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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의 근원,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법

현대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스트레스. 적당한 정도는 긍정적인 자극을 주지만,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에 대하여

On December 07, 2024

누구나 마음의 병 하나쯤은 안고 산다. 대표적으로 스트레스가 있다. 스트레스는 정도가 지나치면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큼 절대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지난 20년간 다양한 심리 문제를 연구, 수많은 내담자를 만나온 한창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의 위험성에 대해 “길가의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면 돌부리에 불과하지만, 어떤 이들은 돌멩이를 디딤돌로 여긴다. 돌멩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는 ‘마음의 힘’이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스트레스 컨트롤을 위해선 마음의 힘을 단련시키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창수 교수를 만나 우리 몸이 보내는 부정적인 시그널과 대처법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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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현대인들이 우울감을 호소합니다.
전 연령대가 호소하는 아픔이죠. 어르신들의 우울감은 고전적 형태인 반면, 젊은 세대는 불안감으로 나타나요. 공황장애 증상이 동반된 우울증으로, 간헐적으로 정도가 심해졌다가 괜찮아지길 반복합니다.

개인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이 마음의 병에 영향을 미칠 거 같아요.
개인화 시대로 변화하며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는 스트레스는 당연히 혼자 버텨내야 한다고 생각하죠. 물론 인간과 스트레스는 떼려야 뗄 수 없어요.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견디고 버팀으로써 내면이 단단해지는 역할을 해요. 그러나 스트레스를 딛고 일어설 힘이 없으면 트라우마로 남아요. 스트레스에 걸려 넘어지다 보면 우울감에 빠지거나 공황장애, 불안장애, 무기력감 등을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분노와 울분 역시 현대인의 질환 중 하나입니다.
인간이 가진 가장 쉽고 원시적인 방어기제가 투사입니다. 자신의 태도, 특성에 대한 문제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죠. 아동기에는 떼쓰는 형태로 나타나지만, 성인기에는 분노 조절 장애와 같은 폭력성을 동반한 증상이 발현되곤 합니다. 이때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마음속에 쌓아두면 울분의 형태로 증상이 나타나요. 울분이 쌓일수록 자기 효능감과 작업의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 일을 왜 하지?’라는 물음이 생기고 삶에 대한 가치, 대의명분을 상실하기 쉬워요. 마음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저 또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돼요. 게으름, 무기력, 번아웃 등 모든 증상이 마찬가지예요.

정신 질환 역시 골든타임이 중요하겠죠?
진료실이 아닌 응급실로 오는 이들이 많아요. 삶의 의미나 재미를 찾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경우죠. 과거에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거나 친구, 가족들과의 대화로 복잡한 마음을 달랬는데, 요즘은 그런 안전장치가 없는 거 같아요. 병원에 방문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해치는 경우를 보면 굉장히 안타까워요. 또 요즘은 인터넷으로 정보를 취득하는 게 수월해져 의학적으로 검증 안 된 정보에 의존해 병원을 늦게 찾는 이들이 허다해요. 병원을 찾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흔히 마음의 병은 완치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의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예를 들어 가벼운 폐렴은 일정 기간 치료를 받은 뒤에 완치됐다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노년층에서 발병한 만성 폐렴은 병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건강관리를 해야 해요. 치료를 제때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치료받는 게 핵심이에요. 실제론 증상이 호전됐다고 스스로 판단해 약 복용을 중단하고, 더 이상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아요. 자동차 점검을 위해 주기적으로 동네 자동차 정비소에 들르는 것처럼 종종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일상을 리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주저앉을 필요가 없는 이유

“내가 이 일을 왜 하지?” 느꼈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모두가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살지만,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힘이 다릅니다. 그래서 나의 한계치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체력과 삶의 경험, 타고난 기질과 성격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한계치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여기에 주변에 있는 인물, 영향을 미치는 타인 등 사회적인 부분까지 스트레스 지수에 영향을 미치죠. 다양한 요소가 역치를 만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잘 견딘다고 해서 강한 것도, 그 반대가 나약한 것도 아닙니다.

특히 타인 때문에 쌓이는 스트레스가 극심한데, 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세상에는 내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 한편, 상처만 주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세상에서 모두와 잘 지내고, 모두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을 유지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죠.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동창은 수십 명인데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다섯 손가락에 꼽혀요. 1cm, 10cm 거리의 관계가 있고, 1m, 10m 거리의 관계도 있는 겁니다. 과연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쓸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일을 잘하든 못하든, 내게 좋은 일이 생기든 나쁜 일이 생기든 왈가왈부할 사람은 있어요. 본래 사람은 남의 사생활에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이런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인정받기 위해 매달리지 마세요.

스트레스가 한계치를 넘어섰다는 신호를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누군가가 진단을 해주는 것보다 스스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합니다. 휴대전화를 오래 사용해 뜨거워지면 작동 속도가 느려지는 것처럼 스트레스 사인이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내가 방전되겠구나 싶은 순간이죠. 더 소진할 수 있는 감정이 없다거나 일상에서 성취를 해도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고 재미없다면 이것 또한 스트레스가 한계치 이상으로 쌓였다는 징조입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을 꼽으면요?
정도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요. 스트레스가 극심하면 우울증, 불면증, 건망증, 불안, 공황장애 등 신체에서 적신호를 보냅니다. 사회적으로는 분노발작으로 인해 폭력성이 드러날 수 있고, 가까운 관계에선 불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해요. 치료를 제때 하지 않고 방치하면 자살 사고와 같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컨트롤할 수 있는 비법이 궁금합니다.
자기 자신을 다독일 줄 알아야 합니다. 수시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거죠. 스트레스를 통제하지 못하는 수준에 다다른 사람을 살펴보면 완벽을 추구하는 강박적인 성격이거나, 어려움을 회피하고 부정하거나, 자신이 약하거나 결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번아웃으로 악화되는 유형이기도 하죠.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상에서의 성과 기준을 낮추고 이 정도면 괜찮다는 마음을 가져야 악화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오늘 한 일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내일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돼요.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이보미(프리랜서)
사진
김동환, 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12월호
2024년 12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이보미(프리랜서)
사진
김동환,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