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해안의 푸른 낙원
천리포수목원
계절의 끝자락, 천리포수목원은 고즈넉한 정취에 휩싸여 있습니다. 오구나무, 니사, 미국풍나무 등 낯설고 아름다운 수목이 황홀한 가을 풍경을 자아내거든요. 계수나무와 금목서가 풍기는 달콤하고 향긋한 내음, 호랑가시나무와 낙상홍에 매달린 붉은 열매의 탐스러운 모습 또한 가을의 천리포수목원이 선사하는 즐거움이죠. 소원면 의항리에 펼쳐진 천리포수목원은 1970년에 설립한 한국 최초 민간 수목원으로, 1만 7000여 분류군에 이르는 다양한 식물 자원을 보유 중입니다. 무엇보다 바다와 맞닿은 수목원인 이곳은 11월에도 온화한 해양성기후를 자랑한답니다. 황홀한 서해안의 노을은 덤처럼 주어지니, 자연이 빚어 낸 감동적인 순간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2. 인생 사진은 이곳에서
파도리해수욕장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곳 같아!” 서울에서 놀러 온 친구들이 파도리해수욕장을 본 순간 입을 모아 한 말입니다. 탁 트인 푸른 바다와 불그스름한 해식 절벽이 마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국적인 풍광을 이루거든요. 파도 치는 소리가 아름다워 ‘파도리’란 이름을 지닌 해변엔 조류에 깎여 만질만질해진 해옥과 드넓은 모래밭, 간조 시간에 맞춰 존재감을 드러내는 해식동굴도 볼거리를 더합니다. 동굴을 액자 삼아 나만의 ‘인생 사진’을 남기는 기회 또한 놓치지 마시길. 짭조름한 패티와 치즈가 어우러진 수제 버거를 파는 가게, 전망만큼 커피 맛까지 훌륭한 카페에 들러 파도리의 여운을 음미해도 좋겠습니다. ‘혈중 바다 농도’가 100퍼센트까지 차오를 거예요.
3. 컴퓨터 배경 화면 아닌가요?
신두리해안사구
1만 5000년이라는 아득한 세월 동안 바람에 떠밀린 모래가 해안에 다다라 거대한 언덕을 형성합니다. 이것이 오늘날 신두리해안사구입니다.
태안 고유의 생태계를 간직한 모래언덕은 200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죠. 통보리사초, 갯방풍 등 다채로운 염생식물과 쇠똥구리, 표범장지뱀 등이 서식해 종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어요.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컴퓨터 배경 화면에서 본 듯 장엄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황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 너머 신두리해수욕장의 푸른 바다가 어른거리니, 어딘가 초현실적이기까지 하네요. 신두리해안사구 주변엔 캠핑장도 여럿 위치합니다. 가족, 친구들과 탁 트인 자연 속에서 말간 가을밤을 보내도 즐겁겠습니다.
4.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며
유류피해극복기념관 & 뭍닭섬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엔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이 자리합니다. 2007년 유류 유출 사고를 극복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죠. 사고 당시 전국 각지에서 123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모여 오염 제거 활동을 벌인 덕분에, 생태계가 온전히 복구되려면 수십 년이 걸리리라는 암울한 전망과 달리 이듬해부터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기념관은 생생한 전시와 체험 부스를 마련해 해양 환경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합니다. 기념관을 둘러본 뒤엔 해수욕장 북쪽으로 난 뭍닭섬 산책로를 거닐며 해안의 청정한 환경을 두 눈으로 확인할 차례. 운이 좋다면 너른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상괭이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5. 다정한 태안의 맛
게국지 식당과 책방 카페
요리 예능 시리즈 <흑백 요리사>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할머니 게국지 파스타’를 기억하시나요? 게국지는 게장 국물을 묵은지와 함께 뭉근하게 끓여 낸 전골로, 충남 지역의 전통 음식입니다. 바다 내음을 한가득 품은 구수하고 농밀한 풍미가 일품이죠. 천리포해수욕장에 자리한 ‘해변식당’에 가면 푸짐하면서도 정갈한 게국지 한상 차림을 주문할 수 있답니다. 태안을 떠나기 전, 독특한 분위기가 깃든 태안읍의 카페이자 독립 서점 ‘카페 이곡서점’에도 들러 보세요. 매장에서 갓 구운 고소한 디저트를 즐기며 태안에 대해 쓴 여러 가지 책을 살필 기회입니다. 인구 6만,서해의 아름다운 소도시 태안을 향한 당신의 마음이 한층 깊어질 거예요.
[여행 안내자]
황금비
“꽃과 바다, 노을이 아름다운 태안에서 향기로운 가을 풍경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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