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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가 전하는 1% 커뮤니케이션, 대답보다는 대화

똑같은 질문을 해도 더 기억에 남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대답을 더 듣고 싶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비빔밥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면 풍미가 확 살아난다. 더 맛보고 싶은 스피치, 말맛 레시피 한 방울만 첨가해보자.

On October 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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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생각이 나지? 왜 더 이야기하고 싶지?

골프 아나운서 특성상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시합을 마친 선수에게 그날의 경기 소감을 물어보는데, 같은 질문을 해도 기억에 남는 대답이 있다. “오늘 경기 어떠셨어요?”라는 공통 질문을 준비해도 더 기억에 남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심지어 똑같은 내용을 답변해도 듣고 싶고, 더 질문하고 싶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이 선수는 원래 말을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0년 동안 1,000명이 넘는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끌리는 대답’에는 분명 ‘말하는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묻는 말에 ‘대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정보’와 ‘감동’을 주는 것이다. 알고 싶고, 느끼고 싶으니 대화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말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차이다.

‘감동’과 ‘정보’를 넣으면 말맛이 살아난다

“메달을 목에 건 순간 기분이 어떠셨어요?” 이번 파리 올림픽 때 많은 언론에서 메달리스트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유난히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는가? 분명히 “기뻤습니다”, “뿌듯했습니다”라고 간단한 대답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소감 중 하나는 펜싱 금메달리스트 오상욱 선수의 스피치다.

“프랑스가 펜싱 종주국이잖아요. 게다가 그랑 팔레에서 대회가 열렸어요. 마침 5년 동안 복원 공사를 해서 그랑 팔레 건축물을 보러 오신 분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애국가가 딱 울리는 순간 다다다~ 하면서 다 일어나시는 거예요. 태극기가 진짜 많았어요. 거의 객석의 반을 채운 것 같아요. 사람이 아주 작은 ‘점’으로 보일 정도로 큰 경기장이었는데, 이렇게 많이 오시다니!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그분들은 한국 선수가 결승에 갈 것을 생각하고 미리 결승전 티켓을 끊으신 거잖아요. 나를 믿어주신 건가. 감사했죠.”

이 소감을 듣고 나면 일단 감동스럽다. 한국 펜싱을 믿고 응원을 간 많은 한국인의 마음과 그것에 감사하는 선수의 마음이 느껴진다. 또한 ‘새로운 정보’도 알 수 있다. 프랑스가 펜싱의 본고장이었다는 것, 그리고 파리의 역사적인 건축물 그랑 팔레에서 경기가 열렸고, 그 큰 경기장을 꽉 채울 만큼 한국 응원단이 많았다는 것. “정말 기뻤습니다. 동료들과 부모님 생각이 제일 많이 나더라고요”라는 간단한 답변보다 훨씬 오래 기억될 수 있고, 더 이야기를 듣고 싶을 수밖에 없는 대답이다. 말 그대로 대화를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대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해보자

“점심 뭐 먹었어?”라는 질문에 “간단히 샌드위치 먹었어”라고 단순하게 대답만 해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상대와 대화를 더 원한다면 ‘공감’을 하거나 ‘궁금’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필요하다. “나는 간단히 샌드위치 먹었어. 요즘 점심시간마다 자기 계발을 위해 클래스를 듣는 사람이 많더라고. 나도 어제부터 피아노 레슨 30분씩 받고 있거든.” 대답하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가 말을 걸어준다고 생각하자. 간단한 대답에서는 다음 질문이 이어지기 쉽지 않다. 작은 정보는 물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의미’나 ‘재미’를 함께 전한다고 생각하면 대화의 방향과 질이 달라질 것이다.

아나운서 김미영(@___myana)

아나운서 김미영(@___myana)

JTBC Golf 출신의 14년 차 프리랜스 아나운서이자 주주총회 전문 사회자.
(사)한국프레젠터협회 이사.

CREDIT INFO
에디터
서지아
김미영(아나운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10월호
2024년 10월호
에디터
서지아
김미영(아나운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