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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철도 디자인

전경희 한국철도 디자인센터 센터장은 오로지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철도에 입힌다.

UpdatedOn July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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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희 센터장은 일이 길을 낸다고 믿는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본디 그렇거니와, 한국철도공사 디자인센터를 2016년 설립 당시부터 이끌었기에 더 착실히 움직였다. 공기업 최초의 디자인센터이니만큼 그가 밟는 곳마다 길이 될 터였고, 실제 길이 되었다. 열차 출발·도착 안내 전광판, 평창역·진부역 내부 디자인 등 역사 곳곳이 디자인센터를 거쳐 새로워졌다. 한국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열차 KTX-이음의 디자인 또한 제작사와 디자인 업체를 잇고 작업을 조율하면서 탄생했다. “‘디자인 코레일’이 곧 ‘디자인 코리아’입니다. 시간·공간·사람을 아우르는 열차가 달리는 철길, 머무르는 역은 전국 구석구석에 있으니까요. 철도를 디자인하는 것이 한국을 디자인하는 것이죠.” 열차가 목적지를 향하듯이 그는 부지런하게 걸어 왔다. 일이 길을 낸다고, 결국 철도가 세상을 더 나은 내일로 안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디자인 코레일이 곧 디자인 코리아’라는 생각이 인상적입니다.
철도는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지 참여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허브가 될 수 있어요. 특히 기차역의 경우, 지역은 물론이고 외부 사람까지 모이는 열린 광장 같은 공간이죠. 현재 많은 역이 쓰임을 다해 폐역이 됐잖아요. 그렇더라도 지역과 함께한 역사성, 지역의 중심이었던 상징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강원도 원주 반곡역을 가 봤어요. 주변 경치가 훌륭해 차를 마시며 휴식하기 좋겠더라고요. 여기에 원주 하면 떠오르는 옻칠공예나 꿩을 모티프로 실내를 디자인하고 소반을 비롯한 관련 제품도 개발해 선보이는 거죠. 역사성과 상징성을 복원한 폐역이 역사의 선순환에 포섭돼 다시 지역의 중심이 되는 셈입니다. 반곡역을 포함해 전국의 모든 역이 마찬가지고요. 지역의 개성을 통합하고 함축한 역 특성화 프로젝트는 해당 지역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는 구심점이 되겠죠. 그래서 한국철도공사 디자인센터는 철도를 넘어 대한민국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성화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어떤 역을 주목하시나요.
강원도 강릉 정동진역 인근에 새 역사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설계는 이미 끝났고요. 설계 과정에서 자문을 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기존 역사의 활용 방식을 결정하는 게 중요해요. 정동진역은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사랑을 받았어요. 많은 분이 정동진역에서 보낸 순간을 소중히 기억하고요. 잊혀선 안 되겠죠. 외관을 보존하는 한편, 여러 각도로 열리는 파사드를 설치해 동해 풍경을 투영하는 디자인을 고안해 봤습니다. 일종의 시스루인데, 역 외관과 특성을 모두 살리는 방안이에요. 하나 더 들자면, 정동진역은 해돋이로도 유명하잖아요. 투명한 벽을 통해 풍경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해돋이를 콘셉트로 가구를 비치해 공간 자체를 이미지화한 디자인도 고려하고 있어요. 신축이 결정됐고, 역의 상징성도 각별한 까닭에 정동진역을 플랫폼 비즈니스 허브의 표본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기차역에 쏟는 관심이 대단하다 느껴집니다.
다시 가서 살고 싶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한국 사회는 과하게 서울로 몰렸어요. 그럴 만해서 그런 거겠죠. 반대로, 돌아갈 만하다면 사람들은 가지 말래도 떠나온 곳으로 갑니다. 쇠락해 가는 지역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일이야말로 철도가 잘해 낼 수 있어요. 철길이 사방에 뻗었고 역이 없는 곳은 드물어요. 재료가 충분하기에 이제는 밥상을 차리는 방법을 알아내야 하죠. 시공간을 엮는 철도의 본질을 이해하는 디자인, 시대 흐름에 순응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디자인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러한 디자인 작업에서 역은 요긴한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역 특성화 프로젝트 외에 다른 업무도 소개해 주세요.
한국철도공사 디자인센터는 시각·제품·서비스 디자인 팀으로 구성됩니다. 한국철도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데에는 시각·제품·서비스 디자인 영역이 다 관련되지요. 그래서 한국철도 디자인센터는 진정한 융·복합 디자인 현장입니다. 정말 많은 일을 추진해요. 공간은 콘셉트에서 마감재, 컬러까지 살피고 역내 승객 이동 동선도 디자인적으로 접근하고요. 최근엔 고객이 편하게 알아보도록 광역철도 노선도를 전면 리뉴얼했습니다. 다 한국철도공사 디자인의 근간을 창조하는 작업이죠. 사람을 살리는 일이면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시 가서 살도록 하는 일이라 여기기에 힘들어도 뿌듯해요. 지역마다 지역에 걸맞은 문화가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마중물이 된다면 더 좋겠고요. 철도와 디자인을 융합해 모두의 삶이 보다 밝아지도록 매일 노력합니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디자인이 의식되지 않아야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 스타가 될 수 없다는 말이죠. 감상하는 이를 압도하고 위축시키는 디자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철도를 이용하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편안한 분위기네’ 혹은 ‘기분이 즐거워지네’라는 생각이 들길 바라요. 저라는 사람은 몰라도 됩니다. 다만,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에 오롯이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입혀 가려 해요. 디자인 코레일이 디자인 코리아라는 생각은 여전히 저를 설레게 합니다. 그런 열정을 간직한 채 공공 디자인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겠습니다. 열차와 역, 그리고 철도 관련 디자인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전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 유학했다.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 및 디자인 기획, 리츠칼튼 서울 디자인 업무 총괄, CJ그룹 디자인 기반 전략 사업 기획 등 여러 경험을 쌓았으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디자인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2016년에 한국철도공사 디자인센터 센터장으로 부임한 이후 지금껏 철도 디자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디자인센터는 2020년,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유라시아 고속열차’를 통해 한국 공기업 최초로 컨셉디자인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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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규보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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