 해외 판매 기록으로는 역대 최고다. 이제 열차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CREDIT INFO
담당
김은향 기자
2013년 08월호
2013년 08월호
담당
김은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