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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주방의 숨겨진 이야기

FAMILY MEAL

On October 17, 2013

우리가 레스토랑에 앉아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내는 동안, 주방의 스태프는 가장 치열한 시간을 보낸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 비로소 그들에게 브레이크타임이 주어지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패밀리 밀이 순식간에 완성된다. 레스토랑 메뉴에는 없는 오직 스태프를 위해 만든 음식이 오히려 정찬보다 더 근사하고 맛있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든 일과를 함께 치러낸 동료들을 위한 따뜻한 배려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해물파스타짬뽕

치로 올리보

남은 재료를 믹스매치해서 탄생하는 창작 메뉴
브레이크타임 동안 다른 식당에 가서 식사할 여력이 없는 셰프들은 대개 그날그날 남은 재료들로 본인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매일 손님상에 내는 메뉴는 식상하고, 그렇다고 새로 장을 보는 것도 무리이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되 뭔가 색다른 메뉴가 없을까 고민하는 것도 즐거운 고민 중의 하나다. 생면 파스타를 사용하는 치로 올리보에서는 서비스한 뒤 남은 생면을 즐겨 활용한다. 오늘은 중식 퓨전이다. 돼지고기, 부추, 숙주를 다져 소를 만든 뒤 라비올리를 만들면 모양은 다르지만 중국식 만두가 완성되고, 각종 생면과 라비올리로 만든 ‘치로 올리보’표 짬뽕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환상적인 맛을 자랑한다.

  • about restaurant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를 거쳐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김형래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요리는 손맛과 정성’이라는 철학을 담아 피자에 사용하는 도우, 파스타의 생면, 젤라토에 이르기까지 모든 메뉴를 홈메이드 방식으로 요리한다.

홈메이드 햄버거

브루터스

파워풀한 단백질 메뉴로 원기 충전!
주말에는 브런치 메뉴를 선보이지만 평일에는 오후 6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브루터스에서는 야식으로 패밀리 밀을 만들어 먹는다. 밤 10시가 훌쩍 지나고 그들이 먹는 것은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무색해지는 고칼로리, 고단백질 위주의 음식이다. 요리를 하는 작업이 그만큼 고된 노동과 순간적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스테이크 전문점이라 쇠고기는 냉장고에 늘 쌓여 있다. 두툼한 패티, 달걀 프라이, 아삭한 채소, 사르르 녹아내리는 체더치즈까지 올린 홈메이드 햄버거는 스태프가 즐겨 먹는 메뉴이다. 마카로니 대신 라면에 치즈를 듬뿍 올려 오븐에 구운 초스피드 라면치즈는 포만감과 함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아이디어 간식이기도 하다.

  • about restaurant
    르 코르동 블뢰를 졸업한 뒤 ‘팔레 드 고몽’, ‘씨네 드 셰프’에서 경험을 쌓은 유성남 오너 셰프가 이끄는 브루터스는 청주 지역의 초정 한우 1++ 등급 암소로 구운 스테이크를 필두로 한우로 만든 햄버거스테이크, 육회파스타 등 최고급의 쇠고기 요리를 선보인다.

항정살볶음밥

정식당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반전 식탁
신사동에 위치한 서울 정식당에는 임정식 오너 셰프를 필두로 이현아 헤드 셰프를 비롯한 10명의 셰프와 최은식 소믈리에를 포함해 홀 팀원 5명이 근무하고 있다. 오후 3시, 레스토랑의 문이 닫히면 늦은 끼니를 해결하려는 정식당 스태프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패밀리 밀을 만드는 것은 보통 수셰프(sous-chef)의 몫이지만 ‘빨리 만들어 먹고 빨리 쉬기’ 위해 뒷정리와 설거지는 모두 함께한다. 팀워크가 빛을 발하는 시간이다. 정식당 스태프가 가장 자주 만들어 먹는 것은 볶음밥. 임정식 셰프가 뉴욕에 식당을 처음 냈을 때 화력이 센 불에 후다닥 볶아 불맛을 낸 볶음밥이 인기를 끌면서 서울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시간 효율을 위해 식판에 담아 먹지만, 음식의 퀄리티는 최상이다. 오늘 선보인 주 메뉴는 손질하고 남은 항정살을 넣은 볶음밥과 두부를 직접 만들고 남은 비지를 넣어 담백하게 지진 김치전. 거기에 식전 빵인 청양바게트를 튀겨 설탕과 계핏가루를 뿌린 러스크와 수박주스로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챙긴다.

  • about restaurant
    서울과 뉴욕에 기반을 둔 정식당은 ‘뉴 코리안 다이닝’을 표방하며 독창적인 한식을 선보인다. 프렌치 스타일의 한식 코스 요리로 미니멀한 음식 담음새는 미각뿐 아니라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뉴욕 정식당은 미슐랭 1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소콩팥찹스테이크

태번 38

막내의 손을 거쳐 탄생한 오늘의 스페셜 메뉴
태번 38에는 주방 스태프 다섯 명과 홀 직원 세 명이 근무하고 있다. 패밀리 밀은 ‘트레이닝’을 의도한 고병욱 오너 셰프의 방침에 따라 막내 3명이 돌아가면서 준비한다. 주로 메뉴에 있는 삼겹살, 족발 등의 자투리 돼지고기를 활용해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다. 소 뇌, 심장, 콩팥, 식도, 자궁 등 특수 부위도 종종 사용한다. 프렌치 퍼브이지만 패밀리 밀은 한식 위주로 차리는데 비빔밥, 미역국, 볶음류가 주를 이룬다. 남은 생선 뼈로 매운탕을 끓이거나 가끔은 콩국수도 만드는데 백태를 불리고 직접 면을 뽑기 때문에 1박 2일이 소요된다. 김치가 떨어지면 액젓 대신 안초비를 갈아 파김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가끔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에 주방 스태프가 각자 만든 음식을 시식하며 잔치를 벌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 about restaurant
    서초동 주택가에 위치한, 미국식 프렌치 퍼브(pub)를 지향하는 태번 38. 클래식하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와 경쾌한 음악, 탁 트인 오픈 키친. 이곳은 젊은 스태프가 주는 밝은 에너지로 가득하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프렌치 레스토랑 ‘부숑’과 청담동 ‘레스쁘아’에서 경력을 쌓은 고병욱 셰프가 이끌고 있다.

토마토닭볶음탕

슈밍화 미코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처럼 배가 두둑해지는 한식 상차림
닭볶음탕에 달걀말이, 오이냉국, 밥. 가정에서 흔히 먹는 보통의 밥상이다. 패밀리 밀을 담당하고 있어 슈밍화 미코의 스태프 사이에서 ‘엄마’로 불리는 전상호 수셰프는 힘든 주방일로 지친 식구들에게 한 끼라도 든든하게 먹이기 위해 수고스럽더라도 한식을 고집한다. 물론 바쁜 와중에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 일품요리를 주로 만든다. 오늘 메뉴는 입맛 돋우는 닭볶음탕. 보기에는 아주 평범하지만 프로 셰프의 손을 거친 만큼 뭔가 색다른 맛이다. 매콤한 닭볶음탕에 홀 토마토를 넣어 깔끔하면서도 은은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 about restaurant
    일본 조리사전문학교와 스시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국내에 최초로 분자요리를 도입한 신동민 오너 셰프가 주방을 이끄는 슈밍화 미코에서는 낮에는 캐주얼한 일식 요리를, 저녁에는 일식을 기반으로 한 창작 요리를 선보인다.

이베리코팟코시나

스페인클럽

신메뉴 개발과 시식, 평가의 시간으로 활용
신메뉴를 테이스팅하고 의견을 나누거나 메뉴 이름을 짓는 등 점심시간에도 ‘학구적’인 패밀리 밀의 정석을 보여주는 스페인클럽 홍대점. 소규모 업장에 6명의 비교적 단출한 스태프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모든 스태프가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치운다. 밥과 국 등 한식도 준비하지만 매끼 스페인 음식을 맛본다.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초리소를 채소와 함께 볶거나 스페인 왕실에서 먹는 돼지고기 품종 ‘이베리코’의 목살과 함께 육수에 익혀 먹기도 한다. 이것은 코시도라는 메뉴를 변형한 것인데 패밀리 밀 시간의 품평을 통과해 9월 중 정식으로 메뉴판에 오를 예정.

  • about restaurant
    일본 도쿄에서 시작해 가로수길과 이태원, 부산에 지점을 두고 있는 스페인클럽의 홍대점. 하몬, 파에야 등 스페인 각 지방의 전통 요리와 직수입한 와인, 맥주를 맛볼 수 있으며 지점별로 셰프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타파스를 선보인다.

우리가 레스토랑에 앉아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내는 동안, 주방의 스태프는 가장 치열한 시간을 보낸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 비로소 그들에게 브레이크타임이 주어지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패밀리 밀이 순식간에 완성된다. 레스토랑 메뉴에는 없는 오직 스태프를 위해 만든 음식이 오히려 정찬보다 더 근사하고 맛있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든 일과를 함께 치러낸 동료들을 위한 따뜻한 배려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Credit Info

포토그래퍼
권용상,정문기,김나윤,강태희
에디터
양연주,박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