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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TIP, 질문으로 만드는 대화의 깊이

상대를 이해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질문의 힘.

On January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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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대화의 열쇠가 되는 이유

아나운서 활동을 하며 가장 열심히 공부한 분야를 꼽으라면 토크쇼다. 뉴스나 리포팅은 모니터하고 끝없이 연습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만, 토크쇼는 나 혼자 MC 멘트를 멋지게 한다고 절대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게스트와 맛있게 대화하는 것. 즉 ‘소통’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가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나는 그 열쇠를 ‘질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처음 토크쇼를 진행할 때는 내가 듣고 싶은 많은 정보를 게스트에게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질문을 준비하고, 대답이 끝나자마자 다음 질문을 이어가기 바빴다.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언제 복귀하시나요?”, “새로운 목표는 뭔가요?”…. 시작부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분위기는 ‘취조’와 ‘면접’에 가까웠고, 마음을 여는 대화가 어려웠다.

같은 질문이라도 무엇을 어떻게 언제 물어보는가에 따라 대화의 분위기와 흐름은 크게 달라진다. 며칠 전 진행했던 국가대표 골프 선수 출신의 LPGA 전인지 선수와의 토크쇼는 선수의 공백 기간이 있었기에 ‘첫 질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사람들의 관심은 ‘왜 13년 동안 꾸준히 활동했던 그녀가 2024년 시즌에 갑자기 휴식을 선택했는지’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궁금하다고,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선수에게 만나자마자 “왜 쉬셨어요?”, “쉬는 동안 무엇을 하셨나요?”라고 물어보면 어떠할까? 상당히 부담될 것이다. 상대의 상황과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내가 궁금한 것을 채우기 위한 질문부터 시작하면 좋은 대화의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상대방이 흥미를 느끼고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질문으로 시작하면 대화의 문은 편안하게 열리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토크쇼에 출연한 전인지 선수는 어땠을까? 다시 만난 현장이 반갑지만, 인터뷰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떨리지 않았을까?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질문’이 아닌 ‘말’을 걸어주는 것이다. “프로님,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셨는데 마음이 어떠신가요?”라고 말이다. 질문은 정보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대화를 열어주는 ‘열쇠’다.

상대의 마음과 생각을 열어주는 ‘질문’과 ‘타이밍’

같은 질문이어도 “왜 활동을 쉬셨어요?”, “그림은 왜 시작하셨어요?”처럼 ‘why?’로 시작하는 질문은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비난처럼 들릴 수도 있고, 방어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대화할 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면 ‘why’보다 ‘how’로 묻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쉬는 동안 어떻게 보내셨나요?”, “그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라는 질문이 심리적 긴장감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만약 더 풍성한 대화를 원한다면 대답 후에 이어지는 두 번째, 세 번째 후속 질문이 더 중요하다. “정말 힘들었던 여행이었겠네. 어떻게 극복했어?”처럼 공감과 함께 ‘대답에 대한 궁금한 점’을 다시 질문해 이야기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결 고리 질문들이 이어질 때, 단순한 ‘질의응답’이 아닌 ‘대화’가 된다.

이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는 ‘타이밍’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더라도 상대방을 기다려줘야 한다. 침묵의 시간 또한 대화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도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에 몰입해 있을 때는 충분히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섣불리 다른 주제로 전환하면 대화가 매우 어색해질 수 있다. 대화의 본질은 ‘질문과 경청’의 조화이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은 좋은 대화를 만든다

대화는 단순하게 말을 주고받는 과정이 아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수천 번이 넘는 토크 콘서트와 인터뷰를 진행해오며 배운 점은 ‘좋은 질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분명 좋은 대화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준다는 사실이다.

오늘 ‘누군가와 나눈 대화’를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가. 관계를 더 풍성하고 대화를 깊게 만들 수 있는 질문은 없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질문과 이야기로만 대화를 채운 것은 아닌지 말이다.

아나운서 김미영 (@___myana)

아나운서 김미영 (@___myana)

JTBC Golf 출신의 20년 차 프리랜스 아나운서이자 주주총회 전문 사회자.
(사)한국프레젠터협회 이사.

CREDIT INFO
에디터
이설희
김미영(아나운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5년 01월호
2025년 01월호
에디터
이설희
김미영(아나운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