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셰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담긴 고향의 새해 음식을 소개한다. 독일, 프랑스, 미국, 스위스의 새해 풍경
* 쇠고기, 닭고기 등의 고기와 독일의 다양한 소시지, 버섯, 토마토, 아스파라거스 같은 각종 채소를 함께 준비해 취향에 따라 꼬치에 끼운 뒤 기름에 담가 익혀 먹는다. 기호에 따라 바비큐소스, 타르타르소스, 시저드레싱, 사우전드아일랜드, 홀스래디시, 마요네즈 등 소스를 준비해 찍어 먹는다. 이때 빵과 샐러드를 준비해 함께 곁들이면 훌륭한 만찬이 완성된다.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안드레아스 크램플(Andreas Krampl) 총주방장
독일 출신으로 19년간 해외 각국을 돌며 요리를 해온 안드레아스 크램플 셰프는 ‘부르고뉴풍 퐁뒤’를 선보이며 고향의 새해를 추억했다. “독일에서는 온 가족이 12월 31일 저녁에 모여 퐁뒤나 라클레트 같은 푸짐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기다가 1월 1일 영시가 되면 모두 길거리로 나가 불꽃놀이를 즐기고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Happy New Year’를 외치지요. 아몬드와 설탕, 달걀을 이겨 돼지 모양으로 만든 ‘마지팬 피그’ 같은 과자 선물을 전하며 행운을 빌고요.” 치즈 퐁뒤를 즐기는 스위스와 달리 독일에서는 치즈 대신 뜨거운 기름에 각종 고기와 소시지, 채소를 담가 익힌 뒤 빵과 샐러드, 취향에 맞는 다양한 소스를 곁들여 먹는 부르고뉴풍 퐁뒤를 즐긴다. 독일의 대중적인 음식으로 어렸을 때에는 기름에 담가서 직접 재료를 익혀가며 먹는 퐁뒤가 신기하고 재미있어 2~3시간이나 되는 식사 시간도 지루한 줄 몰랐다. 독일을 떠나는 마지막 해에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긴 음식이기도 하다.
* 메밀가루를 우유, 달걀, 물로 반죽해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짭짤한 맛의 크레이프와 관자를 곁들인 요리. 얇게 부칠수록 맛이 고소한 크레이프는 구운 다음 찢어지지 않게 돌돌 말아 준비한 뒤 대파의 흰 부분을 버터에 볶다가 크림을 넣어 고소하게 맛을 낸 소스를 그릇에 담고 버터에 구운 관자를 올려 냈다. 관자는 식으면 본연의 맛이 줄기 때문에 조리한 뒤 바로 먹는 것이 좋다.
라 셀틱, 뒤발 샤를(Duval Charles) 크레피에
프랑스 크레이프 전문점 라 셀틱의 오너 크레피에로서 한국에 머물고 있는 뒤발 샤를은 추억의 새해 음식으로 ‘관자를 곁들인 크레이프’를 소개했다. “12월 31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는 샴페인 잔을 들고 자정을 기다리는 파리지앵으로 가득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와 달리 12월의 마지막 날은 친구나 연인끼리 파티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지요. 1월 1일을 알리는 인사와 함께 모든 사람들이 ‘BONNE ANNEE(본 아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외치고 bijou(비쥬, 볼에 하는 가벼운 키스)를 하며 샴페인을 즐깁니다.” 크레이프는 크리스마스로부터 40일째 되는 날인 성촉절(촛불 축제일)에 먹는 것으로, 이때가 되면 우리나라의 설날과 마찬가지로 가족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마치 우리가 떡국을 먹으며 가족의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것처럼 프랑스인들에게는 크레이프가 한해 복을 기원하는 음식인 셈이다. 고향인 브르타뉴 지역은 해산물이 풍부해, 싱싱한 관자를 버터에 굽기만 해도 맛있다. 새해를 맞이해 메밀크레이프에 크림소스를 곁들여 어릴 적 추억의 맛을 회상했다.
* 상큼한 과일 필링으로 속을 채운 크럼블은 밀가루, 물, 소금, 블루베리 혹은 크랜베리 필링만 있으면 된다. 크럼블의 필링은 기호에 따라 체리, 무화과 등 상큼한 과일이면 어느 것이든 좋다. 밀가루에 소금을 섞고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손으로 비벼 부슬부슬한 상태로 만든 다음 오븐 용기에 필링을 채우고 크럼블을 얹은 다음 오븐에서 구워냈다.
타르틴, 디 가레트 에드워즈(D. Garrett Edwards) 셰프
올해로 한국 생활만 18년째 접어든 디 가레트 에드워즈 셰프는 새해 추억의 음식으로 ‘크럼블’을 꼽았다. “미국은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연말 내내 축제 분위기 속에 들떠 있어요. 12월의 마지막 날 뉴욕 타임스퀘어를 시발점으로 ‘Happy New Year’를 외치고 술과 샴페인을 즐기며 신나는 불꽃축제로 새해를 맞이하지요. 크리스마스부터 시작된 파티는 스테이크와 술을 기본으로 마지막에는 크럼블, 치즈케이크, 초코케이크, 파이 등 디저트로 달콤하게 마무리합니다. 1월 1일이 되면 기나긴 파티를 뒤로한 채 외식보다는 가정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 가족들과 조용한 하루를 보냅니다.”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에드워즈 셰프는 어릴 적부터 가족들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크럼블을 만드는 것을 즐겼다. 바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베리 필링이 조화로운 크럼블은 재료도 간단하고 만드는 방법도 쉬워 미국인들 모두가 사랑하는 디저트다. 여기에 달콤한 크림이나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가족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 사워크라우트를 씻어서 말린 다음 셀러리, 양파, 당근, 파와 함께 볶은 뒤 치킨스톡 그리고 훈제 소시지나 베이컨을 넣어 2시간가량 푹 끓인다. 수프가 끓으면 훈제소시지와 베이컨은 건져내고,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잘라놓은 감자를 마지막에 넣어서 끓인다. 감자가 익으면 수프를 그릇에 담고 훈제 소시지와 베이컨을 썰어서 곁들이면 사워크라우트를 활용한 유럽풍 수프가 완성된다.
가스트로 통, 롤란드 히니(Roland Hinni) 셰프
20살에 고향인 스위스를 떠나 이제는 타지에서 살아온 세월이 더 길다는 롤란드 히니 셰프. 하지만 여전히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스위스를 방문해 부모님이 해주는 고향의 맛을 마음껏 즐기고 온다. “특별한 새해 음식이나 문화는 없지만 12월 31일 저녁에는 친구들과 음식을 준비해 파티를 즐겨요. 자정이 다가오면 벨을 들고 거리를 다니면서 종을 치며 새해를 맞이하고요. 춥지만 흥겨운 연말을 보내고 맞이하는 새해 아침에는 굴라시 같은 따뜻한 수프로 몸과 마음을 데우며 차분하고 포근한 아침을 맞이하지요.” 독일어권인 베른(Bern)주가 고향인 그는 스위스와 독일에서는 우리나라의 김치와도 같은 존재인 사워크라우트로 만든 겨울 수프를 소개했다. 사워크라우트란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6주간 발효시킨 음식인데 이것을 한 번 씻어서 요리에 활용하기도 한다. 훈제한 쇠고기 소시지와 버섯, 딜 크림으로 만든 가니시를 올린 수프는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 썰매를 타고 놀다 들어와 따뜻하게 데워진 글루바인에 곁들여 먹으면 추위가 싹 가시게 해준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셰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담긴 고향의 새해 음식을 소개한다. 독일, 프랑스, 미국, 스위스의 새해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