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는 낭만과 계절의 맛을 품고 있다. 그래서 떠났다. 따뜻한 남쪽 바다로.
남해군과 통영의 특산물
청정해역인 남해에는 사계절 해산물이 풍부하다. 수온이 내려갈수록 지방질이 두터워지고 살이 차올라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생선은 고소하기 그지없다. 딱딱한 껍데기 속 바다 내음 가득 품은 각굴과 피조개, 꼬막은 저마다 이 계절의 주인공임을 알리듯 맞이한다. 운만 좋다면 항구에 들어선 선장에게서 남해 근교에서 잡은 갈치며 삼치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성질 급한 삼치를 회로 먹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꼬들꼬들한 톳하며 물미역은 덤이다.
해초류
겨울철 통영 중앙시장에 들르면 물미역, 미역귀, 파래, 톳 등 수많은 해초류가 겨울이 왔음을 알린다. 푸성귀가 부족한 겨울철, 바다풀인 해초류는 영양분을 충족시킨다. 남해 지역의 거의 모든 식당에서는 겨울철 밑반찬으로 나오기에 시장에서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운다.
각굴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 생굴의 70% 이상이 생산되는 산지인 통영. 껍데기를 까지 않은 각굴이 통영시장에 활기를 더한다. 굴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조류에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필터링해 영양분을 섭취한다. 조류가 빨라 바닷물이 더욱 깨끗하고 플랑크톤이 풍부한 통영 앞바다의 굴은 알도 굵고 청정한 바닷가에서 자라 향긋한 바다 향을 품고 있다. 각굴은 그대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지만, 장작불 위에서 타닥타닥 구워지는 각굴구이는 겨울밤 낭만을 드리운다.
방어
방어 하면 제주도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제주도뿐 아니라 경남 통영도 방어의 주산지다. 등 쪽은 청회색이고 배 부분은 은백색으로 생선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한눈에 들어온다. 수심 깊은 곳에서 거센 조류를 헤쳐 살다 보니 활동량이 많아 근육 조직이 단단하고 전갱이, 정어리, 멸치 등 자기보다 작은 어류를 잡아먹어 살이 기름지다. 제철 방어의 뱃살은 참치 못지않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기름지고 고소하다.
알배기멸치
남해 죽방멸치는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알배기멸치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배가 불그스름한 알배기멸치 속을 보면 알을 밴 듯한 모습인데, 사실 알은 아니고 새우를 먹이로 먹은 멸치를 그대로 말린 것이다. 새우의 단맛이 전해져 그냥 먹어도 맛있다. 국물을 우릴 때도 짠맛뿐 아니라 단맛도 우러나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일반 멸치보다 3천원가량 더 비싸지만, 매년 잡히지 않아 물량이 있을 때만 구입할 수 있다.
참고로 봄멸치는 멸치회나 멸치액젓을 만들기에 적합하고, 추석 즈음부터 12월까지 잡히는 가을겨울 멸치로 말린 것을 상품으로 친다. 기름기 가득한 봄멸치로 말리면 색과 맛이 탁해질 수밖에 없다. 가을겨울 멸치는 은빛으로 색이 곱고, 맛국물을 우려내면 맑고 개운한 맛이 난다. 문의_삼양수산 055-867-3517
물메기
남해 사람에게 물메기 없는 겨울은 단팥 없는 찐빵과도 같은 존재다. 갓 잡은 것은 회로, 맑게 끓인 탕은 해장국으로, 꾸덕꾸덕 말린 것은 된장 발라 찜으로 올린다. 제철 생선을 제사상에 올리는 남해에서는 겨울철이면 말린 물메기찜이 단골 메뉴다. 양력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잡히기 시작하는데,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음력 정월대보름 이후가 되면 남해에서는 물메기 찾는 사람이 없다.
말린 물메기
바닷가 근처에서 고기(바닷가 사람은 생선을 고기라고 지칭한다)를 말리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저장성을 위해서다. 덕장이 있을 정도로 물메기는 남해에서 많이 잡힌다. 올해 유달리 물메기가 많이 잡히지 않아 고기값이 폭등해 잘 팔리지 않을까 봐 푸념하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말린 물메기는 남해 사람들에게는 집집마다 구비하고 있어 반찬으로, 술안주로 언제든 밥상에 올라온다.
마늘
남해에서는 쌀을 추수하고 나면 마늘을 심는다. 추석이 지나서부터 파종 해 그다음 해 4~5월까지 키우는데, 이는 이모작 작물 중 꽤 오랜 기간 공들여 키우는 것이다. 노지에서 겨울을 견딘 마늘은 농부의 정성과 함께 땅속에서 알알이 단단하게 여물어 상품(上品)이 된다. 이렇게 키운 마늘은 흑마늘로 제조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시금치
남해군에서는 ‘삼자’가 유명했다고 한다. 유자, 치자, 비자.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삼치’가 유명하다. 멸치, 삼치, 시금치.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밭에 새파란 풀이 보이면 ‘시금치구나’ 생각하면 된다. 노지에서 자라는 시금치는 하늘을 바라보며 넓게 잎을 펼쳐 자라 따뜻한 남해의 햇살을 듬뿍 먹고 자란다. 그래서인지 진한 초록색 유화 물감을 바른 듯 새파랗고 단맛이 충분히 들었다.
남해 유자
1970~80년대만 해도 유자나무는 ‘대학나무’로 불렸다. 자식들을 대학에 보낼 만큼 고소득을 보장했다. 하지만 1990년대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을 맺을 당시 남해의 유자나무에 탱자 접을 붙인 유자를 고흥에서 키우기 시작하면서 ‘고흥 유자’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남해의 유자 원목은 10~15년 정도 자라야 열매가 맺히는데, 접을 붙인 유자나무는 7~8년 키우면 과실을 딸 수 있게 되었다.
과수 부분 전국 최초로 유기농산물 인증을 획득한 말벌표유자농장의 농장주 홍선표 씨는 ‘원목에서 자란 남해 유자는 크기가 작고 못생겼지만, 향이 깊고 과피가 두꺼우면서 쓴맛이 적어 유자청 담그기에 좋다’고 말한다. 기온이 따뜻한 남해에서는 12월까지 유자가 재배된다. 문의_말벌표유자농장 www.yuza.kr
남해의 맛맛맛
재료 자체가 신선한데 맛이 없을 리가 없다. 다만 해산물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만약 육고기보다 바다고기를 선호한다면 겨울철 남해의 미식 여행은 천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관광지인 만큼 식당이 많지만, 현지 주민들이 추천한 맛집만을 골라 남해의 맛을 소개한다.
남해자연맛집 ‘전복 요리’
형제가 전복을 생산, 공급, 유통, 제조까지 하는 곳으로 동생 내외는 1층에서 전복 양식을, 이를 공급받은 형 내외는 2층에서 음식점을 한다. 아버지께서 해녀 사업을 한 이래 40여 년째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전복회(자연산 5만원), 전복죽(1만5천원), 전복찜(4만원)이 대표적인 메뉴인데 이 중 해풍을 맞고 자란 남해마늘을 올린 마늘전복찜은 꼭 먹어봐야 한다. 해녀가 직접 건져 올린 해산물이 밑반찬으로 깔리니 더할 나위 없다.
주소_경남 남해군 남면로 219-42
문의_055-863-0863은성쌈밥 ‘꼬막한상’
은성쌈밥의 꼬막한상은 이상석 대표가 벌교와 순천만뿐 아니라 남해에서도 꼬막이 많이 잡히는데 왜 남해군에서는 꼬막을 특산물로 판매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메뉴다. 꼬막회, 양념꼬막, 꼬막전, 멸치회, 멸치쌈밥, 멸치튀김, 한방수육 등 한 상으로 나와 남해군의 대표 향토음식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1인 2만원). 이상석 대표는 남해군 토박이로 호형호제하는 생산자에게 가장 물이 좋은 식재료를 받으니,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주소_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035번길 1129-2
문의_055-867-0012
물메기회
생긴 것과 달리 꼬들꼬들하고 부드러운 물메기회는 활어로 즐긴다. 때문에 배에서 바로 내려 싱싱할 때 회를 떠야 가장 맛있는 물메기회를 맛볼 수 있다. 직접 항구에 찾아가기 힘드니 남해 토박이인 ‘시장봐주세요’의 사장님에게 부탁하면 편하게 각종 제철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구하기 힘든 삼치회뿐 아니라 물메기회, 갈치회, 각종 해조류 및 조개류 등 지금 맛볼 수 있는 모든 해산물을 대신 장을 봐주고, 묵고 있는 숙소로 배송해준다. 참고로 전국 택배도 가능하다.
대상 지역_경남 남해군 전역
문의_010-3070-5513 nhsea.modoo.at물메기탕
겨울철에 남해군이나 통영 어느 식당을 가든 속 시원한 물메기탕을 맛볼 수 있다. 물메기가 싱싱하면 조선간장으로 간만 맞춰도 맛있는 물메기탕을 맛볼 수 있다. 그렇기에 특별히 물메기탕 맛집은 없다. 팁을 전하면 수족관에 물메기가 살아 있는 식당에 간다면 실패할 일 없을 것이다.
정원 ‘멍게비빔밥’
전통 통영비빔밥은 뜨끈한 밥을 담고 그 위에 생합자와 바지락 볶은 것, 여러 가지 나물을 고명으로 얹은 것을 말하는데, 언젠가부터 통영에 가면 멍게를 듬뿍 올린 비빔밥을 찾게 된다. 멍게는 봄이 제철이지만, 가장 씨알이 좋을 때 급속 냉동시킨 뒤 사용해 향과 맛에는 변화가 없어 사계절 즐길 수 있다. 통영에 위치한 수많은 멍게비빔밥 가게 중 ‘정원’으로 향하게 된 것은 남해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전하는 출판사인 ‘남해의봄날’ 팀의 추천에 의해서다.
오랫동안 살던 집을 개조한 이곳은 통영 자개농과 손때 묻은 빈티지 소품들이 아늑한 분위기를 전한다. 통영에서 종부로 살면서 시어머니에게 손맛을 이어받아 봄에는 도다리쑥국, 겨울에는 시원한 물메기탕, 향긋한 멍게비빔밥과 갈치조림 등 통영의 제철 상차림을 선보인다.
주소_경남 통영시 봉수로 50
문의_055-646-0812엄마손 해물뚝배기 ‘해물뚝배기’
통영 하면 쫄복국으로 유명한 집이 많아 회를 먹다 국물 요리를 먹고 싶으면 쫄복국집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쫄복국이 아닌 해물뚝배기를 소개한 연유는 성림식당 사장이 강력하게 추천한 곳으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주민들도 맛 하나로 찾는 곳이라고 했다. 제주도의 해물뚝배기처럼 오분자기는 없지만 대합, 꽃게, 쏙, 소라 등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 있고 된장으로 맛을 내 달달하면서 깊은 감칠맛을 지닌 국물 맛이 일품이다(1인분 1만원).
주소_경남 통영시 동호로 9
문의_055-643-1512
울산다찌
통영의 밤 문화는 다찌집을 빼고 말할 수 없다. 여수에 실비집이 있다면 통영에는 다찌집이 있다. 통영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힘들었던 노동의 피로를 달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한 정서를 가진 통영 사람들은 술자리를 오래 가지는데, 다찌집은 술을 시키면 시킬수록 좋은 안주가 나온다. 다찌집은 음식이 아닌 술을 기준(기본 3병)으로 하며 제철 재료로 맛을 낸 음식으로 한 상 차려낸다(1인당 3만원).
술을 한 병 더 시키면 1만원이 올라가지만 그 가치에 맞는 요리가 더 추가되어 나온다. 때문에 밥을 먹고 술 마시러 다찌집을 향해서는 안 된다. 맛있는 음식과 술이 있는 곳이라는 개념으로 1차로 다찌집을 가야 한다. 울산다찌는 통영으로 시집 온 울산댁이 1980년대 문을 열어 지금까지 3대째 영업하고 있는 곳으로 통영 주민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주소_경남 통영시 미수해안로 157
문의_055-645-1350오이소 ‘꿀빵’
6.25전쟁 이후 1960년대 초 통영의 따뜻한 기후에도 상하지 않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게 만든 뱃사람들의 간식이었던 꿀빵. 오이소 꿀빵집은 아기 궁둥이처럼 보송하게 반죽한 뒤 직접 만든 팥소를 넣는 반죽 과정을 손님들이 직접 볼 수 있어 더욱 인기가 있으며, 지역 주민들에게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바로바로 만들어 판매하기 때문에 기름 전내가 전혀 나지 않고 달콤한 꿀빵 맛을 전한다. 통영 유자로 맛을 낸 유자팥소를 넣은 꿀빵 또한 인기 품목이다.
주소_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373
문의_055-648-4335
성림 ‘반건조생선모둠정식’
새벽 생선 경매 시장에서 생선을 구입하고 일일이 손질한 뒤 7년간 간수를 뺀 소금으로 간을 하고 옥상에서 적절히 말린 반건조생선 모둠정식이 특선 메뉴다. 주문한 뒤 생선을 바로 굽고 찌기 때문에 야들야들한 생선구이를 맛볼 수 있다. 반건조모둠정식 1인분(1만5천원)에 생선 2마리가 구워져 나와 양이 많다고 느껴지지만, 짜지 않고 담백한 생선구이 맛에 푹 빠져 어느새 접시에는 생선뼈만 남겨진다. 말린 생선은 택배(6미 5만원) 배송 가능하다.
주소_경남 통영시 봉수돌샘길 23
문의_055-643-1425뚱보할매김밥집 ‘충무김밥’
여러 시간이 걸리는 바닷길에 마땅한 요깃거리가 없었는데, 속을 채운 김밥은 금방 쉬어버리니 맨밥에 김을 싸고 반찬을 따로 담아주기 시작했다. 이것이 충무김밥을 만들게 된 계기로 뚱보할매김밥집이 원조다. 야들야들한 갑오징어무침에 사이사이로 보이는 어묵과 아삭한 무김치는 김밥의 품격을 더한다.
주소_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325
문의_055-645-2619
남해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가 그리울 때, 도시의 문명으로부터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사람들은 이 섬을 떠올립니다. 아름다운 바다를 가진 힐링과 낭만의 도시, 남해도.’ 남해군을 소개하는 리플릿에 적힌 문구다. 문구 그대로 조용하게 푸른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쉬고 싶을 때에는 남해가 제격이다.
새해 일출 보기에 좋은 금산과 보리암, 척박한 땅을 개간해 만든 다랑논이 있는 가천다랭이마을, 가을이면 맥주 축제가 열리는 독일마을, 국내 초호화 리조트로 알려진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등 틈틈이 볼거리도 있다. 남해군에는 올레길처럼 남해바래길 코스가 있어 트레킹하기에도 좋다. 참고로 바래길의 ‘바래’는 바닷가에서 물질하거나 조개를 캐는 등 바다에서 작업하는 모든 일을 일컫는다. 해안도로가 잘되어 있어 겨울철에는 드라이브하고, 날씨가 풀린 봄날에는 고사리밭이 넓게 펼쳐진 고사밭길을,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운 화전별곡길을 걷기를 추천한다.
통영
박경리, 윤이상, 유치환, 전혁림 선생 등 예술계의 거목들이 나고 자라고, 이중섭 화백이 대표작인 ‘소’ 연작을 창작한 곳이기도 한 통영은 가히 ‘예술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통영자개, 통영갓, 통영반 등 명품 생활 공예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벽화가 그려진 아기자기한 동피랑마을, 한려수도가 한눈에 펼쳐지는 미륵산, 사람 사는 내음이 물씬 풍기는 통영 중앙시장 등 볼거리도 많다.
통영시에도 올레길처럼 한려수도의 풍광을 보며 걸을 수 있는 ‘한산대첩길’이 조성되어 있다. ‘토영 이야~길’은 통영에 예향이라는 이름을 헌상한 시인과 작곡가, 화가, 소설가 등 문화예술인들의 흔적을 찾아 그들의 고향인 통영을 두루 살펴보는 여정이다.
한산대첩길
1코스 당포승천길 삼덕삼거리~중화항 / 3.7km
2코스 달아노을길 연명예술촌~달아전망대 / 3.0km
3코스 척포해안길 달아항~물개마을 / 3.1km
4코스 봉전항길 봉전항~신봉마을 / 1.9km
5코스 삼칭이길 이운마을~금호리조트㈜통영마리나 / 6.6km
해바라기길 영운리해안도로~전망데크~영운리해안도로 / 0.24km
겨울 바다는 낭만과 계절의 맛을 품고 있다. 그래서 떠났다. 따뜻한 남쪽 바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