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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배우 고민시의 지금

‘악바리 근성’으로 신인 시절부터 업계에서 입소문이 자자했던 배우 고민시. 그런 그녀가 지금 ‘자신의 순간’을 맞이했다.

On October 02, 2024

tvN 예능 <서진이네2>에서 맹활약한 ‘인턴사원’ 배우 고민시가 이번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광기 어린 연기로 찬사를 받고 있다.

고민시는 영화 <마녀>(2018)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어 아련한 첫사랑의 이미지를 보여준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2021), 톡톡 튀는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밀수>(2023) 등의 작품을 통해 존재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주연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2020~2024)에서는 까칠한 사춘기 소녀 ‘은유’가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작정하고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연출한 모완일 감독과 ‘JTBC X SLL 신인 작가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손호영 작가가 손잡고 만든 작품으로 평범한 인물에게 일어나는 사건의 소용돌이와 파동을 밀도 있게 담았다.

극 중에서 고민시는 고요한 숲속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는 인물 ‘유성아’ 역을 맡았다. 종잡을 수 없는 성아의 면모를 표현하고자 극 초반에는 신비로운 느낌으로 캐릭터를 보여주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본성을 드러내며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고민시는 “단순하거나 뻔하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고 시청자들이 처음 접하는 캐릭터로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완일 감독은 “순간순간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런 배우라면 캐릭터를 독창적으로 해석하고 놀랄 만한 무언가를 보여줄 것 같았다. 당연히 촬영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극찬했다.

대세 배우 고민시를 만나 근황과 함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3 / 10

 

“일이 없으면 나를 괴롭히는 질문을 계속한다.
쉴 세 없이 몰아치는 게 좋다.
그만큼 현장을 사랑한다.
현장에서 후회없이 하는 게 내 첫번째 목표다”

“새 구두 신고 오디션 장소에 갔지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라는 작품은 ‘고민시의 화보 드라마’라는 반응이 있을 만큼 여주인공 유성아는 여배우라면 욕심날 만한 캐릭터다. 어떤 부분이 끌렸나?
저는 선배님들과 다르게 내가 선택했다기보다 두 번의 오디션 형태 미팅을 거쳐 선발됐다. 미팅 제안이 왔을 때도, 대본을 읽었을 때도 이런 느낌의 캐릭터를 한 적이 없어 나를 선택해주리라는 확신이 없었다. 대본을 읽고는 ‘돼도 문제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캐릭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내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놀랐다. ‘어떤 부분 때문에 선택한 걸까? 민폐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왜 선택했다고 생각하나?
그래서 감독님에게 물어봤다. 사실 미팅이나 오디션 현장에는 주로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가는데 그날따라 새 구두를 신고 미팅에 나갔었다. 큐빅이 박힌 스트랩 샌들 힐이었다. 미팅을 끝내고 나오는데 감독님이 “구두가 예쁘네요” 하시기에 “특별한 날에만 신는 거예요” 했는데, 그 말을 하기 직전 3초 동안의 내 모습이 캐릭터의 모습과 흡사했다고 하셨다. 선택받았으면 내던져보자. 믿고 가보자 싶었다.

새 구두를 신고 나갔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대체로 미팅이나 오디션을 하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날은 그냥 그 구두를 신고 싶었다. 그리고 구두에 대한 칭찬을 듣는 것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마침 그 구두를 봐주신 감독님도 신기하고, 말하기 전 그 찰나에 내 모습에서 캐릭터와 유사성을 봐주신 감독님도 신기했다.

이 캐릭터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에서 한 번도 못 봤던 캐릭터이지 않나. 내 나이에 그러한 필모그래피를 남길 수 있다는 게 욕심이 나면서도 두려웠다. 선택되고 난 뒤엔 밤을 새워가며 집중했다. 대본을 볼 때마다 몸이 차가워지고 무서웠다. 대본 자체가 주는 서늘한 기운이 있었다.

체중 감량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어야 하니 감량이 필요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유성아라는 캐릭터를 상상했을 때 척추뼈나 몸의 근육이 도드라져 동물적인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것의 느낌 말이다. 잠깐 스쳐가는 한 컷의 이미지라도 기괴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했고 식단 관리도 철저히 했다. 달걀 2개와 조미김을 먹으며 다이어트했다. 막상 현장에서는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현장의 에너지가 그만큼 대단했다.

그래서인지 극 중 너무 아름답게 그려졌다.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감독님의 주문 중 하나가 “무조건 예쁘게 나와야 한다”였다. 이 캐릭터의 서사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혹은 악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그다음이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아름다우면서도 보는 재미가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의견에 외적으로도 많이 노력했다.

노출 의상을 입고 액션까지 했다.
그래서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오히려 몸 근육의 쓰임이 더 잘 살길 바라서 후반부에는 체중을 더 감량했다. 남자 배우와도 액션을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이 장면이 어떻게 하면 잘 나올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전에 없었던 캐릭터인데 혹시 참고했던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
비슷한 작품이나 장면을 오히려 안 봤다. 사실 이 캐릭터는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 난도가 최고였다. 캐릭터를 빌드업하는 과정에서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줘야 할지 어렵더라. 감독님은 초반에 텅 빈 듯한 느낌으로 가다가 서서히 빌드업해 후반부에 “작두를 타야 한다”는 표현을 해주셨다. 그런 부분을 찾아내는 게 오래 걸렸다.

현장에서의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한 캐릭터였을 것 같다. 어떻게 집중했나?
현장 세팅이나 분위기에서 얻는 에너지가 있다. 개인적으로 극 중에서 주방의 미술 세팅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그리고 스태프도 모두 훌륭했다. 그 모든 삼박자가 잘 맞아 완성한 캐릭터다. 특히 카메라 감독님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앵글을 잡아주셨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김윤석 배우가 상대역인데 부담은 없었나?
나는 촬영 전날까지 덜덜 떨고, 막상 현장에 가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스타일이다.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강점이다. 현장에 가는 순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기대가 된다. 대사를 하지 않더라도 공기를 교류하고 리액션 대 리액션을 하는 상황이 재미있다. 촬영 초반엔 일부러 선배님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부담을 느끼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힘든 장면을 찍은 어느 날 선배님이 “수고했다”라며 등을 토닥거려주시더라. 어떤 말보다 크게 다가왔다. 내일을 촬영할 수 있는 힘이 되더라. 선배님은 그렇게 믿고 바라봐주는 스타일이다.

이 작품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그동안 작업을 함께했던 감독님과 선배님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왔다. 다들 칭찬해주셨다. 특히 우리 부모님은 이 작품의 팬이다. 세 번째 보고 있다고 하더라.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요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조절이 쉽지 않더라.
마음의 준비 기간도 오래 걸리고 성격도 급한 편이다”

“막상 현장에 가면 긴장이 안 돼요”

최근 출연한 작품들의 성과가 좋다. <스위트홈> <서진이네2> 그리고 이번 작품까지 활약이 대단하다.
우연치 않게 그동안 찍어두었던 작품들이 연달아 공개됐다. 그냥 쉴 새 없이 일한 게 답이다.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적으로 현장을 사랑한다. 이 사랑이 시청자들에게도 느껴졌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후회 없이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그리고 스태프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나는 스태프가 참 멋있더라.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들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게 멋있다.

작품이 끝났을 때 떨어지는 에너지는 어떻게 채우나?
텀이 있으면 더 힘들다. 일이 없으면 나를 괴롭히는 질문을 계속한다. 현장에 안 가면 연기력이 떨어질 것 같고 불안하다. 영화를 하는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는 시간이 좋은데 그 시간이 없으면 스스로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온전하게 쉬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있다. 현장에서 움직일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오히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게 좋다.

그 스트레스에서 어떻게 벗어나나?
기복이 심하다. 결국에는 부딪혀야 한다. 역경이 있을 때 개선점이 보이지 않나. 데뷔 초 오디션에 떨어졌을 때 느꼈던 역경들을 지금은 다른 결로 느끼는 것 같다. 개선점이 보이면 한 걸음 한걸음 천천히 나아가면 그걸로 됐다.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수식어는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좋다. 딸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중에서 가장 효녀가 되고 싶다.(웃음)

이 작품은 고민시 배우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
20대 마지막에 찍었고, 30대의 첫 작품이다. 애착이 많다 보니 연기적으로도 작품적으로도 엄청 큰 지표가 될 것 같다. 너무나 사랑했던 현장이다.

그동안 운 좋게도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하는 감독들과 작업했다. 이번 작품을 함께한 모완일 감독의 특징도 궁금하다.
초반에는 디렉팅을 날카롭게 해줬다. 까다로웠다. 그런데 나중에는 디렉팅을 안 해주시더라. 믿고 바라봐주셨다. 나는 리허설 때 힘을 빼면 본촬영 때 그 이상이 안 나올 때가 많다. 나중에는 감독님도 그걸 인식했는지 믿고 자유롭게 맡겨주셨다. 무엇보다 감독님은 영화, 드라마 등 작품을 정말 많이 보는 분이다. 촬영하는 순간순간 그런 부분이 많이 느껴졌다. ‘그냥 천재가 아니구나. 노력해서 천재가 되셨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인상 깊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다음이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나 스스로도 안 질렸으면 좋겠다. 관객도 마찬가지이지 않겠나. 너무 자주 보이면 재미없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신비감을 가진 배우이고 싶다.

예능 <서진이네2>에서도 맹활약했다.
어떻게 보면 육체적 고통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보다 컸다. 그래도 나름 적응되더라. 승진을 위해 다음 시즌에도 도전하고 싶다. 후배 인턴? 나는 내가 막내인 게 가장 편하다.(웃음)

악바리 같은 스타일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점은 뭔가?
너무 많다. 성격이 급해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요가도 오래전부터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조절이 쉽지 않더라. 마음의 준비 기간도 오래 걸리고 뭐든 빨리빨리 해야 하는 성격이다. 여유를 가지고 싶다.

<마녀> <스위트홈> <헤어질 결심> 등 모두 오디션을 통해 출연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매 작품 달랐다. 분명한 것은 연기할 때만큼은 다 내던지고 그 캐릭터가 될 자신감이 언제나 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되는지도 보시는 것 같다. 나는 오히려 개인적으로 오디션을 보고 작품에 들어갈 때가 편하다. 인증을 받고 가니까 그런 것 같다. 지금까지 오디션 없이 섭외를 받고 출연한 작품은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이 유일하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곽희원(프리랜서)
사진
넷플릭스 제공, 고민시 인스타그램
2024년 10월호
2024년 10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곽희원(프리랜서)
사진
넷플릭스 제공, 고민시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