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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끌림의 말, '감정'을 나누려면 '감각'으로 표현하라

평소 대화 중 ‘진짜, 너무, 정말’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거나 대화창 속에 이모티콘만 가득하다면, 현재 사용하는 표현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On December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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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에 의존하는 우리의 말

만약 인생에서 손꼽히는 맛집을 발견하고 누군가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면 당신은 어떤 표현을 쓸 것인가? “‘진짜’ 너무너무 맛있어”, “‘정말’ 꼭 가봐”, “‘최고’ 맛집이야”처럼 평소 자주 사용하는 강력한 ‘부사’들을 최대한 섞어 마음을 설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들은 상대는 과연 추천 맛집을 남다르게 기억할까? 그리고 특별한 미식 경험을 전하는 나의 마음은 제대로 전달됐을까? 안타깝게도 상대 반응은 심드렁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표현의 감칠맛은 부사(adverb)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자주 쓰는 감정의 표현은 5~10가지 정도의 부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진짜, 너무, 정말’과 같은 부사를 빼버리면 큰 답답함을 느끼기 마련인데, 이는 평소 부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데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맛있다’, ‘너무 예쁘다’, ‘아주 좋다’와 같은 표현은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그러나 부사가 가진 모호함은 때로 우리의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게 만든다. ‘정말’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너무’라는 말에 담긴 감정은 단순한 과장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부사라는 안전한 틀 안에 갇혀 언어의 가능성을 축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부사를 사용하는 대신 나의 감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스테이크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에 풍미가 가득 퍼져서 눈을 감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고소한 버터 향이 공기를 확 바꾸더니, 이어서 은은한 마늘 향이 나서 침이 고여요.” 듣기만 해도 맛있지 않은가? 이는 인기 먹방 유튜브 채널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나온 특별한 맛 표현들이다. 이처럼 끌리는 말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감각에 집중하면 풍부해지는 감정의 언어

“밤새 내린 폭설, 출근길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김미영 아나운서 연결합니다.” “오늘 역대 최대 규모의 갤러리 방문 수를 기록했습니다. 갤러리 프라자에 나가 있는 김미영 아나운서 나와주세요.” 아나운서 연수생 시절, 가장 어려웠던 과목 중 하나는 현장 리포팅이었다. 현장의 상황을 말로 스케치하는 것인데, 마치 시청자가 현장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나에게는 늘 사용하는 단어가 몇 가지 부사어로 한정돼 있었고 새로운 표현을 익히고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아나운서 선배들이 자주 쓰는 말들을 모니터하고 외웠다. 하지만 나의 말이 아닌 것 같고, 사용하는 것 자체도 어색했다. 그때 선택했던 방법이 예쁘고 멋진 표현 대신 내가 실제로 느끼는 나의 감각과 경험을 기억해 말해보는 것이었다. “눈이 정말 많이 왔습니다. 무릎까지 오는 제 부츠가 눈 속에 파묻혀 한걸음도 떼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처럼 내가 느꼈던 감각과 기억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니, 단순한 언어가 살아 있는 경험이 되어 상대에게 전달됨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5가지 감각에 집중한 경험의 공유

부사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간결하고 신속하다. 하지만 감정의 전달과 공유를 통해 풍성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나의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토대로 이야기해보자. 가령 “국수가 정말 맛있다”보다는 “국물이 깊고 진해 한 입 먹을 때마다 속이 따듯해지는 것 같더라”라는 말을 들으면 어떨까? 감정 전달의 깊이, 상대방의 몰입도와 더불어 대화의 풍성함조차 달라질 것이다.

아나운서 김미영 (@___myana)

아나운서 김미영 (@___myana)

JTBC Golf 출신의 14년 차 프리랜스 아나운서이자 주주총회 전문 사회자. (사)한국프레젠터협회 이사.

CREDIT INFO
에디터
이설희
김미영(아나운서)
2024년 12월호
2024년 12월호
에디터
이설희
김미영(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