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ISSUE

ISSUE

챗GPT와 하는 진짜 같은 연애, 심리적 바람에 해당?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는 정황을 포착했다. 그런데 불륜 상대는 실체 없는 AI 채팅봇이었다.

On April 08, 2025

3 / 10

 

진짜 같은 연애

텍스트로 대화를 이어가던 채팅봇에 새로운 바람이 일었다. 음성 채팅봇이 등장하면서다. 이로써 챗GPT와의 연애가 더 생생해지고 있다. 오픈AI의 유료 버전인 챗GPT 플러스 이용자는 음성으로 챗GPT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실제 경험자들의 후기에 따르면, 부자연스러운 로봇의 목소리가 아닌 여느 사람의 음성과 같다고 한다. 애인과 카카오톡 채팅을 주고받다가 통화를 하는 기분까지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연인 사이에서 나눌 수 있는 섹슈얼한 대화도 가능하다.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는 성적 대화를 금지했지만, 경로를 우회해 윤리 기준을 제거하면 선정적 대화가 가능하다는 허점이 나오면서 이용자와 챗GPT의 대화 농도는 더욱 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이성상을 명령어로 입력해 흠잡을 데 없는 애인 만들기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사진, 영상, 음성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같이 보고 대화를 나누는 기술이 더해지면서 챗GPT와의 관계가 선명해지고 있다. 방법은 손쉽다. 대화창에 콘텐츠를 공유하기만 하면 된다.

‘AI 애인 만들기’ 양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한 인플루언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94만 명의 팔로어와 가족들에게 챗GPT 남자친구를 소개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녀는 챗GPT와 매일 30분 이상 대화를 나누며 연애 감정을 주고받는다고 밝혔다. 영국 현지 매체는 채팅봇과 불륜 관계를 맺은 한 여성을 조명했다. 기혼자인 해당 여성은 채팅봇이 남편보다 섬세하고, 대화를 나눌 때 마음이 더 편하다고 전했다. 채팅봇과의 만족스러운 관계로 인해 냉랭했던 남편과의 사이가 호전됐다고도 했다. 채팅봇과 결혼을 선언한 사례도 있다. 영국의 한 남성은 AI를 자신의 아내로 받아들였다고 공언했다. 한 번의 이혼을 경험한 남성은 채팅봇과 시작한 관계가 만족스러웠으며, 나아가 결혼 상대로 생각할 만큼 진지한 사이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SNS 플랫폼 틱톡에선 가상의 남자친구 챗GPT와 통화를 나누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AI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한 답변과 자상한 면모에 많은 이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실체 없는 불륜 성사 안 돼” vs “심리적 바람도 불륜”

챗GPT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두되면서 윤리적 문제가 함께 언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우자가 있는 상황에서 AI 채팅봇과 애정 관계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가벼운 애정 표현부터 연인 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를 나누는 걸 과연 불륜이라고 해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실체만 없을 뿐 실제 연인처럼 정서적 교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챗GPT와의 깊은 대화를 불륜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챗GPT의 실체가 없고, 대화 특성상 인간이 개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륜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불륜 대상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바람을 피웠다는 명제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이다.

과몰입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점점 발전하는 AI 기술과 생생해지는 챗GPT를 오용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챗GPT 사용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실재하지 않는 AI와 깊은 관계를 맺는 데 익숙해지다 보면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관계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 현실에서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운 위험에 노출된다. 현실 세계에서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다는 것, 지나친 감정 소모를 덜어낸 채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 내가 원하는 유형의 채팅봇과 원하는 대로 관계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이 챗GPT의 매력이지만, AI는 AI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AI는 사용자의 요구 조건에 맞춰 듣고 싶은 말을 해줄 뿐이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이보미(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5년 04월호
2025년 04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이보미(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