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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말하는 새해 영양제, 딱 하나 고른다면?

새해 시작과 함께 건강을 위한 단 하나의 영양제만 먹고 싶다면 답은 뭐가 될까? 가장 무난한 선택은 종합비타민이다.

On January 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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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종합비타민을 드세요

왜 종합비타민인지 살펴보기 전에 짚어야 할 사실이 있다. 평소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별도의 영양제 복용이 거의 불필요하다. 편식하는 경향이 있거나 음식 종류를 제한하는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종합비타민은 혹시라도 모를 영양 불균형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채식을 하는 경우에도 종합비타민이 안전한 선택이다. 채식으로도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지만 주의하지 않으면 비타민 B12, 철분, 칼슘, 비타민 D, 오메가-3 지방산이 부족할 가능성이 아무래도 잡식에 비해 높아지기 때문이다.

종합비타민을 먹으면 인지 기능 저하를 2년 정도 늦출 수 있어

물론 편식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를 종합비타민이 전부 막아줄 수는 없으니 종합비타민 알약을 챙기는 것보다 식습관을 고치는 게 낫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걱정하면서도 식습관 개선에 실패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2024년 1월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 매일 종합비타민을 먹으면 인지 기능 저하를 2년 정도 늦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도 그런 현실을 반영한다. 5,000명이 넘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종합비타민 복용 그룹과 위약(플라세보) 복용 그룹을 비교한 세 건의 연구 중 마지막으로 발표된 결과다. 60세 이상 성인 573명을 대상으로 인지 기능을 직접 대면 테스트했다. 관찰 방식이 아니라 한쪽에는 진짜 약, 다른 쪽에는 가짜 약을 주고 비교한 방식이므로 종합비타민의 효과를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매일 종합비타민을 복용하면 위약 대비 전반적 인지 노화를 2년 정도 늦출 수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결론이다. 인지 노화란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학습, 사고, 기억력 등의 정신 기능이 감퇴하는 것을 말한다. 종합비타민이 어떻게 인지 노화를 늦출 수 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종합비타민이 비타민 B12 같은 뇌신경과 관련된 영양소의 부족이나 결핍을 막을 수 있어 그럴 가능성이 있다. 쉽게 말해 가짜 약을 복용한 참가자의 경우 비타민 B12, 비타민 D, 아연 같은 뇌 건강과 관련한 영양소 섭취가 부족하기 쉽다는 뜻이다.

실제로 비타민 B12가 결핍되면 빈혈이 생기거나 피로가 나타날 수 있다. 심할 경우 신경을 손상시켜 손발 저림, 감각 상실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비타민 B12는 육류, 달걀, 우유, 연어, 참치 같은 동물성 식품에 주로 많이 들어 있다. 채식 위주의 식단을 따를 때 비타민 B12 보충이 필요한 이유다. 비타민 B12는 인체로 흡수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며 나이가 들면서 흡수 효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비타민 B12 결핍 증상은 정상적 노화 증상과 닮은 구석이 있어 증상만으로는 내가 비타민 B12 부족이나 결핍인지 알 수 없다. 병의원에서 혈액검사로 확인 가능하다.

종합비타민, 식후 복용 추천

매일 종합비타민을 먹기로 한다면 언제 복용하는 게 제일 좋을까? 답은 식후에 바로 복용하는 것이다. 식후 복용해야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높이고 위장 불편감을 줄일 수 있다. 원래 비타민, 미네랄은 식사로 섭취하는 것이란 면에서도 식후 바로 복용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렇게 종합비타민을 복용한다고 해서 갑자기 기억력이 더 좋아지거나 뇌가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다. 인지 노화를 늦춘다는 연구 결과는 뇌를 더 젊게 해준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종합비타민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중 하나일 뿐이지 이미 노화가 진행된 뇌를 젊게 만들어주는 영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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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 친구 따라 강남 가지 않아야

종합비타민 외에 다른 영양제를 하나 더한다면 뭐가 좋을까? 방송이나 유튜브에는 20대, 30대, 40대 연령대별 비타민 추천같은 내용이 자주 올라온다. 하지만 이 질문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없다. 사람마다 답이 달라지는 게 맞다. 매일 자전거를 타면서 다음달에 어떤 장거리 자전거 대회에 참가할 것인지 찾아보는 사람과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때문에 걱정하며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사람은 생물학적 나이가 같다고 해도 활동, 필요, 욕구에서 전혀 다르다. 입맛도 좋아하는 레스토랑도 저마다 다른데 영양제나 건강 기능식품이라고 남을 따라가야 할 이유가 없다.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선택이 중요하다.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 얼마나 활동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또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에 따라 영양제 선택도 달라져야 한다. 여름 내내 구릿빛 피부가 반짝거릴 정도로 야외 활동을 즐겼다면 피부에서 비타민 D가 충분히 생성돼 저장된 상태일 것이므로 겨울에도 특별히 비타민 D 보충제를 먹어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항상 실내에 머물고 야외 활동이 거의 없는 사람, 야외 활동 중에도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바르는 사람이라면 겨울에 비타민 D 보충제가 필요할 수 있다. 식사량이 너무 적거나 월경 때 출혈량이 많은 사람이라면 철분이 부족할 수 있다. 반대로 평소 육류 섭취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비타민 A, 철분이 넘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들 성분을 뺀 종합비타민제를 판매하기도 한다.

내 몸에 필요한 영양제 확인은 식습관에서 비롯돼

영양제만 챙기다가 빠뜨릴 수 있는 것이 거대 영양소다. 영양 보충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매일 식습관을 글로 적거나 음식 사진을 찍어 확인해보면 된다. 식품 뒷면의 영양 성분 표시를 훑어보면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구성을 확인하는 것도 좋다. 다이어트 앱, 24시간 혈당 관리 앱을 이용하면 사진 이미지 인식으로 음식의 종류와 칼로리를 쉽게 기록할 수 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같은 거대 영양소 섭취도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가늠해봐야 한다. 프로 운동선수 정도의 운동량이 아니라 일주일에 2~3회 1시간씩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이 단백질 파우더까지 섭취할 필요는 거의 없다. 하지만 평소 음식으로 단백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단백질 셰이크를 마시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단백질은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흡수 및 생체 이용률이 떨어지므로 하루 3~4회 나눠 먹는 게 좋다. 고단백 식품은 소화가 더딘 편이라서 나눠 먹으면 속이 더 편하기도 하다.

최근에는 나이 들면서 줄어드는 물질을 보충해 노화를 막을 수 있는지, 장기별로 노화 진행 속도가 다른 것을 알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활발하다. 뇌는 나이보다 젊지만 간은 이른 노화가 진행된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제는 뭔지 10년 뒤엔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다리기만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내개 필필요한 것이 뭔지 살펴보면 지금도 더 활력 있는 삶이 가능하다.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출신의 약사이며 푸드라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 <매불쇼>와 여러 TV·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약, 음식, 건강에 대한 과학적 지식 전파에 앞장서왔다. 신문·잡지 칼럼을 통해 약과 음식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하고 있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등을 출간했다.

CREDIT INFO
에디터
송정은
정재훈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5년 01월호
2025년 01월호
에디터
송정은
정재훈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