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설원에서 즐기는 한겨울 캠핑의 묘미를 아는지? 그 낭만의 맛을 아는 마니아들에게는 추위도 즐거움이 된다.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로 구성된 캠핑 크루 ‘게릴라즈’는 겨울 캠핑의 낭만을 옥상으로 옮기기로 했다. 도심의 달빛 아래 매캐한 바비큐 연기와 모닥불에 끓인 정종 한 주전자로 왁자지껄 취기가 오르는 낭만의 옥상 캠핑.
1 시멘트 바닥에 텐트와 타프를 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눈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지
5명의 천방지축 게릴라즈가 캠핑을 가기로 한 주말은 영하 15℃, 도시의 아스팔트는 하얀 눈으로 뒤덮이고 꽁꽁 얼어붙은 거리는 고요했다. 그리고 이들이 가려 했던 산중도로는 빙판으로 변해 올라갈 수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다고 포기할쏘냐, 우리는 ‘섹스 앤 더 시티’가 아니라 ‘캠핑 앤 더 시티’다. 캠핑 갈 생각에 밤새 부푼 마음과 그만큼 부풀어 있는 배낭을 그대로 안고 옥상으로 직행. 얼굴을 때리는 칼바람에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던 그들도 잠시 숙연해졌지만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풍광이 제법 운치 있다.
“야~~ 하나도 안 춥다~~~!” 호기롭게 외치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이들은 하얀 입김을 푸푸 내뿜으며 텐트와 타프를 치기 시작한다.
1 추위를 녹여주고 음식을 익혀줄 모닥불, 더치 오븐에는 뜨거운 김으로 푹 쪄 낼 통삼겹살과 과일을 그득 채웠다.
2 가스등과 오일 램프, 불 위에 올릴 수 있는 빈티지 수통과 주전자, 각종 술과 군대용 야전 식량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3 더치 오븐 위에 숯의 일종인 브리켓을 올리면 아래위로 열을 받아 음식이 균일하게 익는다.
4 한 번 사그라진 불씨는 다시 살리기 어려워서 계속 불길을 유지하기 위해 장작을 충분히 쌓아두었다.
어스름이 내려앉으면 오일 램프에 불이 들어오고…
화로에 장작을 쌓고 모닥불을 피우자 잿빛 옥상의 영혼이 삽시간에 화르르 일어난다. 텐트 안에는 따뜻한 온열 기구를 넣어 공기를 훈훈하게 데워둔다. 어스름이 내려앉을 무렵 램프에 등유를 부어 딸깍딸깍 산소를 불어넣자 거짓말처럼 환한 불빛이 일렁인다. 친구들과 낭만을 즐기는 데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어느덧 작은 촌락이 된 옥상에 음악이 한 겹 덧씌워지니 공기까지 부드러워진다.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처음 해본 캠프파이어의 마술적인 기억이 되살아난다. 혹한의 추위에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낭만까지 더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먹고 마시는 일. 캠핑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맛있는 먹거리다. 화롯대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고기가 가득 담긴 더치 오븐을 건다. 새까만 주물로 만든 묵직한 더치 오븐을 이용한 요리야말로 남자의 요리. 뚜껑을 덮어 그 위에 이글이글 불타는 브리켓까지 올리면 그 속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꿀맛일 것만 같다. 불을 하나 더 피우고 그릴 판을 올린다. 그 위에는 두껍게 썬 살코기가 턱턱 올라간다. 캠핑에서 바비큐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 맥주와 함께할 잘게 썬 양고기는 마늘과 함께 꼬치에 끼우고 수제 소시지에는 칼집을 낸다. 옥상 여기저기에서 꼴깍,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더치 오븐은 고기의 육즙을 머금은 김을 내뿜으며 더욱더 까맣게 번들거리고 소시지는 자기 멋대로 툭툭 터지고 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다들 맥주병부터 따고 본다. 영하의 날씨에 얼음처럼 차가워진 맥주가 목구멍을 뻥 뚫는다. 어서 국물을 끓여야겠다. 이번에는 가스버너를 올려 냄비 가득 국물을 붓고 해산물을 쏟아부어 오뎅탕을 끓이기 시작한다.
4 캠핑의 꽃 바비큐용 고기와 소시지를 넉넉하게 준비했다. 최고급 참숯을 사용해 숯불고기바비큐의 맛이 가히 최고다.
5 음악을 위한 휴대용 스피커
6 함께 캠핑을 하면 깊은 속마음도 툭툭 털어놓게 된다.
7 과일삼겹살찜이 먹음직스럽게 익었다.
더치 오븐에서 나는 기름지고도 향긋한 내음이 절정에 달한다. 삼각대에서 더치 오븐을 내려 뚜껑을 열자 푹 익은 과일 밑으로 삼겹살이 부들부들 춤을 춘다. 도마에 고기를 올리고 숭덩숭덩 썰어 한 점씩 돌린다. 과일 향을 뒤엎은 야들야들한 고기가 입안에서 녹아내리자 다들 쾌재를 부른다.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전송, 바로 달려오겠다는 답이 속속 도착한다. 다시금 혹한의 추위를 느낄 무렵 따끈하게 데워진 정종을 한 모금 마신다. 얼어붙었던 온몸 구석구석이 나른하게 녹는다. 첫 손님으로 주환 씨의 친구가 등장하고 도심 속에 나타난 촌락의 풍경과 강추위에 어안이 벙벙해진 그에게 펄펄 끓고 있는 해물오뎅탕을 한 국자 건네자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다.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이 배 속 가득 퍼져 술을 부른다. 음식이 술을 부르고, 흥이 흥을 부르고, 사람이 사람을 부른다. 텐트에서 함께 밤까지 지새고 나면 이들의 사이는 꽤나 가까워질 것 같다. 그리고 캠핑 크루 게릴라즈는 아무래도 새롭게 발견한 옥상 캠핑의 매력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다.
도심 속에서 즐기는 색다른 체험 캠핑 레스토랑
야생의 즐거움 청계천 OUTDOOR KITCHEN
캠핑을 비롯해 바이크와 등산, 낚시, 보드 등 다양한 레포츠 문화를 즐기는 혈기 넘치는 젊은 스태프들의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 찬 아웃도어 키친은 언제 가도 즐거운 캠핑 레스토랑이다. 국내 픽스드 기어 바이크 숍 중 가장 오래된 ‘LSD 바이크 숍’에서 비슷한 레포츠를 즐기는 이들과 문화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가게 옆에 캠핑을 콘셉트로 레스토랑을 만든 것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청계천 옆 야외 천막에서 즐기는 숯불 바비큐의 맛과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시간과 여력이 여의치 않아 캠핑을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대리 만족을 선사하는 것. 목살바비큐와 LA갈비가 인기 메뉴이고 양고기를 찾는 마니아도 많다. 아웃도어 키친의 패키징이 눈에 띄는 수제 소시지와 갈비라면은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이다. 한겨울에는 야외에 어묵 바를 마련해 추운 날씨에 즐거움을 더한다. 본점의 인기로 현재 대전에 2호점을 계획하고 있다.
위치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 12-46
영업시간 오후 6시~새벽 2시 휴일 일요일
주차 가능 문의 02-2233-4309
메뉴 목살 1인분 1만2천원, LA갈비 1인분 1만5천원, 모둠소시지 1만5천원
편안하고 여유로운 캠핑 그릴 요리 일산 GLAMPING
캠핑이 재밌기는 하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준비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밖에서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것이 번거로움 이들을 위해 요즘 떠오르고 있는 것이 글램핑.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로 호사스럽고 여유로운 캠핑을 뜻한다. 자신이 직접 캠핑 장비를 챙기는 번거로움 없이 모든 준비가 끝난 곳에 가서 여유롭게 즐기다 오는 것으로 캠핑 레스토랑 ‘글램핑’도 이런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다. 깨끗하고 넓은 매장에 펼쳐진 가지각색의 텐트 중 마음에 드는 곳에 골라 앉으면 전문 셰프가 최고급 부위의 고기를 천연 숯에 알맞게 구워 내온다. 그릴 스테이크는 1등급 한우 고기와 드라이 에이징한 쇠고기 중 선택할 수 있고 6시간가량 훈제해 기름기 없이 담백한 훈연 바비큐도 준비되어 있다. 맥주 캔에 꽂혀 있는 통닭의 모양이 재미있어 모든 캠퍼들이 따라 해보고 싶어 하는 ‘비어캔 치킨’은 육질이 촉촉해 맥주 안주로 그만이다. 야외에는 소파와 평면 TV, 오디오와 보드게임 등이 완비되어 있는 카바나와 캠핑용 트레일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여유롭게 프라이빗한 시간을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인기다. 캠핑 매장에서도 볼 수 없던 다양한 텐트와 캠핑용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위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869번지 SK엠시티 지하 1층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마지막 주문 오후 10시) 휴일 명절
주차 가능 문의 031-9908-6535
메뉴 그릴 플래터 2인분 4만5천원, 스모크 플래터 2인분 4만5천원, 비어캔 치킨 2만5천원
캠핑 마니아 대표의 넉넉한 인심 상수 I’m CAMPER
캠핑 붐을 타고 캠핑 콘셉트의 레스토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상수동의 작은 골목에 간판 하나 없이 자리 잡아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아임 캠퍼’가 바로 이 유행을 이끈 국내 1호 캠핑 레스토랑이다. 실제로 직접 캠핑장을 운영할 정도로 열혈 캠핑 마니아인 대표가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홍대에서 ‘수영장이 있는 카페’로 이름을 떨치던 ‘카페 405 알파’ 등을 오픈해 외식업계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던 대표는 어느 날부터 산이 좋아 산을 찾다가 도시 생활을 접고 산속으로 들어가 살면서 캠핑의 달인이 되었다. ‘아임 캠퍼’는 다시 도시로 돌아온 그가 캠핑족들의 정보 교류를 위해 오픈한 공간으로, 직접 도전해보지 못했지만 캠핑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 찬 젊은 층에게 더 인기다. 몇 시간 동안 훈연해 익혀 향이 일품인 두툼한 목살과 수제 소시지, 버섯과 단호박 등 구운 채소와 시저샐러드에 옥수수가 한 접시 수북이 쌓여 나오는 캠퍼 세트는 푸짐한 양과 맛으로 승부한다. 게다가 모든 채소는 건강을 생각해 텃밭에서 재배한 유기농만을 사용한다고 하니 더 바랄 게 없다. 언제 가도 화통한 대표와 친절한 이모가 있어 더욱 기분 좋은 캠핑 레스토랑이다.
위치 서울 마포구 상수동 329-7 1층
영업시간 오후 6시~새벽 2시(토요일은 오후 5시부터) 휴일 일요일
주차 불가능 문의 02-334-0770
메뉴 캠퍼 세트 3만5천원부터, 목살김치찌개 1만5천원
새하얀 설원에서 즐기는 한겨울 캠핑의 묘미를 아는지? 그 낭만의 맛을 아는 마니아들에게는 추위도 즐거움이 된다.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로 구성된 캠핑 크루 ‘게릴라즈’는 겨울 캠핑의 낭만을 옥상으로 옮기기로 했다. 도심의 달빛 아래 매캐한 바비큐 연기와 모닥불에 끓인 정종 한 주전자로 왁자지껄 취기가 오르는 낭만의 옥상 캠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