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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에서 장생포까지, 울산 남구

도시를 가로지르는 물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울산 태화강 둔치엔 맥문동이 한창이었고, 해 질 녘 장생포 하늘엔 고래를 닮은 새털구름이 어른거렸다.

UpdatedOn August 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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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바람의 노래

태풍이 지나가고 하늘이 말갛게 갠 날. 들썩이는 마음을 가누지 못한 채 기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태화강과 장생포를 거느린 울산, 하고도 남구다. 물길이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을 좇아 흐르고, 부유하고, 이따금 흔들리고 싶었다. 때마침 한 김 식어 서늘해진 강바람은 기분 좋게 등을 떠밀었고, 눈부신 가을볕은 수면에 찰랑이며 쉼 없이 귀엣말을 속살거렸다. 새로운 계절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순간이었다.

삶과 강이 흐르는 풍경

가지산 쌀바위와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한 47킬로미터의 역사, 태화강. 도시와 운명을 함께한 물줄기 앞에서 가슴이 벅차다. 새가 노닐고 사람이 오가는 강변 산책로를 바라보며 자연과 도시, 인간과 비인간의 영역을 구분 짓는 게 얼마나 무용한 일인지 새삼스레 실감한다.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태화강의 평화가 절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성장에 질식한 강은 한때 불모지였다. 2000년대 들어 환경보호를 위한 각성의 움직임이 물밀듯 이어졌으며, ‘하천 살리기’를 목표로 기업과 시민이 일어나 수질 정화 운동을 벌였다. 그리하여 2011년, 꾸준한 복원 사업 끝에 태화강의 수질은 1등급 기준을 충족한다. 물고기가 돌아오니 철새도 날아들었다.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위대한 회복력. 산림청은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해 태화강을 2019년 제2호 국가정원으로 등재했다.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곳은 태화강과 순천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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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해진 강바람은 기분 좋게 등을 떠밀었고,
가을볕은 찰랑이며 귀엣말을 속살거렸다.

태화강은 울산을 가로질러 동해로 흐른다. 강 유역에 조성한 태화강 국가정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지이자, 울산 시민과 수많은 동식물이 기대어 사는 삶의 터전이다. 문의 052-229-7563(태화강 전망대)

태화강은 울산을 가로질러 동해로 흐른다. 강 유역에 조성한 태화강 국가정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지이자, 울산 시민과 수많은 동식물이 기대어 사는 삶의 터전이다. 문의 052-229-7563(태화강 전망대)

태화강은 울산을 가로질러 동해로 흐른다. 강 유역에 조성한 태화강 국가정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지이자, 울산 시민과 수많은 동식물이 기대어 사는 삶의 터전이다. 문의 052-229-7563(태화강 전망대)

강을 한눈에 관망하는 태화강 전망대. 1995년 작동을 멈춘 취수탑이 2009년 전망대로 거듭나 시민의 품으로 돌아갔다. 28미터 높이 건물에 올라서니 탁 트인 하늘과 무성한 녹음, 시원스러운 물길이 완벽한 구도를 이루어 펼쳐진다. 강 이편과 저편을 오가는 은하수다리도 어른거린다. 저 다리 아래 숭어, 잉어, 은어, 연어가 펄떡인다. 물결에 섞인 달콤한 흙 내음에 이끌려 헤엄쳐 온 물고기들이다.

태화강 변 동굴 깊숙한 곳에도 물고기가 산다. 어둑한 동굴을 밝게 비추며 유영하는 물고기 조명은 태화강 동굴피아의 하이라이트다. 일제강점기, 신정동 남산 자락에 물자를 저장하려고 굴착한 좁은 동굴이 지금의 태화강 동굴피아로 거듭났다. 대숲의 반딧불, 태화강에 내린 월광, 장생포 앞바다의 고래를 표현한 조명과 미디어아트가 울산의 아름답고 고단한 역사를 환하게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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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문동을 응시하는 사이, 걸음을 옮기는 꿩과 시선이 마추친다.
청보라빛 물결 속 꿰뚫어 보는 듯 맑은 눈길. 쉬이 사라지지 않을 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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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변에는 철새 도래지 삼호대숲과 철새홍보관, 가을에 맥문동이 만개하는 보라정원, 조명과 미디어아트를 전시한 태화강 동굴피아 등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볼거리가 모여 있다. 문의 052-226-1963(철새홍보관), 052-226-0077(태화강 동굴피아)

태화강 변에는 철새 도래지 삼호대숲과 철새홍보관, 가을에 맥문동이 만개하는 보라정원, 조명과 미디어아트를 전시한 태화강 동굴피아 등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볼거리가 모여 있다. 문의 052-226-1963(철새홍보관), 052-226-0077(태화강 동굴피아)

대숲의 반딧불, 태화강에 내린 월광,
장생포 앞바다의 고래를 표현한 조명과 미디어아트가 울산의 아름답고
고단한 역사를 환하게 어루만진다.

태화강, 새와 강

12만 제곱미터(약 3만 6000평) 규모의 야생 보호구역도 있다. 삼호대숲, 정식 명칭은 태화강 국가정원 내 삼호철새공원이다. 생태 보존을 위해 사람의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지만, 날개 달린 존재는 언제나 환영이다.

백로는 봄부터 9월까지 숲을 점령하는 철새다. 해오라기·흰날개해오라기·황로·쇠백로·중백로·중대백로·왜가리에 이르는 일곱 종류의 백로 8000여 마리가 서식하며, 한낮엔 태화강과 근처 농지에서 먹이를 구하다가 어둠이 내린 뒤엔 숲으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머지않아 백로가 떠나고 가을이 깊어지면 떼까마귀가 찾아온다. 무려 10만 마리에 이르는 개체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여기 머문다. 올해도 해 질 녘 태화강 상공을 까맣게 물들인 채 흩날리는 머리칼 같은 군무를 출 것이다.

철새홍보관은 삼호대숲과 새를 관찰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로비 천장에 달린 스크린으로 실시간 숲 영상을 감상하고, 옥상 전망대에 올라 그림처럼 날아오르는 백로의 자태를 맨눈으로 마주한다. 4층에 걸친 전시관은 삼호대숲의 생태계와 역사, 문화를 알차게 아우른다. 흰날개해오라기는 목이 길고 유연해서 제 부리로 깃털을 정리한다는 것, 울산의 옛 이름 학성이 학 마을을 뜻한다는 사실, 그래서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에는 고래와 더불어 학도 새겨져 있다는 이야기. 자칫 모르고 지나쳤을 태화강의 면모를 발견하고 감탄하는 시간이다.

삼호대숲에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은 정원에서 달랬다. 철새광장, 잔디원, 은행나무정원, 숲속정원까지. 보기 좋게 매만진 산책로를 한 걸음씩 천천히 디디며 짙은 풀 내음에 코를 적셨다. 맥문동 군락이 펼쳐진 보라정원에 다다랐을 때는 걸음이 부쩍 더뎌졌다. 8월부터 개화하기 시작해 9월에 만개하는 맥문동은 어딘가 고결한 인상과 달리 산지의 그늘이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고, 겨울에도 잎이 잘 시들지 않는다는 데서 맥문동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들거리는 맥문동을 가만히 응시하는 사이, 슬며시 걸음을 옮기는 꿩과 시선이 마주친다. 오묘한 청보랏빛 물결 속 꿰뚫어보는 듯 맑은 눈길. 쉬이 사라지지 않을 잔상이다.


장생포, 고래의 꿈

태화강은 흘러흘러 장생포항으로 유입한다. 굴곡진 역사만큼 무수한 유래를 지닌 이름, 장생포. ‘마을 어귀에 장승이 있는 바다 마을’을 뜻하는 ‘장승개’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장승이 고래를 은유한다는 해석에 한 표를 던지고 싶어진다. 한자어대로 장수하는 삶을 의미한다고도 하는데, 이러나저러나 오늘도 장생포 앞바다는 깊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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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는 고래잡이 역사를 구심점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고래박물관 앞에서 장생포 모노레일을 타고 고래문화마을을 둘러본다. 고래바다여행선을 타고 바다를 유람해도 좋다. 문의 052-256-6301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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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물 속에 고래가 산다.
장생포의 고래잡이 전통은 울산을 고래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했고,
오늘날 이 역사적 자산이 고래 마을의 명맥을 잇는다.

응답하라, 장생포

그 아득한 물속에 고래가 산다.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가 증명하듯, 고래 생태계에 밝아 포경을 행하던 이들이 머나먼 과거부터 이곳에 살았다. 장생포의 고래잡이 전통은 울산을 고래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국제포경위원회가 1986년 포경업을 금지하기 전까지 이 고장을 먹여 살린 건 고래잡이였다. 1960~1970년대, 포경업은 장생포의 경제를 오롯이 떠받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오늘날 장생포는 이 역사적 자산으로 고래 마을의 명맥을 이어간다. 이름하여 고래문화특구. 고래박물관에서 장생포 모노레일을 타고 울산대교와 공업 단지가 어른거리는 바다를 지나, 고래문화마을에 내려 골목을 둘러보는 것이 대표적인 탐방 코스다. 고래문화마을은 장생포의 옛 풍속과 생활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테마 공원이다. 학교, 식당, 이발소 등 세트장처럼 꾸민 공간과 고래 해체장 등 고래잡이에 얽힌 볼거리가 빼곡하게 늘어선다. 언덕바지에는 새로운 이정표, 웨일즈 판타지움이 우뚝 섰다. 최근 5D 입체 영상 체험관이 몰입형 인터랙티브 미디어 전시관으로 진화해 눈을 즐겁게 한다.

“장생포 포수는 울산 군수하고도 안 바꾼다.” 골목을 살피다 걸음을 멈추게 한 문구다. 고래문화마을 한편엔 포수 전시실이 자리한다. 포수는 포경선에서 선장보다 높은 위상을 자랑하던 직업인이다. 급여가 두둑한 건 물론, 포획한 고래를 나눌 때 가장 큰 몫은 포수에게 주어지곤 했다. 전시실 한편에는 고래잡이에 사용한 포와 함께 포수로 활약한 실존 인물 추소식 선장에 대한 자료도 놓였다. 1959년 처음 포경선에 오른 그는 15년간 포수로 일했고, 상업 포경 금지령이 내린 후엔 유조선을 이끄는 선장이 되어 2015년까지 바다를 누볐다고 한다. 지금은 고래문화마을 해설사로 활동한다니, 골목에서 그와 마주치는 기회에 바다에서의 삶을 청해 들어 볼 일이다.

"내 고향 바닷가 외딴섬 하나
뽀오얀 물안개 투명한 바닷속

바위에 앉아서 기타를 퉁기면
언어 같은 소녀가 내 곁에 다가왔지"
- 윤수일, '환상의 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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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문화창고는 지역 문화, 역사, 예술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공간이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장생포 앞바다를 마주하면서 여러 갤러리와 전시실, 북 카페 등을 천천히 둘러본다. 문의 052-226-0010 (장생포문화창고)

장생포문화창고는 지역 문화, 역사, 예술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공간이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장생포 앞바다를 마주하면서 여러 갤러리와 전시실, 북 카페 등을 천천히 둘러본다. 문의 052-226-0010 (장생포문화창고)

한 발짝 더, 장생옛길과 장생포문화창고

고래문화마을에서 발길을 돌린다면 장생포를 온전히 살펴봤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장생포의 속살, 장생옛길은 1940년대 번듯한 길이 닦이기 전 마을에서 읍내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였다. 이곳엔 미니어처나 재현품이 아닌 진짜 삶의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고래 사당이라 불리던 신위당과 기우제를 지내던 천지먼당, 장생포 아트 스테이로 거듭난 옛 신진여인숙 건물, 그리고 장생포초등학교를 찬찬히 지난다. 특히 이 작은 초등학교는 걸출한 두 인물을 배출했는데, 한 명은 전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 윤학길이고 다른 한 명은 지금도 많은 이가 애창하는 노래 ‘아파트’의 가수 윤수일이다. 그가 1985년 발표한 노래 ‘환상의 섬’은 현재 매립된 장생포 앞바다의 섬 죽도를 배경으로 한다. “내 고향 바닷가 외딴섬 하나/ 뽀오얀 물안개 투명한 바닷속/ 바위에 앉아서 기타를 퉁기면/ 인어 같은 소녀가 내 곁에 다가왔지”. 시적인 필치로 써 내린 가사와 몽환적인 멜로디가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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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포구, 공장, 방파제, 파도 그리고 무수한 고래···.
책장 위로 튀어 오르는 단어들을 주워섬긴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울산역까지 2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울산역까지 2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울산역까지 2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장생포초등학교 맞은편, 외벽에 커다란 고래를 그려 넣은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냉동 창고를 재활용한 복합 문화 시설, 장생포문화창고다. 갤러리와 미디어아트 전시관,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 등 지역 문화사와 예술을 망라한 공간이다. 최고의 전망을 품은 곳은 6층에 자리한 북 카페 지관서가다. 서가 앞쪽에 모아 둔 울산 문인들의 저서를 집어 들었다. 반구대, 대숲, 포구, 공장, 방파제, 파도 그리고 무수한 고래···.
책장 위로 튀어 오르는 단어들을 반갑게 주워섬긴다. 그 사이 푸르던 하늘과 바다가 금세 노랗게, 다시 발갛게 물들어 간다. 그러고는 금세 밤이다.

해가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찰나에 우연히 보았다. 고래를 닮은 새털구름을. 분홍빛 하늘을 미끄러져 가는 지느러미가 하도 고와서, 모든 것이 어둠에 잠긴 뒤에도 눈에 선했다. 고래가 꾸는 꿈이 이런 풍경일까. 꿈꾸는 고래를 그리는 밤이었다. 유난히 청청한 달밤.

<KTX매거진>×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

<KTX매거진>×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

울산 남구에 다녀온 <KTX매거진>이 MBC 표준FM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통해 독자, 청취자 여러분과 만납니다. 기자의 생생한 목소리로 취재 뒷이야기, 지면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여행 정보를 함께 들려 드립니다.
* 9월 2일 오전 6시 5분(수도권 95.9MHz)
* QR코드를 스캔하면 방송을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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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san Nam-gu, From Taehwagang River to Jangsaengpo

I walked along the waterway that cuts through the city. Along the banks of Taehwagang River, lilyturfs were in full bloom.
At sunset, the sky over Jangsaengpo was filled with whale-like cirrus clouds.

Taehwagang River has a history spanning 47 kilometers from its origins at Ssalbawi Rock on Gajisan Mountain and Tapgolsam Spring on Baegunsan Mountain. From the observatory, you can enjoy a panoramic view of the river, clear sky, and lush greenery that come together in perfect harmony. The river is home to catfish, carp, trout, as well as salmon. The highlight of Taehwagang Donggulpia is the illuminations of fish swimming gracefully on the cave walls. The narrow caves were excavated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to store materials on the slopes of Namsan in Sinjeong-dong. The illuminations of the industrial district, the fireflies of the bamboo forest, the moonlight shining on Taehwagang River, and the media art representing whales in the waters off Jangsaengpo brightly embrace Ulsan’s sad and arduous history.

Taehwagang River, a Home for Birds

Within the Taehwagang National Garden, there is a 120,000-square-meter wildlife protection area. Known formally as Samho Migratory Bird Park, it aims for ecological conservation. Human access is restricted, but creatures with wings are always welcomed. White herons occupy the forest from spring to September. Seven species of white herons, around 8,000 in total count, call this place home. During daytime, they forage for food in the Taehwagang River and nearby fields, returning to the forest to rest after darkness falls. The garden, a carpet of purple lilyturfs, makes me naturally slow my steps. Despite their elegant appearance, lilyturfs thrive in shady mountainous areas and on arid land. They have roots that look similar to barley, and retain their leaves even in winter. As I admire the lilyturfs, I notice a quail moving stealthily amid the enigmatic bluish-purple waves. The charming scene gets deeply imprinted in my mind.

Jangsaengpo, the Dream of Whales

The Taehwagang River flows through the Port of Ulsan and into Jangsaengpo Port. Massive whales reside in the deep waters. The tradition of whale hunting in Jangsaengpo solidified Ulsan’s identity as a whale city. Until the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banned whaling in 1986, it was this practice that sustained the town. Today, Jangsaengpo carries on this legacy as a cultural heritage of the whale village, aptly named the Whale Culture Zone. A recommended route is to ride the Jangsaengpo Monorail from the Whale Museum, and then alight at the Whale Cultural Village to explore the alleys. However, turning back from the Whale Cultural Village would be an incomplete experience of Jangsaengpo. Continue to Jangsaeng Old Path to find traces of actual life, not mere miniatures or reproductions. Sinwidang Shrine, Jangsaengpo Art Stay, and Jangsaengpo Elementary School are some of the places worth visiting.

On the opposite side is a building adorned with a large whale mural. It is the Jangsaengpo Cultural Warehouse, a multipurpose cultural facility repurposed from a cold storage warehouse. Jigwanseoga, a book café on the 6th floor, is not to be missed. The café overlooks the shimmering sea, and becomes more enchanting at sunset, when the sky is painted with hues of yellow and orange. The whale-shaped cirrus cloud that delighted my eyes will definitely be a moment to cherish in the days to come.

울산 남구에서 여기도 가 보세요

  •  즐길 거리  울산대공원

    공업 발전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룬 울산은 보다 나은 환경과 도시 생활의 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도심 속 허파, 울산대공원이다. 이름처럼 드넓은 풍요의 못이 정문에서 방문객을 반긴다. 산림 놀이 시설을 따라 안쪽 깊숙이 발을 디디며 잔디 광장과 메타세쿼이아 숲길, 자연학습원과 느티나무 산책로를 둘러본다. 동문으로 진입한다면 울산대종과 연못에, 남문으로 진입한다면 생태여행관과 사계절 꽃밭에 조금 더 쉽게 다다를 수 있다. 울산박물관과 공업탑이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니 두루 살핀다.
    문의 052-271-8818

  •  즐길 거리  선암호수공원

    선암저수지 주변에 조성한 둘레 4킬로미터 산책로를 따라 명상하듯 걷는다. 봄에는 벚나무와 수선화가, 여름에는 창포가, 가을에는 꽃무릇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눈을 즐겁게 한다. 벚꽃 터널과 장미 터널, 꽃창포 쉼터, 연꽃지와 물레방아, 수변 꽃단지와 야생화 단지, 전망대 등 사진으로 기록해 남기기 좋은 풍경이 내내 펼쳐진다. 버드나무 쉼터, 습지생태원, 소나무 쉼터는 언제 찾아가든 여유롭고 평온한 모습으로 곁을 내어 준다. 신선산으로 이어지는 가벼운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눈 깜짝할 새 정상 신선정에 닿을 것이다.
    문의 052-226-4853

  •  먹거리  올드 헤리티지

    남구청 옆으로 펼쳐진 아기자기한 골목에 눈길을 끄는 카페가 하나둘 생겨나더니 지금의 달동카페거리를 이뤘다. 그중 ‘올드 헤리티지’는 고유하고 확실한 매력으로 단골을 거느린 카페다. 이호걸 대표는 상호처럼 세월에 낡은 근사한 물건을 좋아한다. 따뜻한 원목과 빛바랜 서프보드, 취향을 짐작하게 하는 빈티지 제품이 카페 한편에 자리해 그만의 정취를 자아낸다. 농밀한 달콤함이 매력적인 헤리티지 라테와 미량의 위스키를 넣고 차가운 크림으로 풍미를 살린 아이리시 커피, 보드라운 바나나푸딩은 이곳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메뉴다.
    문의 0507-1306-4789

  •  먹거리  삼호돌곱창

    울산 우시장은 영남 지역 상인들이 다 모여들 만큼 대단한 규모를 자랑했다. 1970년대에는 도축장이 현재의 무거동에 들어섰는데, 이때 부산물을 활용한 곱창 요리 전문점 네댓 곳이 문을 열어 먹자 골목을 형성한 게 오늘날에 이른다. ‘삼호돌곱창’은 유서 깊은 터줏대감 사이에서 ‘나만 알고 싶은 가게’로 입소문 난 식당이다. 권선희 대표는 그날그날 도축한 한우를 공수해 신선과 청결을 최우선으로 관리한다. 곱창구이로 시작해 곱창전골로 넘어갔다가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면 더없이 만족스럽다. 막걸리 태화루를 곁들여 감칠맛을 더한다.
    문의 052-223-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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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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