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사망자 1위인 무서운 암이다. 2023년 우리나라에서 8만 5,271명이 암으로 생명을 잃었는데 이 중 1만 8,646명이 폐암 사망자다. 전체 암 사망자의 21.9%로, 암 사망자 5명 중 1명은 폐암으로 세상을 뜨는 것이다.
여성 폐암 증가세가 가파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남성 폐암 발생자는 2012년 1만 5,652명에서 2022년 2만 1,646명으로 10년 만에 38%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여성은 6,913명에서 1만 667명으로 54%나 증가했다. 2022년 49세 이하 폐암 발생자의 경우 여성이 709명으로 남성 577명보다 많았다. 젊은 나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폐암에 더 취약하다는 얘기다.
폐암에 관한 긍정적인 뉴스도 있다. 폐암은 빅 파마라고 불리는 전 세계 대형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대전이 펼쳐지는 분야다. 덕분에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최신 신약이 연이어 개발돼 생존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폐암 5년생존율은 1995년 12.5%에 불과했지만 2022년 40.6%까지 높아졌다.
김혜련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폐암센터장)는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등 최신 약물을 사용해 폐암을 고치는 의사다. 또한 대한폐암학회 이사와 유럽종양학회 학술위원으로서 아시아 폐암 가이드라인(치료 지침) 제정에 참여했다. 다양한 글로벌 신약 임상시험 책임자로 폐암 치료 개선에 기여하고 있고, 지금도 여러 임상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김 교수는 “폐암은 흡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종류가 수십 가지다”라며 “정확한 치료를 위해 어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암이 생겼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폐암 유전자 돌연변이는 EGFR(표피성장인자수용체), ALK(역형성 림프종 키나아제) 등이다. 폐암은 어떤 유형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겼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저선량 흉부 CT 검사는 폐를 1mm 크기로 잘게 잘라 단면을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작은 암도 쉽게 찾아냅니다.
일반 CT에 비해 방사선 노출량이 10분의 1 수준이에요.
여성 폐암 10년 사이 54% 증가
비흡연자 폐암 증가와 맞물려, 조리 환경도 의심
연간 폐암 발생자가 10년 사이에 43%나 증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흡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폐암 발생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어요. 특히 비흡연자 폐암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비흡연자 폐암의 원인으로는 간접흡연, 대기오염, 라돈 등 실내 유해 물질과 조리 시 발생하는 발암 물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성 폐암 증가율이 남성에 비해 크게 높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성 폐암 증가는 비흡연자 폐암 증가와 맞물려 있어요.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간접흡연뿐만 아니라 조리 퓸(Cooking fumes), 실내 오염 물질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추정합니다.
여성 폐암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비흡연자 여성 폐암의 대부분은 폐선암입니다. 폐암은 크게 조직학적으로 선암, 편평세포암, 소세포암 등으로 나뉘는데 담배와 관련된 폐암은 주로 기관지 중앙부에 생기는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이 많은 반면, 비흡연자나 여성 폐암은 폐 말초부에 생기는 선암이 흔합니다. 비흡연 여성 폐암에서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의 빈도가 높아요. 대표적으로 EGFR 돌연변이는 우리나라 폐선암 환자의 50% 이상에서 발견되고, ALK 유전자 돌연변이는 약 5% 미만에서 나타납니다. 따라서 EGFR 돌연변이나 ALK 돌연변이를 겨냥한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젊은 폐암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암은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죠. 젊은 암 환자의 경우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암이 많습니다. 돌연변이는 특정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변이된 상태를 말합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얘기하면 많은 이들이 “부모에게 유전된 거냐”라고 묻는데, 유전자 돌연변이는 가족력을 의미하는 유전과 달라요.
암에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 표적항암제로 공격할 수 있는 표적이 있기 때문에 치료가 더 수월하다는 건 사실인가요?
맞아요. 특히 비흡연자 폐암은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에 굉장히 많이 의존해 생존합니다. 그래서 이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약을 쓰면 치료 반응이 굉장히 빨라요. 반면에 흡연으로 인한 폐암은 흡연이 지속적으로 점막에 손상을 주면서 여러 개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산발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겨냥한 표적항암제 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조기 진단하면 80%는 생존
저선량 흉부 CT 검사, 1cm 이하 암도 찾아내
2022년을 기준으로 폐암 5년생존율은 암이 폐에만 있으면 79.8%이지만 주변을 침범하면 50.4%이고 멀리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 12.9%로 뚝 떨어집니다. 단계별로 생존율 차이가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1~2기는 수술로 암을 제거할 수 있지만 3~4기는 암이 다른 조직에 전이돼 있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아요. 폐암은 특히 뇌로 많이 전이되는데, 4기 폐암의 30%는 뇌에 전이된 상태이고, 뼈로 전이된 경우가 많아 치료하기 까다롭습니다.
폐암 조기 진단은 왜 어려운가요?
폐에는 감각신경이 없어 폐암 초기에는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어요. 또 건강검진을 할 때 찍는 엑스레이로는 폐암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요. 폐는 심장과 뼈로 가려 있어 엑스레이 검사로 1cm 이하 종양을 찾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폐암의 60%는 3~4기에서 발견됩니다.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 가야 하나요?
기침이 끊이지 않거나 가래에 피가 섞여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검사를 해봐야 해요. 또한 폐렴이 반복된다면 단순 폐렴이 아니고 기관지 내부에 뭔가 덩어리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암이 많이 진행됐을 수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적절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는 저선량 흉부 CT 검사는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저선량 흉부 CT 검사는 폐를 1mm 크기로 잘게 잘라 단면을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작은 암도 쉽게 찾아냅니다. CT 촬영으로 인한 방사선 노출을 걱정하는데, 저선량 흉부 CT는 일반 CT에 비해 방사선 노출량이 10분의 1 수준이에요. 방사선 노출량이 엑스레이 한 장 찍는 것과 비슷하다는 연구도 있어요. 저선량 흉부 CT 검사는 폐암 조기 발견에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고위험군(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55~74세)에게 국가가 연 1회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고위험군이 아닐 경우 자기 돈을 들여서라도 정기적으로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요?
아직 일반인을 대상으로 연구된 것이 없어 적극적으로 권유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폐암 의심 증상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간접흡연이나 좋지 않은 조리 환경에 노출된 사람은 2년에 한 번 정도 검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 검사에서 폐결절이 발견되면 굉장히 놀라는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요?
결절은 보통 1cm 미만의 크기로 대부분은 암이 아니기 때문에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어요. 그러나 결절이 늑막 주변에 있거나, 결절의 크기가 작더라도 삐쭉삐쭉한 모양을 하고 있거나, 음영이 좀 다른 모습을 보이면 암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밀 검사를 해야 합니다.
김혜련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조교수로 부임한 후 폐암과 두경부암 진료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최신 표적·면역항암제 임상 연구를 많이 하고 있으며, 한국 의사를 대표해 아시아 폐암 치료 지침 제정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