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이 대관람차가 천천히 회전하고, 롤러코스터는 별안간 속도를 내어 곁을 쏜살같이 지나가며, 회전목마는 따스한 음악을 배경으로 뱅글뱅글 돈다. 놀이공원에 입장하는 순간, 공원 밖 복잡한 세상사는 잠시 없는 셈치고 오늘 하루 여기서 무엇을, 어떤 순서로 이용해야 효율적이고 재미있을까 하는 고민을 지상 과제 삼는다. 크게 한 바퀴 원을 그리는 대관람차의 전망은 오직 대관람차만이 선사할 수 있다. 밀폐된 채 적당히 흔들리는 공간에서 함께 탄 사람과 시야를 공유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낭만적인지. 롤러코스터의 짜릿함은 옆에 앉은 이와 동일한 속도로 심장이 두근거리게 하고 즐거움을 전염시킨다. 가족, 연인, 친구가 회전목마에 오른다면 그가 내 앞에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든다. 아마도 놀이공원은 현실에서 웃음 밀도가 가장 높은 장소인지도 모르겠다.
비일상성, 알록달록한 색감, 특별한 분위기 덕분에 다양한 작품이 놀이공원을 담았다. 연인이 가까워지고, 가족이 신나는 한때를 보내는 장면을 일일이 손에 꼽기 어렵다. 약 20년 전 방영했지만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회전목마로 시간 흐름을 표현한 연출은 여전히 회자된다. 짧은 시간에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해야 하는 뮤직비디오도 놀이공원을 자주 찾았다. 방탄소년단, TXT, 트와이스 등 뮤직비디오 여러 편이 떠오른다. 물론 기쁨만 표현하는 배경은 아니다. 놀이공원의 들뜬 공기가 비극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아이와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데려가거나, 신나는 하루를 보낸 뒤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는 식이다. 인생의 희로애락과 극적인 사건을 압축해 보여 주는 데 놀이공원은 그만큼 유용하다.
한국 곳곳에서 놀이공원이 영업 중이다.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기 시작한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문을 연 공원이 대다수다. 대구 이월드 같은 대형 공원은 시설을 리뉴얼하고 꽃피는 계절, 연말연시 등 시기별로 축제를 열어 손님을 끌지만 소형 공원은 관심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반전. 쇠락해 가던 서울 용마랜드는 세월을 머금은 ‘빈티지한’ 느낌 때문에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영화 배경이 되면서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충남 당진 삽교호놀이동산 또한 ‘논밭 뷰’라는 독특한 입지가 SNS에 뜨고 나서 손님이 북적인다. 지금 조명이 꺼졌다고 내일도 그러라는 법 있으랴. 누구나 언젠가는 대관람차, 회전목마에서 내려와 땅에 발 딛고 일상을 살아야 한다. 그러기에 놀이공원의 시간은 소중하다. 자, 이제 그 소중함을 담은 장면으로 함께 탑승.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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