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TRAVEL MORE+

마을에 내리는 눈

시처럼 꿈처럼 흩날리는 눈, 눈, 눈. 마을에, 마음에 내린 눈을 찾아 길을 나선다.

UpdatedOn December 28, 2022

3 / 10
/upload/ktx/article/202212/thumb/52736-506205-sample.jpg

 


잊었던 그 사람은
흰 눈 타고 오시네
저녁때, 흰 눈은 퍼부어라
– 김소월, ‘눈 오는 저녁’ 중

강원도 동해_부곡 돌담마을 해안 숲 공원

일제강점기에 항만을 개발하고 철도를 놓느라 스러진 해안 숲을 2007년부터 복원해 지금 모습을 이루었다. 녹음 우거진 공원을 따라 난 호젓한 산책로는 하평해변과 나란히 이어진다. 하평해변은 이미 철도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서 출사 명소로 이름 높은데, 동해역과 묵호역 사이 철길을 달리는 기차와 그 너머 펼쳐진 눈부신 바다를 함께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날이면 풍경은 더 황홀해진다.

주소 강원도 동해시 부곡동 440-10
문의 033-530-2800

 

3 / 10
/upload/ktx/article/202212/thumb/52736-506206-sample.jpg

 


누나도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 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 강소천, ‘눈 내리는 밤’ 중

전남 신안_암태도 기동삼거리

암태도라는 이름은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쌌다는 데서 유래한다. 맛 좋은 쌀과 천사대교로 유명한 암태도가 최근 여행자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건 ‘동백 파마 벽화’라고도 불리는 기동삼거리 벽화의 사랑스러운 존재감 때문이다. 벽화 속 노부부의 머리 위로 자라난 동백나무가 마치 복슬복슬한 파마머리처럼 보여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따금 눈발이 내려앉는 이 계절엔 그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다.

주소 전남 신안군 암태면 중부로 1927
문의 061-261-6004

 

/upload/ktx/article/202212/thumb/52736-506204-sample.jpg


눈송이는 펑펑히 상흔을 두드리며 쏟아져 오고
대지는 만근같이 침묵하여 사람 소리조차 낯이 설었다.
– 신동엽, ‘함박눈 쏟아지는 날’ 중

충남 아산_외암민속마을

싸라기눈 흩날리는 소리만 간신히 들리는 고요한 겨울 아침, 고즈넉한 돌담길 따라 산책을 나선다. 목적지는 외암민속마을. 외암천이 흐르고 설화산이 수호하는 땅이다. 한자리를 500여 년간 지켜 온 명당엔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참봉댁 등 예스러운 택호를 간직한 고택이 늘어선다. 선비처럼 뒷짐 지고 이 길을 거닐다 보면 잠시나마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마을 이름은 건재고택에서 태어난 조선 숙종 때 학자 외암 이간의 호에서 왔다.

주소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5
문의 041-540-2110

 

3 / 10
/upload/ktx/article/202212/thumb/52736-506203-sample.jpg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 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 윤동주, ‘눈 오는 지도’ 중

대구_청라언덕

선교사가 모여 살던 동산동 청라언덕. 푸른 담쟁이덩굴을 뜻하는 이름 ‘청라’가 간직한 싱그러움이 순백의 설경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선교사 스윗즈 주택,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은 각각 선교 박물관, 의료 박물관, 역사 박물관으로 단장해 후세와 만나고 있으며, 대구 최초 서양 의료 기관인 동산의료원 100주년 기념 종탑,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의 동요 ‘동무 생각’ 노래비 등이 곳곳에 자리해 도시의 역사를 가늠하게 한다.

주소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2029
문의 053-424-6407

<KTX매거진>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강은주

RELATED STORIES

  • TRAVEL

    시장으로 온 청년들, 제주 청년몰 B1

    제주도에서 각자의 공간을 정성껏 꾸려 가는 청년 상인을 만났다. 제주도 제주 동문공설시장 지하 1층엔 몸과 마음을 녹일 온기가 가득하다.

  • TRAVEL

    지구의 시간을 걷다, 울주 지질 기행

    간절곶에서 타는 듯한 해돋이를 마주하고, 반구대 암각화를 바라보며 이 땅의 아득한 과거를 상상했다. 울산 울주를 두 발로 누비며 지구를 감각했다.

  • TRAVEL

    기차 여행자의 강릉 산책

    기차를 타고 강원도 강릉으로 하루 여행을 떠난다. 로컬 공방을 들여다보고, 정성 다한 음식을 먹으며 강릉을 만드는 창작자들과 이야기했다.

  • TRAVEL

    올해의 사진 한 장

    연말을 맞아 사진가와 디자이너가 잡지에 못 실어 아까워한 사진을 꼽았다. 에디터들도 동의합니다.

  • TRAVEL

    문경새재 옛길에서 듣다

    영남과 한양을 잇는 옛길에서 가장 사랑받는, 가장 살아 있는 구간. 경북 문경의 새재를 걸었다. 오래된 지혜와 이야기가 길처럼 이어졌다.

MORE FROM KTX

  • TRAVEL

    달리는 이야기, 교차하는 사람들

    기차역은 인간사의 무수한 만남이 교차하는 운명적 장소다. KTX 개통 19주년을 기념해 철도에서 샘솟은 이야기를 따라 시간 여행을 떠나 본다.

  • CULTURE

    분명하게 봄으로 가는 발걸음

    이우성 시인이 이제니 시인의 시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를 읽었다.

  • TRAVEL

    충만한 하루, 충분한 하루 고창 여행

    30년 동안 인간이 자연에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될까. 기적이 일어난다. 전북 고창에서 압도하는 자연을 만났다.

  • ARTICLE

    꽃피는 섬 신안

    바다가 밀려와 섬과 섬 사이를 메웠다가, 어느 틈에 갯벌이 드러나는 전남 신안. 꽃송이처럼 피고 지는 풍경에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가 어려 있었다.

  • ARTICLE

    교육이 미래다

    인류는 가르치고 배우며 내일로 나아간다. 졸업 시즌을 맞아 교육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전국의 교육박물관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