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햇살 담은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전하는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의 허브 이야기 첫 번째.
로즈메리 닭다리조림과 로즈메리 포테이토
큰아들이 아직 초등학생이던 시절 한여름의 일이다. 정원을 두리번거리던 아이가 “엄마, 정원에서 소시지 냄새가 나!”라고 말해 ‘정원에 웬 소시지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며 찾아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소시지는 없었다. 어디에서 소시지 냄새가 나느냐고 재차 묻자 아이가 가리킨 것은 바로 로즈메리였다. 소시지에 들어가는 로즈메리의 향이 소시지의 향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짜릿한 내음이 식욕을 돋우는 로즈메리는 고대부터 지중해 연안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널리 자생했다. 유독 잘 자라나는 로즈메리의 잎은 솔잎처럼 가늘고 딱딱하다. 길이 2.5cm 내외의 짧고 짙은 녹색, 뒷면은 회백색인 잎은 특유의 상쾌한 청량감을 지닌 향, 장뇌삼을 연상시키는 맛으로 널리 사랑받는 향신료이다.
지중해 연안 지역, 그중에서도 특히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즐겨 쓰는데 향이 강해 냄새가 강한 양고기나 염소고기, 닭고기 등의 누린내 제거에 효과적이다. 소시지 향료로 들어가는 로즈메리 향료를 소시지 향이라 기억했던 아들은 바질이나 타임이 들어간 음식은 좋아하지 않아도 로즈메리를 듬뿍 넣고 조린 닭고기 요리라면 아주 좋아한다. 프랑스 요리의 레서피에 자주 나오는 ‘부케가르니’는 다양한 허브를 다발로 묶어, 끓이거나 굽는 요리에 사용하는 것인데 로즈메리는 부케가르니의 재료로도 애용된다. 마늘과 함께 올리브유에 넣고 서서히 끓여 로즈메리 오일을 만들어놓으면 샐러드드레싱으로 활용하기 좋고, 술안주가 없을 때 소금과 올리브유, 로즈메리를 감자에 더해 오븐에 구우면 향긋한 내음이 기가 막힌 ‘로즈메리포테이토’가 뚝딱 완성된다. 한여름에는 무성하게 자라난 로즈메리잎을 한 움큼 따 올리브유에 가볍게 튀겨 소금만 친 ‘로즈메리튀김’을 즐길 수 있다. 향긋하고 고소한 로즈메리튀김에 백포도주를 곁들이면 천국이 따로 없다.
대사관 셰프의 딸로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 등 지중해 등지에서 살며 다양한 ‘맛’을 체득했다. 일본인이지만 한국의 매력에 빠져 귀화하고 지중해의 건강 요리를 기본으로 한 일본 가정식 등을 전하는 쿠킹 클래스 ‘구르메 레브쿠헨’을 운영 중이다. 저서로는 <셰프의 딸>, <지중해 요리> 등이 있다.
로즈메리 닭다리조림과 로즈메리 포테이토
에쎈 | 201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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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닭 다리 4개, 마늘 12쪽, 로즈메리 4줄기, 화이트와인 ½컵, 올리브유 2큰술, 물 1½컵, 버터 50g,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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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밑간
밀가루 1큰술, 파프리카파우더 2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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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메리포테이토
감자(큰 것) 4개, 올리브유 5큰술, 굵은소금·다진 로즈메리 1큰술씩
- 1
닭고기 밑간 재료를 잘 섞은 뒤 손질한 닭다리에 고루 문질러 바른다.
- 2
오븐에 넣을 수 있는 냄비나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센 불에 달군 뒤 닭 다리를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마늘과 로즈메리, 와인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알코올이 날아가면 물을 부어 한소끔 더 끓인다.
- 3
②를 통째로 180℃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40분간 익힌다.
- 4
감자는 껍질을 벗겨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올리브유와 굵은소금, 다진 로즈메리를 섞어 잘 버무린 뒤 쿠킹 포일이나 오븐용 종이 포일로 잘 감싸 ③의 오븐 한 켠에 넣어 15~20분간 익힌다.
- 5
감자가 모두 익으면 접시에 감자를 담고 닭고기가 익으면 같은 접시에 닭과 마늘, 로즈메리를 담는다. 팬에 남아 있는 국물에 버터를 더해 중간 불에 5분간 뭉근하게 끓이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해 소스를 만든 뒤 닭고기와 감자에 뿌린다.
지중해의 햇살 담은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전하는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의 허브 이야기 첫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