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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꿈꾸는 이 시대 농부를 만나다 (2)

On October 04, 2013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된 제철 식재료를 일컫는 ‘로컬푸드’, 흔히 국산 식재료를 로컬푸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살면서 서울에서 재배된, 그것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생산되는 진정한 의미의 로컬푸드를 먹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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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의 로컬푸드, ‘MIM(Made in Mapo)’을 아십니까?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된 제철 식재료를 일컫는 ‘로컬푸드’, 흔히 국산 식재료를 로컬푸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살면서 서울에서 재배된, 그것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생산되는 진정한 의미의 로컬푸드를 먹을 수 있다면? 사람들 복작이는 홍대의 옥상 텃밭에서 재배된 새빨간 비트와 싱싱한 당근, 그것을 재료로 구입해 사용하는 오개닉 레스토랑 이야기를 소개한다.

홍대 유기농 카페 수카라에 납품되는 ‘MIM’

홍대텃밭다리와 대륙텃밭에서는 밭에서 재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작물이 재배된다. 감자와 고구마 등의 뿌리채소는 물론 상추, 치커리, 로메인 등의 잎채소와 고추, 피망, 파프리카, 가지, 콩, 무, 파까지. 다양한 종류의 허브는 기본이다. 홍대다리텃밭과 대륙텃밭에서 갓 수확한 작물을 납품하는 곳은 꽤 여러 곳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객은 홍대의 유기농 카페 수카라다.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도심 장터 ‘마르쉐@’을 기획하고 옥상 텃밭 기획에 참여하는 등 최근 서울에 부는 ‘도시농부’ 바람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수카라의 김수향 대표는 ‘MIM’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열렬한 팬이다.

매주 홍대텃밭다리의 작물을 주문해 이를 카페 수카라의 메뉴에 적극 활용한다. 특히 신선함이 생명인 샐러드에 들어가는 채소는 거의 ‘MIM’ 제품이다. 그녀 또한 대륙텃밭에 자신의 텃밭을 가꾸고 있기도 하다. 그녀의 단골 중에는 “홍대텃밭 다리에서 재배한 채소가 들어가는 메뉴로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손님들이 있을 만큼 마포 로컬푸드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홍대 도심 속 옥상 텃밭, 홍대텃밭다리와 대륙텃밭

지난해 여성환경연대가 홍대 지역 주민과 예술가, 청년들과 함께 가톨릭청년회관의 옥상에서 시작한 ‘홍대텃밭다리’와 그 성공에 힘입어 올봄 상수동의 카페 ‘무대륙’ 옥상에 만든 ‘대륙텃밭’은 하나둘씩 늘어나는 도심 옥상 텃밭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뽑힌다. 여성환경연대의 텃밭 멘토들의 열성적인 가르침과 농사꾼다운 착실한 면면이 시골의 어느 텃밭보다도 건강하고 맛있는 작물을 무럭무럭 키워내고 있는 것. 여성환경연대의 텃밭 교육 활동가이자 홍대텃밭다리의 멘토 박정자 씨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 텃밭을 돌며 작물을 재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홍대텃밭다리와 대륙텃밭의 채소가 그토록 맛있는 이유를 알게 된다. 7년여의 농사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농작물을 들여다보고 매만지는 박정자 씨의 정성, 그리고 친환경 농부들을 초대하는 워크숍과 독학 등을 통해 나날이 성장하며 열정을 쏟는 젊은 멘토들의 노력 덕분이다. 이런 정성과 노력이 마포에서 나는 채소 브랜드 ‘MIM’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1 홍대텃밭다리의 작물이 배달되면 수카라 야외 테이블에 옛날식 저울이 올려진다. 잎채소와 뿌리채소 등이 무게 단위로 가격이 책정되어 거래되는 것. 생산자와 직접 얼굴 맞대고 거래하는 즉석 장터에는 늘 웃음이 넘쳐난다.
2 수카라의 MIM 메뉴, 칙피샐러드와 민트시럽소다 수카라의 대표 메뉴인 ‘칙피샐러드’에 들어가는 잎채소는 모두 MIM 제품이다. 농약을 치지 않은 건강식품이자 윤리적인 음식인 동시에 맛 또한 각별하다. 대표가 직접 재배한 민트를 끓인 시럽을 넣은 소다는 마시는 순간 ‘하아’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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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문화 콘텐츠로 꽃피운 ‘파절이’

높은 아파트와 빌딩에 둘러싸인 도심 옥상, 기하학적인 삼각형의 조형물에서는 꽃이 자라고 새하얀 파이프 속에서는 푸른 잎채소가 살랑인다.그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해맑게 웃는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파릇한 젊은이, ‘파절이’라 부른다.

빵 내음 가득한 공중텃밭

올해 파절이는 빵 굽는 냄새가 온종일 환기구를 통해 올라오는 달콤한 옥상 텃밭을 갖게 되었다. 퍼블리크의 사장 박흥식 씨가 자신의 빵 공장이 위치한 건물 위에 젊은 농사 문화를 꽃피울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이 텃밭을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그들은 새로운 텃밭 문화를 디자인했다. 너른 아스팔트 바닥은 보기 좋게 구획하고 낮은 담장을 쌓아 흙을 가두었으며, 버려진 서랍장과 파이프에 흙을 담아 씨앗을 뿌렸다. 그렇게 완성된 텃밭은 농작물을 키우기에 최적의 모습은 아닐지언정 다른 젊은이들에게 도심 속 새로운 문화로서의 농사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푸릇하게 번져나가는 텃밭 놀이 문화

20대 중후반, 4명의 운영진이 이끄는 파절이는 올해 1월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현재 100여 명이 넘는 회원들과 함께 옥상 텃밭을 꾸려나가고 있다. 매일 밤 옥상의 반짝이는 전구 아래에는 젊음의 고민과 낭만이 술렁인다. 땀 흘려 농사짓고 마시는 술 한 잔의 맛에 반해 맥주 파티도 잦다. 텃밭에서 잎채소 뽑아 즉석에서 샐러드 만들어 상에 올리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이들은 도시 젊은이들에게 농사 문화의 매력을 알리고, 농촌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이들이 먹을거리와 생명의 기쁨을 공유할 수 있도록 문화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체험 강좌나 심야 옥상 영화제 등을 열고 베이커리 퍼블리크와 함께 ‘옥상 원 테이블 레스토랑’도 기획 중이다. 이들은 농사를 통해 새로운 문화가 퍼져나가길 희망한다.

영화를 즐겨 본다고 모두가 영화감독이 될 필요는 없듯이, 모두가 농부가 될 필요는 없다. 그저 흙을 만지며 농업을 느끼고 열매 하나의 고마움을 되새기는 것만으로 도시농업의 가치는 충분하다.

1 ‘파절이’를 이끌어가는 운영진 3인방. 이예성 팀장과 나혜란 대표, 류소미 팀장.(왼쪽부터)

소슬바람에 팔랑이는 새싹처럼

파절이를 이끄는 나혜란 대표는 광고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상업적인 광고보다 소셜 디자인과 환경에 관심이 많아 농사도 문화 콘텐츠로 디자인할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 대학교의 텃밭 동아리에서 또래 친구를 모은 그녀는 노들섬의 작은 부지에서 텃밭 경작을 시작했다. 비록 자그마한 텃밭이지만 농사 경험이라고는 없는 이들의 농사는 그야말로 고생길이었다. 하얀 피부가 까맣게 익어갈 무렵, 이들은 마침내 고구마와 당근, 갖가지 잎채소를 길러내는 데 성공했다. 친분이 있던 카페 수카라의 김수향 대표가 적은 양이나마 값을 내고 작물을 공급받기로 했고 재기 발랄한 파절이 친구들은 ‘자전거로 농작물 배달’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젊은이들이 자전거에 농작물을 싣고 홍대 한복판을 달리는 모습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도시농부계의 아이돌’로 급부상했다. 논두렁을 노니는 샛노란 병아리, 흙에서 피어난 푸릇한 새싹이 그들에게 주어진 이미지이다. 온라인에서는 잘 알지도 못하는 그들을 위한 돈이 천만원이나 모아졌다. 그들이 경작한 고구마로 홍대 앞 유명 프렌치 베이커리 ‘퍼블리크’에서 고구마빵을 판매하는 모습은 ‘이 젊은이들이 무언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된 제철 식재료를 일컫는 ‘로컬푸드’, 흔히 국산 식재료를 로컬푸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살면서 서울에서 재배된, 그것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생산되는 진정한 의미의 로컬푸드를 먹을 수 있다면?

Credit Info

포토그래퍼
정문기,김나윤,강태희
어시스트
최지은
에디터
<에쎈>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