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대가의 싯구 앞에서 봄날 입맛을 다시다.
달래 된장찌개가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사발에 보리밥이 보고 있다
달래 쫑쫑 썰어 넣은 양념간장
따끈한 밥에 비벼 먹고
날 김에 밥 먹고 싶어 기다린다
콧김에 나는 매운맛
주술에 병든 이도 깨운다는
작은 마늘 소산(小蒜) 답다
작고 동근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긴 흰 수염뿌리
이른 봄 들녘
흙 속의 맛 오래오래
할아버지 수염이 땅속에 있다
<밥하는 여자>(2013년, 에르디아)
한복선 선생은
궁중음식 대가인 고 황혜성 교수의 둘째 딸로 태어난 한복선 선생은 어머니로부터 궁중음식을 사사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이며 한복선식문화연구원 원장이다. 계간 <문파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해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요리 대가의 싯구 앞에서 봄날 입맛을 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