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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는 송가인의 봄

차가운 땅에 봄의 기운이 스며들며 피어나는 아지랑이처럼 가수 송가인은 희망과 위로가 담긴 자신의 노래가 더 많은 이들에게 퍼져가기를 기대한다.

On March 04, 2025

근 3년 만에 정규 앨범 4집 <가인;달>을 발매했어요. 앨범명에 ‘달’을 넣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1집 수록곡 중에 ‘서울의 달’이 있어요. 그 곡도 떠올랐고, 무엇보다 새롭게 함께 일하게 된 가인달엔터테인먼트의 영향을 받아 앨범 이름을 정하게 됐어요.

달은 소망이라는 단어와도 조화를 잘 이루는 것 같아요. 유독 ‘달’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뭔가요?
어렸을 때부터 시골집에서 달과 별을 실컷 보며 자랐어요. 그래서 달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기도 해요. 정월대보름이면 줄을 단 깡통에 불을 넣어 쥐불놀이도 하고, 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하면서요.

시골에서 보낸 시간이 지금의 음악 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겠죠?
시골에서 지낸 시간 덕분에 감정적으로 훨씬 풍부해졌다고 생각해요. 자연으로부터 채워지는 감성은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죠. 그 때문에 제 소리에 깊고 한스러운 감정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이번 앨범이 송가인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가인;달> 이전의 앨범들은 앨범을 만드는 과정보다 가창에 좀 더 큰 의미를 뒀어요. 앨범의 콘셉트나 방향성은 소속사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었고요. 반면에 이번 앨범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제가 고민하고 결정하며 만들어갔죠. 비주얼 콘셉트는 물론 의상까지 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요.

앨범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앨범을 완성하기까지 가장 많은 신경을 쓴 부분은 뭔가요?
앨범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재킷 이미지와 녹음을 가장 공들여 했어요. 녹음은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죠. 보통 녹음할 때 한 곡당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이번 앨범은 2~3시간씩 걸렸어요. 가창은 물론이고 감정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보니 디테일하게 챙겨야 할 것이 많았고, 그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평소보다 더 많이 애를 쓴 것 같아요.

아마도 이번 앨범은 유독 더 자식같이 느껴지겠어요.
프로듀싱에 참여한 건 처음이기 때문에 하나의 앨범이 완성되기까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걸 이제야 배웠어요. 정말 뼈저리게 느꼈죠. 욕심이 생기니까 자꾸 좀 더 투자하고 싶고, 앨범 재킷을 촬영할 때도 한 컷이라도 다르게 더 찍어보게 되고요.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는 일이 부지기수였죠.

이번에는 팬송이기도 한 ‘평생’ 작사에도 참여했어요.
‘평생’은 4집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에요. 팬송이기도 하고 작사에 참여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곡 제목을 정할 때도 고민이 많았어요. 팬클럽 이름인 ‘어게인’으로 할지, ‘함께’로 할지. 그러다 곡의 주제를 가장 잘 살리고 발음하기 좀 더 자연스러운 ‘평생’으로 정했죠. 또 함께 부르기 어렵지 않도록 다른 곡에 비해 쉽게 만들었어요. 사랑을 이야기하며 부르기에도 쉬운 곡이 됐으면 했어요. 평생 함께 부를 수 있는 곡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죠.

팬들에게는 선물 같은 노래가 됐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 노래는 따라 부르기 어려웠죠. 그에 반해 ‘평생’은 가창이 쉬운 편이어서 더 좋아해주셨어요.

타이틀곡인 ‘눈물이 난다’는 심수봉 선생님이 프로듀싱에도 함께하셨죠. 현존하는 레전드가 후배의 작업에 참여하는 건 애정과 신뢰가 없으면 성사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생님에게 곡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찾아뵈었어요. 마침 선생님도 자신이 직접 부르기보다 후배들에게 곡을 줘야겠다고 생각하시던 참이었고요. ‘지금껏 충분히 불렀으니 이제는 곡을 써서 후배에게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하신 거죠.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는 곡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러다 선생님이 건반을 치시며 대략의 느낌으로 불러주셨죠. 그걸 듣고 제가 일단 연습을 한 후 선생님을 다시 만나 여러 번 레슨을 받았어요. 녹음할 때도 선생님이 참여하셨고요. 녹음하면서 선생님에게 코러스도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해주셨어요. 제 앨범의 곡 중간중간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니, 앞으로 이보다 더한 영광이 있을까 싶어요.

굉장한 영광이기도 하지만 심수봉 선생님과 함께 녹음한다는 건 엄청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 같기도 해요.
뵐 때마다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선생님도 이런 작업이 처음이셨고요. 하지만 늘 따뜻하게 대해주셨어요. 제가 원래 커피를 안 마시는데 선생님이 타 주시는 믹스커피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나중에는 그 따뜻한 믹스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어 선생님 댁에 가고 싶을 정도였죠. 항상 웃으며 대해주시고 저에게 ‘천재’라며 칭찬도 많이 해주셨어요.(웃음) 제가 의견을 내서 다른 방식으로 부르면 늘 잘한다고 화답해주시고요.

‘눈물이 난다’는 그동안 송가인이 보여줬던 창법과는 결이 많이 달라요. 이 부분 역시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창법 스타일이 전혀 다른 곡이에요. 선생님이 계속 “힘을 다 빼라”고 말씀하셨죠. 지금까지 세게 부르는 곡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목소리에서 힘을 빼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정말 미치겠더라고요.(웃음) ‘이 곡을 정말 부를 수 있을까’, ‘그냥 포기할까’, ‘못 부른다고 말해버릴까’라고 생각할 만큼 어려웠어요. 발성 스타일도 어려웠지만 박자도 쉽지 않았죠. 열심히 부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어요. 이미 진행하고 있는데 도망가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밤마다 죽어라 연습했어요. 샤워할 때도 틀어놓고 연습했죠. ‘눈물이 난다’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 연습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되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곡을 할 때, 계속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뭔가요?
저를 신나게 움직이게 하는 건 결국 노래예요. 힘들다가도 노래만 부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막 힘이 나요. 지치는 날에도 무대에 올라 에너지를 쏟아내면 신이 나죠. 사람들이 제 무대를 보며 박수 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피로 해소제를 먹은 것처럼 힘이 생겨요. 노래 때문에 힘들어도 결국 노래 덕분에 움직이는 거죠.

3 / 10

 

봄이 오면 아지랑이가 아물아물 피어오르듯
더 많은 사람에게 제 노래를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따뜻한 봄날이 왔을 때 제 노래가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꽃이 돼주기를 기대해요.

더블 타이틀곡인 ‘아사달’ 얘기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나라 전통 설화인 아사달과 아사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아사달’은 국악풍의 곡이고, 심금을 울리는 깊이와 한이 서린 곡이어서 저와 잘 어울렸어요. 재밌는 사실은 1~2년 전에 이 곡을 받았을 때는 감흥이 없었다는 거예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때의 제 마음에는 들어오지 않았었나 봐요. 하지만 이번에는 듣자마자 크게 와닿았고, 주저 없이 선택했죠. 아사달과 아사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도 감동적이었고요. 아사달을 만나러 먼 길을 나섰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죽은 아사녀의 감정을 잘 담고 싶었어요. 아사녀가 됐다는 생각으로 “비나이다 비나이다”라고 진심을 다해 빌듯이 불렀어요.

최근에 가장 간절하게 빌었던 것이 있다면 뭘까요?
요즘 부쩍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딨겠나 싶어요. 물론 4집 앨범이 잘되게 해달라고도 많이 빌었고요.(웃음)

이번 앨범을 제작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시도나 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가창 스타일을 다양하게 했어요. ‘눈물이 난다’처럼 지금까지 송가인이 보여줬던 곡과는 전혀 반대의 스타일도 있고, ‘아사달’은 국악풍으로 불렀고요. 또 ‘왜 나를’은 라틴풍의 펑키한 곡이에요. 이번에는 율동이 들어간 무대도 선보이게 됐어요.

앨범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정말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오늘은 한 팬의 따님이 저와 동갑인데 수록곡 중 어떤 곡이 너무 좋다며 무대에서 꼭 불렀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는 거예요. 보통 제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인데, 제 또래로부터 그런 칭찬을 들으니 감사하더라고요. 따님에게 제 감사 인사를 꼭 전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4집 앨범 발매 이틀 만에 여성 트로트 가수 초동 판매량(발매 직후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 신기록을 세웠어요.
아무래도 1등을 해봤기 때문에 욕심이 없을 수가 없죠. 뭐든지 다 1등 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요. 하지만 그런 수치를 너무 마음에 두진 않아요. 욕심부린다고 해서 마음처럼 되는 일도 아니고, 운도 따라야 하니까요. 1등 하면 좋은 거고, 안 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음은 항상 편하죠.

이번 앨범 발매 후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4집 앨범 활동과 더불어 특별히 계획 중인 활동이 있나요?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전문 팀을 꾸렸고, 현재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요. 우선 전국의 노래 교실을 방문해 제 노래를 직접 레슨하고, 잘하는 분들을 선정해 상을 주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어요. 사실 가수들이 노래 교실을 찾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요. 다른 가수들이 하지 않는 걸 해보고 싶었고, 노래 교실에서 제 노래를 직접 가르쳐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사람이 제 노래를 부를 것 같기도 하고요.

최고의 여성 가수임에도 계속 배워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사람이 주저하고 있으면 발전이 없잖아요. 심수봉 선생님이 여전히 무대에서 안무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반성도 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성장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음악 장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발라드를 좀 더 깊이 있게 해보고 싶어요. 다른 가수들과 협업도 하고 싶고요. ‘사미인곡’처럼 파워풀한 록 스타일의 노래도 좋아해 그런 장르의 음악도 해보려고 해요.

지금 이 순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4집 앨범 수록곡 중에 ‘지나간다고’라는 곡이 있어요. “이 순간이 지나면 좋은 날이 다시 온다”는 내용의 가사처럼 힘든 순간이 지나가면 좋은 날이 다시 올 거라는 걸 믿고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힘든 날이나 슬픈 날이 있더라도 다 지나가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이 곡을 수록하기도 했고요.

<우먼센스>와는 11개월 만에 표지로 다시 만나게 됐어요. 그때는 한창 휴식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했었는데, 올해는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지나는 중이에요.
그렇네요. 그사이 새로운 기획사에 들어갔어요. 대표님과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 의견과 꿈이 잘 맞아 활동하는 내내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체력적으로 힘든 작업이었지만 좋은 에너지를 얻으며 기분 좋게 활동하고 있어요. 웃을 일도 많아졌고요.

아직 차가운 기운이 가시지 않았지만 봄의 시작을 알리는 <우먼센스> 3월호를 위한 인터뷰예요. 올해 송가인의 봄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봄이 오면 아지랑이가 아물아물 피어오르듯 더 많은 사람에게 제 노래를 알리고 싶어요. 많은 사람에게 제 노래가 아지랑이처럼 퍼지기를 바라고요. 그리고 따뜻한 봄날이 왔을 때 제 노래가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꽃이 돼주기를 기대해요.

CREDIT INFO
기획
송정은 기자
취재
박민(프리랜서)
사진
가인달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년 03월호
2025년 03월호
기획
송정은 기자
취재
박민(프리랜서)
사진
가인달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