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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맛집 광이원의 장 이야기

“자연과 사람이 함께 빚은 시간의 맛”

On January 19, 2015

깊고 은은한 장맛의 비법이 궁금해 아무리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 ‘깨끗한 자연과 살뜰한 정성’뿐이다. 비법 아닌 비법이다. 국산 메주콩에 천일염과 맑은 물 말고는 아무것도 넣지 않지만 정성 어린 손길로 항아리를 채우고 나면 따사로운 햇볕과 깨끗한 공기가 천천히 맛을 내어준다. 자연과 시간이 선사하는 고마운 선물이 담긴 항아리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농가 맛집 광이원을 찾았다.


장독대 부자 집안의 모녀

광이원이 농가 맛집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3년 남짓 되었지만, 김광자 씨가 본격적으로 장을 담그기 시작한 것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다 시판 장이 맛이 없어 고민하던 그녀가 떠올린 것은 어머니가 항아리마다 담가두고 묵혀 먹던 장, 그 맛이었다. 때마침 ‘말표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산업의 故 정두화 회장이 우리 전통 장과 농촌 경제 발전에 뜻을 두고 양평 일대의 주민들에게 장 담그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 교육을 계기로 김광자 씨도 하나 둘 장독을 들여 채우기 시작했다.

 

 

 


김광자 원장과 이보배 실장 모녀. 김광자 원장은 장 담그기를, 전통 음식 조리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이보배 실장은 요리를 담당한다. 모녀는 2013년 올리브TV의 <한식대첩>에 경기도 대표로 함께 출전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장 담그기 방식 그대로, 비법이랄 것도 없이 만든 된장과 간장이지만 타고난 손맛 덕인지 물 맑은 양평의 자연환경 덕분인지 그녀의 된장과 간장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하나 둘 늘던 장독이 마당을 점점 메우고, 장을 팔면 안 되겠느냐는 요청에 본격적으로 장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 사시사철 마당 가득한 항아리를 애지중지 보살피는 그녀를 보고 자란 딸 이보배 씨도 자연스레 요리연구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미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양식, 일식 등 다양한 음식을 공부한 그녀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어머니에게 자신만의 항아리를 하나 내어달라고 말한다. 꽃다운 스무 살, 그녀가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은 온전히 자기만의 장독대였던 것이다. 그렇게 모녀가 함께 장을 담그고 전통 음식을 연구하며 일군 것이 지금의 광이원이다.

 

 

 

1 11년 묵은 이보배 씨의 첫 간장. 스무 살에 처음으로 담근 자기만의 간장을 아직도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2 장에 들어갈 고추도 직접 말린다.
3 광이원 앞마당에 있는 장독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처음 열 개로 시작해 장 담그는 재미에 하나 둘 늘리던 것이 25년이 지난 지금은 천여 개에 이른다. 이 장독대에는 광이원에서 판매하거나 요리에 사용하는 장 이외에도 장 담그기 체험자들의 것이 담겨 있다.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숙성해야 제맛이 나기 때문에 매일같이 햇볕을 쬐어주며 관리해 2년을 꽉 채운 뒤 내준다.





11년 묵은 상황버섯 씨간장
광이원에서는 모든 코스 요리의 첫 번째로 씨간장 한 종지가 나온다. 오래 묵어 쓴맛이 없고 은은한 단맛이 나는 간장을 콕 찍어 한 방울 혀에 떨어트리면 개운한 감칠맛이 식욕을 돋운다. 이날은 특별히 상황버섯 달인 물로 만들어 11년간 묵힌 씨간장을 내주었다.

명란청찌개
명란젓과 청국장을 함께 넣고 매콤하게 끓인 명란젓찌개. 명란젓은 명태알을 사다 직접 담근 것을 사용한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명란젓과 짭짤하고 구수한 청국장이 어우러진 명란청찌개는 광이원만의 자랑이다.

뽁작장
채소와 된장을 함께 넣고 볶을 때 ‘뽁작뽁작’ 소리가 난다고 해 이름 지어진 뽁작장, 강원도 지역에서 즐겨 먹는 강된장의 일종이다. 채소를 듬뿍 넣고 볶아 일반 강된장보다 물기가 많고 짠맛이 덜해 밥에 듬뿍 얹어 비벼 먹으면 구수한 맛이 그만이다.

 

 

 

1 잘 띄운 메주에서는 코를 찌르는 날카로운 악취 대신 기분 좋은 구수한 <내음이 올라온다.
2, 3 광이원에서 쓰는 고추장은 1년, 된장은 2년, 간장은 3년 숙성을 기본으로 한다. 고추장과 된장은 각각 1년, 2년 숙성한 것이 가장 맛있고 간장은 3년부터 제맛이 나기 시작해 오래 묵힐수록 맛이 부드럽다.


메주 잘 띄워 물과 소금만 넣으면… 장맛이란 원래 그러한 것

장 담그기의 첫 번째는 메주를 잘 띄우는 것. 물 맑은 양평군의 메주콩을 푹 삶아 20일간 띄우는 이곳 메주의 특징은 군내와 잡내가 나지 않는 것. 잡균이 섞이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를 정확하게 맞추기 때문에 깔끔하고 은은한 풍미만 난다. 이렇게 잘 띄운 메주로 광이원에서는 매년 음력 정월에 정월장을 담근다. 메주와 3년간 간수 뺀 천일염, 물만을 더하고 살균을 위해 숯과 홍고추를, 달큰한 맛을 위해 대추를 띄우면 완성. 그 후 온전히 자연에 맡기면 깊고 그윽한 장맛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맛있는 숙성 비법이라면 장이 맛있게 잘 익고 있는지 뿌듯한 눈길로 바라보고 애정 어린 손으로 장독을 닦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고 보면 장이란 본디 다른 것을 섞지 않아도 그윽한 구수함 그 자체로 좋은 것, 시판 장에 익숙해져 잃어버린 순수한 맛을 일깨워준다. 모녀의 꿈은 농가 맛집 광이원을 통해 많은 사람이 잃어버린 전통 장맛을 찾고 그 맥이 이어지는 것이다.

 

 

 

4 맛있는 장이 익고 있는 항아리가 앞마당에 가득하니 마음만은 누구보다 부자다.
5 잘 띄운 메주에서는 코를 찌르는 날카로운 악취 대신 기분 좋은 구수한 내음이 올라온다.
6 메주 겉면의 하얀 곰팡이와 먼지를 털 때 쓰는 빗. 친정어머니가 쓰던 것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7 장에 띄울 숯.




광이원 장맛으로 완성한 전통 별미


대추청 오돌잡채
삶은 당면을 들기름에 달달 볶아 오돌오돌 씹는 맛이 독특한 잡채. 당면을 이렇게 조리하면 오래 두어도 면발이 퍼지지 않고 탱글탱글해서 좋다. 여기에 광이원의 간장과 대추청을 섞어 달콤하고 짭조름하게 버무리면 기름지지 않으면서 산뜻한 맛을 낸다.

청국장소스를 곁들인 한방 해초편육
한방재료를 넣고 삶은 수육에 매콤하게 입맛 당기는 청국장소스를 곁들였다. 다진 파와 고춧가루, 들깻가루를 더해 섞어 쌈장보다도 구수한 감칠맛이 돌아 밥 비벼 먹기에도 그만. 꼬시래기 등 건강에 좋은 해초를 함께 싸 먹으면 싱그런 바다 향을 느낄 수 있다.

뽕잎규아상
채 썬 오이와 표고버섯, 고기 등을 볶아 섞은 소를 넣고 해삼 모양으로 빚어 쪄 먹는 궁중만두 규아상. 산뜻한 맛이 나서 여름에 즐겨 먹지만 광이원에서는 겨울에도 즐겨 낸다. 만두피 반죽과 만두소에 뽕잎가루를 더해 맛이 깔끔하다.

 

 

 


장으로 끌어내는 은근한 감칠맛

광이원을 찾는 손님들은 요리도 요리이지만 기본으로 나오는 밑반찬의 맛에 감탄한다. 된장과 간장으로 맛을 내는 것이 자꾸 손이 가는 밑반찬의 비법. 김광자 씨는 나물 무침이나 조림의 맛이 왠지 허전할 때에는 조미료를 쓰는 대신 된장이나 국간장으로 은은한 감칠맛을 내라고 귀띔한다. 메주콩을 하루 동안 불린 뒤 다시 반나절 이상 천천히 들들 볶고 잔멸치를 더해 간장으로 맛을 내 이틀 동안 만드는 ‘이틀애콩’은 아작아작 과자처럼 씹히는 맛이 매력으로 콩조림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맛있다며 먹는다. 호박으로 은은한 단맛을 낸 백김치와 간장으로 담근 장김치는 사근사근 개운한 맛이 일품. 새송이버섯을 말려 간장과 대추효소로 조린 것은 과일 말린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향긋하고 달콤하다.

 

 

 

후식으로 내놓는 새콤달콤 오디 오미자차. 직접 담근 진한 오디청을 시원하게 물에 타고 장미 모양의 오미자차 얼음을 띄워 받는 이를 기분 좋게 한다.




  • shop info 농가맛집 광이원
    메뉴
    뽁작장 정식·청국명란 정식 1만2천원씩, 광이상 2만원
    체험 프로그램 장 담그기 체험(3월 7일·10일 양일 운영), 이외 다양한 요리 체험 상시 운영
    식당 영업시간 11:00~18:00(월요일 휴무)
    주소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120-11
    문의 031-774-4700

청국장소스를 곁들인 한방 해초편육

에쎈 | 2015년 01월호

  • 주재료

    염장 다시마 50g, 말린 세모가사리·말린 꼬시래기 5g씩

  • 한방 편육

    삼겹살 150g, 마늘·말린 산사 열매 20g씩, 생강 10g, 계피가지 10g

  • 청국장소스

    생청국장·다진 파 2큰술씩, 들깻가루·매실청·참기름 1큰술씩, 고춧가루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 양파초절임

    양파 ½개, 식초·매실청 1큰술씩

만들기

2인분

|

1hr 10min

  1. 1

    말린 꼬시래기는 1시간가량 물에 담가 염분을 뺀 뒤 흐르는 물에 깨끗이 헹군다. 말린 세모가사리는 10분가량 물에 불린 뒤 깨끗이 헹군다. 다시마는 깨끗이 헹군다.

  1. 2

    삼겹살은 냄비에 넣고 물 7컵을 더한 뒤 나머지 재료를 더해 45분간 중간 불에 부드럽게 삶은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저민다.

  1. 3

    양파는 링 모양으로 썬 뒤 식초와 매실청을 더해 5분가량 절인다.

  1. 4

    청국장소스 재료를 고루 섞는다.

  1. 5

    삼겹살을 그릇에 담고 해조류와 청국장소스, 양파초절임을 곁들인다.

대추청 오돌잡채

에쎈 | 2015년 01월호

  • 주재료

    당면 150g, 양파 ½개, 당근 ¼개, 부추 20g, 새송이버섯 1개, 들기름 3큰술, 대추청 2큰술, 전통 간장·조림 간장 1큰술씩,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식용유 적당량

  •  

만들기

4인분

|

40min

  1. 1

    당면은 15분간 삶아 물기를 제거한다. 달군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당면을 8~10분간 달달 볶다가 오돌오돌 부드럽게 씹힐 정도로 익으면 전통 간장과 조림 간장으로 간해 더 볶은 뒤 불에서 내린다.

  1. 2

    당근과 양파는 가늘게 채 썬 뒤, 식용유를 두르고 달군 팬에 각각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해 부드럽게 볶는다.

  1. 3

    부추는 3cm 길이로 자르고 새송이버섯은 가늘게 채 썬 다음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꼭 짠다.

  1. 4

    볶은 당면과 채소를 볼에 담고 대추청을 더해 잘 버무린다.

깊고 은은한 장맛의 비법이 궁금해 아무리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 ‘깨끗한 자연과 살뜰한 정성’뿐이다. 비법 아닌 비법이다. 국산 메주콩에 천일염과 맑은 물 말고는 아무것도 넣지 않지만 정성 어린 손길로 항아리를 채우고 나면 따사로운 햇볕과 깨끗한 공기가 천천히 맛을 내어준다. 자연과 시간이 선사하는 고마운 선물이 담긴 항아리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농가 맛집 광이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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