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 소시지 등 육류 가공식품을 통칭하는 ‘살루미(salumi)’는 염장한 고기라는 뜻을 지닌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쿰쿰한 내음이 풍기는 델리숍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햄이 천장에 걸려 있는 진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웰메이드 가공식품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직접 살루미를 만들어 판매하는 레스토랑과 델리숍이 늘고 있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살루미 이야기.
혁신적인 저장 음식 '살루미'
항아리나 통 바닥에 소금을 깔고, 껍질이 아래로 향하도록 해서 고깃덩어리를 하나 넣는다. 전체에 소금을 뿌리고 그 위에 고깃덩어리 하나를 또 올리고 같은 방법으로 소금을 뿌린다. 이때 고기가 서로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모두 쟁인 다음 고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금을 듬뿍 넣고 고루 덮어준다. 5일 동안 소금에 재워두었다가 소금과 함께 '고깃덩어리'를 꺼내 다시 쟁이는데, 이번에는 맨 위에 있는 것이 바닥으로 가게 하여 차곡차곡 쟁인다. 12일이 지난 뒤 고깃덩어리를 꺼내 소금을 털어 내고 이틀 동안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매 달아둔다. 3일째 되는 날에 식초와 기름 섞은 것을 발란준다. 그런 다음 고깃간에 매달아두면 박쥐나 벌레가 일절 꼬이지 않는다
- 카토(Cato), <농업에 대하여 De Agri Culutura> BC 50
기원전 50년 무렵에 쓰인 농업 관련 책에 '햄'에 대해 서술된 점을 보면 햄은 오랜 역사를 지닌 식품임을 알 수 있다. 쉽게 변질되는 고기를 오랫동안 보존하는 것은 인류에게 중요한 숙제였다. 그런데 고기를 고농도 소금 처리(증발시킨 바닷물에서 얻은 소금, 암염, 고염도 식물의 재의 염분)해 수분을 없애고 박테리아와 곰팡이로부터 벗어나 오랜 기간 저장할 수 있었다.
about 생햄
햄은 돼지고기의 뒷다리살을 통째로 소금에 절여 건조한 것을 말하며, 수제로 만든 햄은 고급스러운 식품으로 손꼽힌다. 발효하면서 단백질이 맛 분자로 변하면서 군침이 돌게 만드는 글루탐산의 농도가 10배에서 20배까지 올라가게 되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맛있는 햄을 만들기 이전에 생고기를 오랜 시간 저장하기에 무엇보다 변질되지 않게 습도와 온도 조절이 중요하다. 경험을 토대로 한 고급 기술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살루미 종류 중에 만들기가 가장 까다롭고 고가로 팔린다. 최고의 생함으로 꼽히는 것은 이탈리아의 '프로시우토 디 파르마', 스페인의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 프랑스의 '장봉 드 바욘' 등이 있다.
프로사우토 디 파르마(prosciutto di parma)
파르마 지역 햄으라는 뜻으로 파르마는 파르메산치즈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쪽 지방이다. 밤과 유장을 먹여 사육한 파르마 지방의 돼지는 최상의 육질을 자랑하며, 염지하고 나서 훈연하지 않고 1년 이상 건조, 숙성된 생햄이다.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jamon dberico de bellota)
하몬은 스페인의 생햄이다. 스페인의 흑돼지로 만드는 하몬 이베리코, 흰 돼지로 만드는 것을 하몬 세라노라고 부르는데, 하몬 중에서도 도토리를 먹이고 목초지에 방목해 기른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를 최고로 친다. 2년 이상 전통적인 자연 건조 숙성시켜 만들어야만 이 이름을 붙일 수 있고, 더욱이 허가받은 업체만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장봉 드 바욘(jambon de Bayonne)
프랑스의 바욘 지방의 햄이라는 뜻으로 바욘 시와 인근 100km 이내 지역에서 철저한 규정을 지켜 생산한 햄이다. 베아른 지방에서 채취한 암염으로 돼지 뒷다리를 염장해 건조시킨 생햄으로 루이 14세가 연회장에서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풍미를 자랑한다.
about 소시지
'소시지(sausage)'는 소금(sal)'이라는 라틴어에서 나온 말로, 먹을 수 잇는 관에 소금을 친 잘게 썬 고기를 채운 것이다. 전통적으로 동물의 위장과 내장을 식용 외피로 이용했다. 소시지는 날것을 사서 바로 익혀 먹을 수도 있고, 발효할 수도 있고, 공기 중에 건조시키기도 하고, 원하는 보관 기간에 따라 다양한 온도에성 기히거나 훈연할 수도 있다. 피자에 올리는 향신료 향이 강한 이탈리아식 소스기 '페페로니', 소금과 향신료를 많이 넣어 간을 세게 맞추고 럼주를 가한 뒤 건조한 이탈리아식 소시지 '살라미', 세계 최고라고 칭송받는 스페인식 건조 스시지 '초리소'와 프랑스의 '소시송' 등이 있다.
- Plus info. 전쟁이 탄생시틴 통조림 햄
통조림 햄으로 가장 융명한 '스팸'은 제2차세계대전 중 미군은 물론이고 영국군과 러시아군을 포함한 연합군, 그리고 연합국 시민들에게 부족했던 단백질을 공급해준 전쟁의 숨은 공신이었다. 적절한 기술과 타이밍이 동시에 작용해 서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호멜社는 1937년 돼지 어깨살을 다진 뒤 여기에 햄을 섞고 소금과 녹말을 넣어 스팸 (SPAM-Shoulder of Pork and HAM)이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내놓았다. 부가가치가 낮은 돼지 어깨살을 고부가가치의 통조림 햄으로 탈바꿈 시킨 것이다.
the italian salumi
다양한 맛과 향을 내며 우리 입맛에도 친숙한 이탈리아 살루미의 종류와 맛있게 먹는 방법을 소개한다.
1. guanclale(구안치알레) 이탈리아어로 '볼살'이라는 의미를 지닌 구안치알레답게, 돼지고기 볼살을 염장한 뒤 건조한 것이다. 일반 훈연 베이컨과 판체타의 맛과 비슷한다. 고소한 기름 맛 때문에 주로 노릇하게 구워 먹는데, 카르보나라와 아마트리치아나파스타에 사용된다.
2. culatello(쿨라텔로) 염장 햄 중 고급으로 간주되는데 그 이유는 뒷다리의 뼈와 돼지 지방, 껍질 부분을 제거하고 살코기 부위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장이나 방광에 싸서 건조시키며, 얇게 잘라서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3. bresaola(브레사올라) 쇠고기에 각종 향신료와 소금을 넣어 절인 뒤 건조시킨 것으로 롬바르디아 주 발텔리나(Veltellina)의 특산물이다. 드라이 비프의 일종으로 홍두깨살로 만들었다.
4. coqqa(코파) 목살과 어깨살로 만드는 코파는 갈지 않고, 덩어리째 염장해 오랜 시간 건조 보관한다. 원통 모양으로 만든 것을 케이싱에 넣어 말린다. 얇게 슬라이스해 식사 전 안티파스토로 즐겨 먹는다.
5. speck(스펙) 뼈를 제거한 돼지 뒷다리에 향신료를 넣고 20℃가 넘지 않게 10일간 훈제한 뒤 5개월간 숙성시킨 것으로 풍미가 좋아 요리에 사용하거나 샌드위치에 넣어 먹는다.
6. pancetta(판체타) 삼겹살을 이용해 만든 판체타는 훈제하지 않은 이탈리아 베이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얇게 슬라이스해 노릇하게 구워 먹는 것이 알반적이며 채소와 함께 굽거나, 카르보나라, 스튜, 수프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7. prosctutto cotto(프로시우토 코토) 이탈리아어로 익혀진 햄을 의미한다. 이탈리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시용되며 나트륨 함량이 매우 낮다. 주로 샌드위치나 피자에 올린다.
How to Make 판체타 만들기
일반적으로 살루미를 만들 때에는 100%의 고기에 소금, 아질산염이 함유된 큐어링 솔트, 설탕, 향신료를 섞은 절임양념을 발라 염장한다, 그 뒤 절임양념을 씻어 낸 뒤 후추를 뿌리거나 훈연하여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절적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말리면 완성된다. 삼겹살 부위로 만드는 이탈리아 베이컨인 판체타는 엄밀히 햄과는 달리 분류되지만 원리는 같다. 활용도가 높고 가정에서 만들 수 있는 살루미인 판체타 만드는 과정을 통해 맛의 비밀을 풀어본다.
재료 껍질 제거한 삼겹살 2.25Kg, 코셔 소금 50g, 큐어링 솔트 12g, 흑설탕 26g, 통후추 40g, 마늘 4쪽, 주니퍼베리 10g, 월계수 잎 4장, 넷메그가루 4g, 타임 4~5줄기
1 삼겹살은 뼈를 제거하고 모서리를 잘라 반듯한 사각형으로 자른다.
2 마늘, 통후추, 주니퍼베리, 월계수 잎, 타임을 돌절구에 넣고 간 뒤 소금, 큐어링 솔트, 흑설탕, 넛메그가루를 넣고 고루 섞는다.
염장 핵심 포인트
소금의 중요성
생돼지고기가 숙성되는 동안 부패를 막아줄 뿐 아니라 그 모양과 식감에도 기여한다. 높은 염도는 보통 단단하게 뭉쳐 있는 근세포를 분리시킨다. 생햄 덩어리를 잘라 투명하게 빛을 내는 것은 바로 근세포의 단백질 필라멘트가 소금으로 인해 분리되기 때문이다. 또한 근섬유도 약화시켜 탈수로 인해 조직의 밀도가 높아져 질깃한 식감을 낸다.
큐어링 솔트(curing salt, 절임용 소금)의 효과
큐어링 솔트는 절임용 소금으로 아질산염과 질산염이 함유되어 있어 일반 소금과 구분할 수 있도록 분홍빛을 띠어 핑크 솔트라고도 한다. 큐어링 솔트는 2가지 종류로, 소금 93.75%와 아질산염 6.25%가 혼합된 것(curing salt #1)과 소금 89.7%, 아질산염 6.25%, 질산염 4%가 혼합된 것(curing salt #2)이 있다. 아질산염은 지방 산화를 더디게 하고 악취를 막아 curing salt #1은 생소시지와 스모크 햄에 사용된다. 질산염은 공기 중에 잇는 박테리아를 억제해주고 착색 효과가 있어 curing salt #2는 익히지 않고 소금에 절이는 햄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질산염과 아질산염은 다른 음식 성분들과 반응하여 발암물질을 형성해 사용을 꺼리는 것이지만, 극소량은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질산염과 아질산염 잔류 허용량을 0.02%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터넷에서 '피클링 솔트'라고 검색해 구입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큐어링 솔트보다 아질산염 함량이 높아 약간 덜 써야 한다. 큐어링 솔트를 구입하고 싶으면 외국 사이트에서 구매한다.
3 2의 삼겹살 겉면에 고루 바른다.
4 공기가 절대 통하지 않도록 비닐로 감싼 뒤 대형 지퍼백이나 밀폐용기에 절임양념을 바른 삼겹살을 넣고 냉장고에 7일간 둔다. 그동안 삼겹살과 절임양념이 분리되지 않도록 밀봉한 상태에서 하루걸러 한 번씩 뒤집는다.
5 7일 뒤에 삼겹살ㄹ을 눌러보아 단단하면 염장된 것이므로 꺼낸다. 만약 단단하지 않으면 1~2일간 더 둔다.
6 삼겹살을 지퍼백에서 꺼내 찬물에 담아 럽을 씻어 낸 뒤 물기를 업앤다.
7 살코기 부위에 굵게 빻은 통후추를 뿌린 뒤 단단하게 돌돌 만 다음 롤 안으로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실로 단단하게 묶는다.
8 온도 8~15℃, 습도 60%의 시원하고 바람이 잘 통하며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 삼겹살을 매달아 2주간 건조시켜 완성한다.
*생고기를 말리기 때문에 상하지 않도록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겨울에 만든다. 판체타의 경우 생으로 먹지 않고 구워 먹기 때문에 너무 단단하게 말려지지 않도록 습도를 잘 맞춰야 한다. 만약 단단해질 것 같으면 랩을 싼 뒤 냉장고에 넣어둔다.
9 완성된 판체타는 랩으로 싼 뒤 냉장고에 3주 정도 또는 냉동실에 4개월 정도 저장하며 먹는다. 냉동실에 두었다가 사용하면 얇게 잘 썰린다.
살루미의 일반 공식(소시지 제외)
MEAT 100% + SALT 3% + CURING SALT 0.25% + SUGAR 0.5% + SEASONING 풍미 + FERMENTING 2주~1년 이상
온도 12~18℃, 습도 60~70%, 공기 순환식
돼지고기 부위에 따른 살루미 종류
1 목심은 근육잘의 지방기가 있는 뷔위로서 주로 소시지를 만든다.
2 턱살(턱 아래로 늘어진 살)은 고기와 지방이 넓고 가느다란 부위로 판체타와 같이 소금과 시즈닝을 한 뒤 돌돌 말아 건조하거나, 염장해 걸어 말리는 식의 햄을 만든다.
3 어깨살은 미국에서 특별히 인기 잇는 피크닉 햄을 만드는 부위다. 스모크한 햄으로 주로 바비큐 요리나 샌드위치에 넣어 먹는다.
4 뒷다리살은 생햄을 만드는 부분으로 장봉, 하몬, 프로시우토, 스미스필스 햄 등을 만들 수 있다.
5 삼겹살은 베이컨을 만들 때 사용한 부위다. 갈비뼈를 제거한 뒤 직육면체로 자른 삼겹살 부위를 소금과 큐어링 솔트로 염장해 훈연한 일반적인 베이컨이나 소금과 큐어링 솔트, 시즈닝으로 염장한 뒤 돌돌 말아 2주 정도 말린 이탈리아식 베이컨인 판체타를 만든다.
6 정강이 부위는 피크닉 햄이나 생햄을 만들 때 함께 사용한다.
Enjoy it!
요리를 하지 않고 생햄을 얇게 썰어 먹거나 볶기만 해도 맛잇는 살루미. 간단하지만 최상의 맛을 전하는 요리를 이탈리아 레스토랑 & 델리숍 '오키친 3'의 이경호 셰프가 제안한다.
1. 무화과와 코파
달콤한 과일과 햄은 환상적인 맛의 궁합을 전한다. 7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생과로 섭취할 수 잇는 무화과에 코파를 곁들이고 농도 짙게 조린 발사믹을 뿌린다.
2. 카르보나라와 구안치알레
판체타와 같이 구안치알레는 적당한 기름기와 풍미가 잇어 파스타에 즐겨 사용한다. 구안치알레를 팬에 노릇하게 볶은 뒤 익힌 파스타와 달걀노른자, 페코리노치즈를 넣고 섞는다.
3. 달걀 프라이와 스펙
짭조름한 햄이나 소시지는 달걀과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바삭하게 구운 스펙 슬라이스를 달걀 프라이에 올린 뒤 후춧가루를 뿌린다.
4. 치아바타와 프로시우토 코토
익히지 않아도 슬라이스해 바로 먹을 수 잇는 프로시우토 코토는 촉촉한 육즙이 응축되었으며 향이 강하지 않아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다. 치아바타 빵에 머스터드를 바른 뒤 프로시우토 코토를 듬뿍 올린다.
햄, 소시지 등 육류 가공식품을 통칭하는 ‘살루미(salumi)’는 염장한 고기라는 뜻을 지닌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쿰쿰한 내음이 풍기는 델리숍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햄이 천장에 걸려 있는 진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웰메이드 가공식품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직접 살루미를 만들어 판매하는 레스토랑과 델리숍이 늘고 있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살루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