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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이라는 시

햇발 머금은 다도해가 반짝이는 물결을 보내고, 경남 통영은 밀려드는 갯내에 시 한 수를 얹는다.

UpdatedOn December 28, 2022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서 나는 이 저녁 울듯 울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 되어 가며/ 영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백석의 시 ‘통영2’ 중에서). 1930년대에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통영에 들어온 백석은 충렬사 계단에 앉아 시를 읊었다. 끝내 이루지 못해 헛헛한 걸음을 돌렸겠으나, 한산도 바다를 떠다니는 사공의 그 마음 지금도 생생하다. 미항이라는 수식이 세월의 더께에 빛바래 고루해졌을지언정 통영은 세월을 건너도 변함없이 아름다워서. 옛 묵객의 숨결을 닮은 시 한 수 뽑아 부두 갯내에 포개고 천개산·벽방산 너머 온 사방에 보내나니, 누구든 느낄 것이다. 섬 많은 남해 풍경이 시처럼 어린 통영의 바다 내음은 이다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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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여행은 시가 된다. 미륵산 정상에 올라 바다에서 돋아난 한려수도 섬들을 내려다보며 달아공원에서는 파도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낙조를 만난다. 연꽃 같은 연화도 기암괴석을 더듬어 살핀 뒤에 쉬엄쉬엄 소매물도로 가 외떨어진 듯 아스라한 등대섬을 감상해도 좋다. 눈길을 한바탕 바다에 적시고 육지를 디디면 푸른 물결 깊은 여운이 문학과 음악의 길을 밝힌다. 소설가 박경리 생가와 묘소, 기념관은 선생이 집필한 <토지> <김약국의 딸들>의 장면 장면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동서양 기법을 아울러 그만의, 한국만의 음악을 창조한 작곡가 윤이상의 자취는 생가 터, 기념관, 윤이상 거리에서 선율로 흐른다. 무심히 던진 시선에 시가 들어오고, 내리쉬는 숨에 시가 따라 나오는 바다와 삶의 정경이 이르는 데마다 완연하고 또 찬연하다. 통영 출신 유최늘샘 감독은 주민 20명이 사는 우도를 찾아 그들의 삶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그러모아 2021년 발표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도마을 다이어리>에서 섬사람은 말한다. “바닷물이 나며는 구영 구영 이래 살 틈에 보며는 소라, 고동 이런 게 배기 있고. 가을 되모 귀뚜라미가 정적을 무너뜨리제. 우리는 언어 자체가 다 시라.” 그렇게 통영 여행객은 울듯 울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 간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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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우도마을 다이어리

#우도


“어머니 품 같은” 우도 주민 20명은 좋아서 같이 살고 싫어도 같이 사는 공동체다. “문만 열면 환태평양이 내다보이는” 우도에서 나고 자란 이, 우도가 좋아 무작정 정착한 이가 카메라 앞에서 각자 삶을 이야기한다. 섬에 몸 붙인 나날이 노곤해도 자연의 은정을 감사히 여기는 마음이 조곤조곤 이어지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일상에 찌든 정신을 맑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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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통영에서의 하루

#통영 일대


잘나가다 회사에서 내쫓긴 희연은 눈부신 시절을 함께한 친구 성선을 만나고자 통영에 간다. 그러나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과 다르게 성선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희연은 실망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성선은 행복하고 그의 삶은 평온하다. 미륵산 편백나무 숲 등 통영 곳곳에서 휴식하고 평화를 찾는 희연의 여정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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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AMA

빠담빠담

#동피랑 벽화마을


스러져 가던 달동네는 철거될 운명이었으나, 마을 풍경과 역사를 주제로 벽화를 입히자 여행객이 몰려들었다. 동피랑 벽화마을은 통영의 대표 여행지로 굳건하게 살아남았으며, 많은 영상 콘텐츠의 무대가 되었다. 10여 년 전에 방영한 드라마 <빠담빠담>이 그중 하나로, 강칠과 지나의 사랑이 골목길과 앞바다를 배경으로 애달프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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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VIDEO

Stupid

#세병관 등


5인조 보이 밴드 2Z(투지)가 2021년 통영시청,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통영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귀한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낸 지난날을 후회한다는 내용의 노래를 조선 시대 삼도수군통제사영 건물 세병관, 푸르디푸른 바다, 통영해저터널에서 경쾌하게 부른다. 듣자마자 긍정 에너지가 샘솟는 음악과 아름다운 통영 풍경이 근사하게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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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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