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TRAVEL MORE+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의 낭만, 디야르바키르

튀르키예 남동부를 가로지르는 열차,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에 올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도시 디야르바키르로 간다.

UpdatedOn June 25, 2024

3 / 10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 열차는 최대 180인의 승객을 수용하며, 식사 공간과 침실 칸을 갖췄다. 카이세리와 말라티아에서 3시간, 엘라지에서 4시간 정차해 여유로운 여행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문의 goturkiye.com(튀르키예 문화관광부)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 열차는 최대 180인의 승객을 수용하며, 식사 공간과 침실 칸을 갖췄다. 카이세리와 말라티아에서 3시간, 엘라지에서 4시간 정차해 여유로운 여행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문의 goturkiye.com(튀르키예 문화관광부)

모든 것이 여기서 시작되었다. 수천 년간 무수한 왕조와 빛나는 문명이 번성했다가 스러지기를 반복한 땅, 메소포타미아 평원. 튀르키예 남동부에 자리한 고도 디야르바키르의 구시가를 에워싼 거대한 성벽에 오르면 그 유구한 역사의 장이 두 눈 가득 밀려든다. 비옥하고도 드넓은 평원 한편엔 티그리스강이 흐른다. 유프라테스강과 함께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군 물줄기다. ‘강 사이 땅’. 메소포타미아의 어원을 되새긴다.

디야르바키르는 튀르키예 남동부를 누비는 열차 메소포타미아 익스프레스의 종착지다. 이 노선은 수도 앙카라를 출발해 카이세리, 시바스, 말라티아, 엘라지, 빙골 등 주요 도시를 거쳐 장장 24시간 동안 1051킬로미터를 달린다. 열차는 눈부신 풍광, 인류의 머나먼 과거를 가로질러 끝내 디야르바키르에 다다른다.

본격적인 모험은 지금부터다. 디야르바키르는 헬레니즘, 페르시아, 비잔틴, 이슬람, 오스만을 지나 지금껏 서른세 개 문명이 발달했던 문화의 본산지다. 오늘날에는 쿠르드족이 인구의 다수를 이루지만 자자인, 아르메니아인 등 여러 민족이 느슨하게 공존하고 있다. 기원전 3000년대에 기단을 쌓았다고 알려진 디야르바키르 성벽은 이 도시가 계승해 온 독창적 과학기술과 건축 전통을 증거한다.

마르딘 성문에서 예니 성문까지 펼쳐진 아름다운 초원 헤브셀 정원은 성벽과 함께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티그리스강에서 물을 대기 위해 조성한 목초지로, 양잠업이 발달했던 오스만제국 시대에는 뽕나무 숲이 울창했다고 한다.

디야르바키르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손꼽는 모스크 중 하나인 그랜드 모스크로 가야 한다. 광장에서 차이를 마시고 한담을 나누는 사람들 틈에 끼어 앉아 이곳 사람들 특유의 흥을 즐길 기회다. 여독을 풀어 주는 건 도시의 명물인 디저트 카다이으프. 피스타치오를 곁들인 카다이으프의 달콤함으로 기나긴 시간 여행의 끝을 음미한다.

<KTX매거진>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강은주

RELATED STORIES

  • TRAVEL

    시장으로 온 청년들, 제주 청년몰 B1

    제주도에서 각자의 공간을 정성껏 꾸려 가는 청년 상인을 만났다. 제주도 제주 동문공설시장 지하 1층엔 몸과 마음을 녹일 온기가 가득하다.

  • TRAVEL

    지구의 시간을 걷다, 울주 지질 기행

    간절곶에서 타는 듯한 해돋이를 마주하고, 반구대 암각화를 바라보며 이 땅의 아득한 과거를 상상했다. 울산 울주를 두 발로 누비며 지구를 감각했다.

  • TRAVEL

    기차 여행자의 강릉 산책

    기차를 타고 강원도 강릉으로 하루 여행을 떠난다. 로컬 공방을 들여다보고, 정성 다한 음식을 먹으며 강릉을 만드는 창작자들과 이야기했다.

  • TRAVEL

    올해의 사진 한 장

    연말을 맞아 사진가와 디자이너가 잡지에 못 실어 아까워한 사진을 꼽았다. 에디터들도 동의합니다.

  • TRAVEL

    문경새재 옛길에서 듣다

    영남과 한양을 잇는 옛길에서 가장 사랑받는, 가장 살아 있는 구간. 경북 문경의 새재를 걸었다. 오래된 지혜와 이야기가 길처럼 이어졌다.

MORE FROM KTX

  • TRAVEL

    지금 떠나요, 온천 여행

    따끈한 것이 생각나는 계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온행’ 코스를 소개한다.

  • CULTURE

    문화-신간, 전시, 공연, 영상

  • TRAVEL

    세상 어디에도 없는 풍경, 태안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숲으로, 바다로 떠나야 한다. 목적지는 충남 태안. 울긋불긋한 숲과 투명한 물빛이 여행자의 들뜬 걸음을 쉴 새 없이 붙든다

  • LIFE STYLE

    지금‘버터’ 먹어 보겠습니다

    깊은 풍미의 매력, 버터에 빠진다. 네 명의 에디터가 버터가 들어간 신상 먹거리를 맛봤다.

  • CULTURE

    전시, 신간, 영상,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