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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송이 장미의 유혹 '포 로지스'

가슴에 장미를 품은 포 로지스는 버번위스키 특유의 거친 풍미를 간직하면서도 부드럽게 어리는 향기로 전 세계 위스키 마니아에게 사랑받는다.

UpdatedOn August 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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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번위스키는 강하다. 맛과 향이 그렇거니와 사람들을 유혹하는 정도도 독특하리만치 강력하다. 일단 향을 살펴보자면, 마개를 열자마자 바닐라와 캐러멜의 달달한 내음이 한순간에 치고 올라온다. 향이 이러니 맛 또한 마냥 달달하리라 생각하겠지만 오산이다. 눈이 번쩍 뜨이는 아세톤 향이 입안에서 휘몰아치고, 그 뒤를 이어 후추를 한 움큼 씹는 듯한 매운맛이 목을 타고 가슴에 쏟아진다. 향을 맡고, 맛을 음미하는 이 화끈한 과정을 어찌 잊을 텐가. 여느 스카치위스키보다 5도에서 10도 높은 알코올 도수에서 폭발하는 맛에 숱한 이가 매료되어 오직 버번위스키만을 찾는다. 버번위스키인 포 로지스 증류소의 전설적인 마스터 디스틸러 짐 러틀리지도 그중 하나다. 그는 어느 날 레스토랑에 들러 버번위스키 한 잔을 주문해 마시고는 곧바로 절규한다. “이게 도대체 뭐지? 나한테 독을 준 건가?” 웨이터가 실수로 스카치위스키를 가져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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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 로지스 증류소는 1910년 지은 스페인풍 건물이 유명하다. 미국 켄터키주 로렌스버그에 위치하며, 두 가지 매시빌과 다섯 가지 효모를 배합한 레시피로 스몰 배치, 부르봉 같은 브랜드를 주조한다.포 로지스 증류소는 1910년 지은 스페인풍 건물이 유명하다. 미국 켄터키주 로렌스버그에 위치하며, 두 가지 매시빌과 다섯 가지 효모를 배합한 레시피로 스몰 배치, 부르봉 같은 브랜드를 주조한다.

네 송이 장미의 전설

버번위스키를 자석이라고 할 때,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기력이 엄청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한국에서 ‘버번 3대장’으로 불리는 버팔로 트레이스, 메이커스 마크, 와일드 터키를 비롯해 노아스 밀, 우드포드 리저브, 1792 스몰 배치 같은 불멸의 명작이 곳곳에서 맹렬하게 판매된다. 옥수수를 51퍼센트 이상 함유한 원액을 쓰고, 새 오크 통에서 숙성해야 하는 등 미국 연방 정부의 까다로운 규정을 충족한 끝에 출시되는 위스키의 매력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포 로지스도 마찬가지. 한국에서 누리는 명성이 아직은 아쉬울 뿐, 이미 마니아에게는 매일 마시거나 두고두고 아껴 마시는 버번위스키로 꼽힌다. 앞서 나열한 버번위스키와 함께 불멸의 반열에 오른 포 로지스(Four Roses)에 대한 이야기는 ‘네 송이 장미’라는 로맨틱한 이름이 탄생한 사건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름의 유래에 많은 설이 나도는 가운데, 포 로지스 증류소가 공식 인정한 이야기는 이렇다. 1840년, 미국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서 태어난 폴 존스 주니어는 벨이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결혼을 꿈꾼 그는 사랑을 고백한 뒤 두 마디를 덧붙인다. 며칠 뒤 열리는 무도회에서 장미 세 송이를 단 드레스를 입는다면 프러포즈를 거절한 것으로 알겠다는 말이었다. 만약 자신을 받아들이겠다면, 장미 네 송이를 달아 달라고도 했다. 그날이 왔다. 폴 존스 주니어는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무도회장에 갔다. 춤사위를 벌이는 군중 사이에서 벨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그리고 네 번째 장미. 이후 그는 미국 남북전쟁에 참전해 맹활약했으며, 고향에 돌아와 위스키를 생산하다 1888년 상표권을 등록한다. 그게 바로 포 로지스다. 호사가가 꾸민 설화일지 모르나, 포 로지스의 맛과 향에 이러한 낭만이 넘치도록 흐른다는 것만은 진실이다.

이쯤에서 포 로지스를 마셔 보자. 버번위스키 특유의 폭발적인 맛은 그대로이되, 뭔지 모를 부드러움이 호수에 비치는 달무리처럼 잔잔하게 번진다. 잘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코끝을 간질인다. 일반적으로 버번위스키에서는, 흡족해하지 않은 당신을 설득할 생각 따위 없다는 배짱이 느껴진다. 마시는 이에게 젖어 든다기보다 마시는 이를 거칠게 몰아세우는 박력이 장점이자 단점인 것이다. 포 로지스는 다르다. 전술한 대로 폭발적이면서도 그 안에 조곤조곤 호소하는 목소리가 숨어 있다. 네 송이 장미가 선사하는 낭만이 가슴으로 흘러내린다. 

사랑을 선물하는 우아한 맛

미국 켄터키주 로렌스버그에 있는 포 로지스 증류소는 나라가 사적으로 지정한 스페인풍 건물로 유명하다. 1910년에 지은 유서 깊은 이 증류소에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위스키를 빚는다. 위스키 주조에서 곡물 배합 비율을 매시빌이라고 하는데, 옥수수가 주원료인 버번위스키의 경우 옥수수를 51퍼센트 이상 넣고 나머지는 호밀, 보리, 밀 등을 적절하게 섞는다. 포 로지스 증류소는 옥수수 비율을 60퍼센트와 75퍼센트까지 끌어올린 매시빌을 바탕으로 각각 다섯 가지 효모 맛을 가미한 열 가지 레시피를 개발했다. 특히 매운맛의 K효모, 과일 향의 O효모를 쓰는 스몰 배치 버전이 단연 인기다. 이 외에도 부르봉, 싱글 배럴, 스몰 배치 셀렉트가 붉디붉은 네 송이 장미를 달고 매혹의 향기를 퍼뜨린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위스키가 존재한다. 모두 맛보는 일은, 아마도 불가능하다.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으니 우리에겐 선택과 집중의 묘미가 필요하다. 다시 포 로지스를 마셔 보자. 가슴에 또 한 번 장미의 낭만이 흐른다면 이제 더 설명을 듣지 않아도 좋다. 당신은 포 로지스에 집중하게 되었으니까, 포 로지스와 사랑에 빠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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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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