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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쓴 인생

<마스크걸> 김모미는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마스크를 썼다. 우리는 왜, 언제 가면이 필요한가, 작품을 찾아봤다.

UpdatedOn September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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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스크걸

연예인이 되고 싶었으나 텔레비전에는 죄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뿐. 학창 시절 김모미가 아무리 춤을 잘 추어도 결론은 얼굴 평가다. 관심과 박수 없이는 도파민도 없는 황량한 인생, 평범한 회사원 김모미는 퇴근 이후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방송을 하며 인기를 끈다. 꿈이 절반은 이루어진 것 같았는데, 상황은 예기치 않게 파국으로 치닫는다. 몸매는 물론 눈, 코, 입, 머리 크기, 어깨 각도 등 외모를 나노 단위로 평가하는 사회에서 마스크를 벗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구나 그 모습 그대로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진실을 모두가 아는 세상이길. 자세히 보아도 예쁘고, 자세히 보지 않더라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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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맨 오브 마스크

전쟁의 처참함은 글로 묘사하기가 불가능하다. 사람의 생명이 갑자기 끝나고, 그의 가족이나 연인, 친구는 부재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생존자의 고통은 또 어떤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프랑스 군인 에두아르는 얼굴 하관을 잃는 부상을 당한다. 파리에 돌아와 보니, 전쟁으로 이득을 얻었거나 전쟁과 관계없이 일상을 영위하는 기득권층이 눈에 들어온다. 마스크로 얼굴을, 나아가 부상병으로서 자신을 감춘 그는 예술적 재능을 이용해 거대한 사기극을 계획한다. 희생‧영웅 따위 말을 던져 주고 정작 전쟁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언급 못 하도록 입을 막는 세상을, 하관을 잃은 주인공이 은유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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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브이 포 벤데타

2040년 영국, 곳곳의 카메라가 시민을 감시하고 피부색, 성적 지향, 정치 성향이 정부 지도자와 다른 이는 ‘정신 집중 캠프’에 끌려간다. 이런 ‘평화로운 나라’에 균열을 내는 존재가 나타났으니, 가이 포크스 가면을 착용한 브이다. 가이 포크스는 1605년 종교 탄압에 맞서 국회의사당 폭파를 시도하다 처형된 인물로, 후대에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미국 뉴욕 월가나 홍콩 등 전 세계 시위 현장에 그의 가면이 등장하곤 했다. 모든 사회는 완벽하지 않고, 시민은 발언할 자유를 가졌다. 얼굴 드러내고 시위해도 피해 입지 않을 권리 또한. 영화 후반부, 군중이 일제히 가면을 벗는 장면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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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반칙왕

내가 내 얼굴로 살기에 세상은 너무 팍팍하다. 너는 어떤 사람이라는 규정이 행동을 제약하고, 속엣말 한번 시원하게 내뱉으려 해도 뒷감당이 무섭다. 아, 마스크가 필요하다. 소심한 은행원 대호는 현실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우연히 프로레슬링을 시작한다. 타이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그는 경기 중에 밀가루를 뿌리고 상대 선수 엉덩이를 찌르는 반칙을 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고 해방감을 느낀다. 누구나 가슴속에 가면 하나쯤 품고 사는 법. 오늘도 직장, 집, 학교에서 꾹 참고 아무렇지 않은 양 웃은 그 얼굴이 내 것인가, 아니면 이야말로 가면인가. 우리의 애달프고 정든 가면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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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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