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면적 1.5배를 넘는 청주는 많은 것을 가진 도시다. 구석기시대부터 인류가 살아온 풍요로운 자연환경, 충청도 이름의 한 축을 이룰 만큼 번성한 역사, 세계 최초 금속활자를 인쇄한 문화적 기반. 바다 빼고 다 있는 청주는 산과 하천과 호수, 정다운 마을과 농촌, 유서 깊은 유적과 오늘의 문화가 곱게 어우러져 콘텐츠 제작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청주가 극적인 조명을 받은 계기는 2010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다. 2009년 <카인과 아벨> 촬영지로 떠올랐다가 <제빵왕 김탁구> 열풍에 힘입어 전국에 알려졌다. 한국전쟁 피란민이 정착해 형성한 수암골은 기쁨과 슬픔, 따뜻함과 서러움이 교차해 짙은 정서를 자아내는 동네다. 삶이 비탈길인 양 힘들어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의 성장기와 수암골의 조합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알맞은 배경을 만났을 때 발휘하는 시너지의 최고점을 보여 주었다. 골목골목 정겨운 풍경이 이어지고, 청주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까지 갖춘 마을에서는 이후에도 영화 <20세기 소녀>, 드라마 <너는 나의 봄> 등 여러 작품을 찍었다. 걷다 보면 드라마와 영화 속 등장인물을 만날 듯 장면이 그려진다.
청주를 대표하는 유적 상당산성 또한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산의 지형을 이용해 쌓은 둘레 4.2킬로미터 성은 도심과 한 발짝 떨어진 입지 덕분에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청주를 조망하고 산책하기 좋다. <대조영> <태조 왕건> <태왕사신기> <육룡이 나르샤> <연모> 같은 사극뿐 아니라 현대극도 종종 배경으로 삼은 이유다.
대청호를 내려다보는 청남대를 빼놓을 수 없다. 1983년 완공해 역대 대통령의 휴식 공간 역할을 한 청남대는 2003년 개방한 이래 수많은 관람객과 촬영팀이 방문했다. 영화 <효자동 이발사> <나의 독재자> <킹메이커> <이웃사촌>처럼 정치 권력자가 등장하는 다수 작품이 여길 빌렸다. 당시 시설을 고스란히 보존한 ‘원본’이기에 딱히 고칠 필요가 없으니 그럴 만하다. 그 옛날 세종대왕도 휴양 차 초정행궁을 짓고 청주에 거둥한 역사를 생각하면 이 도시에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기운이 서렸다 해도 될 것 같다. 사람이 사는, 사람을 포근히 품어 주는 청주에서는 사람과 이야기가 함께 빛난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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