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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가 전하는 1%의 다른말, 공백이 고백을 부른다

말을 시작하기 전, 몇 초간의 공백을 만들어보세요. 자신의 말에 더 집중하는 상대를 느낄 수 있을 테니. 중요한 고백이라면 더 진정성 있게 들리는 것은 당연지사.

On September 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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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더 듣게 해주는 ‘무언의 2초’

아나운서 시험 항목 중 ‘무예독’ 원고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카메라 테스트는 미리 원고를 주고, 연습할 시간도 충분히 있다. 그런데 이 시험은 무예독이라는 말 그대로 원고를 미리 읽어보지 못한 채 시험을 보는 것이다. 방금 받은 원고를 내용도 모르는 채 심사 위원 앞에서 말한다는 것은 정말 떨리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 시험에서 평가하려는 아나운서의 자질은 무엇일까? 처음 본 원고를 단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읽어내는 기술일까? 아니면 긴장된 상황에서 떨지 않고 말하는 능력일까? 사실 이 테스트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말을 시작하는 타임’이다. 대부분의 아나운서 지망생은 원고를 받으면 급하게 첫 글자부터 읽어 내려간다. 읽어보지 못한 원고가 궁금하고,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꽉 차서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이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살펴볼 여유는 당연히 없다. 과연 이 내용이 듣는 사람에게 잘 전달될까?

반면 끌리게 말하는 사람은 시작에 여유가 있다. 미리 원고를 읽고 연습할 수는 없지만, 잠시 어떤 주제인지 ‘첫 단어’만이라도 확인한다. 무엇보다 심사 위원이 나를 보고 있는지 살핀 뒤 잠시 눈인사도 나눈다. 절대 급하게 말을 시작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 ‘공백의 시간’이 오히려 신뢰와 집중도를 높여준다. 마치 우리가 콘서트에 가서 ‘무대가 언제 시작되나’ 기다리는 마음과 같다. 끌리는 말하기는 시작이 다르다.

말의 시작에는 ‘골든 타임’이 있다

왜 바로 말을 시작하지 않고 비워두는 시간이 내 말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는 것일까?

사람의 심리는 지극히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할애하고 기다린 만큼 기대를 갖는다. 개봉을 1년 내내 기다린 영화를 생각해보라. 장면 하나하나까지 몰입해 보게 되지 않는가. 반면에 늘 볼 수 있는 광고는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 따라서 내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게 하려면 말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대감을 줄 수 있는 2초간의 공백을 만들어보자. 2초를 세기가 힘들다면 잠시 눈을 마주치고 심호흡을 한 번 하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안녕하세요? 김미영입니다. 제가 오늘 찾아뵌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듣는 사람은 나를 쉽게 기억할 수 있을까? 조금의 기대감도 들지 않을 것이다. 먼저 정중하게 인사하고, 2초 정도 눈을 마주치며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상대에게도 들을 준비 시간을 줄 것. 내 말의 골든 타임을 기억하자.


아나운서 김미영 (@___myana)

아나운서 김미영 (@___myana)

JTBC Golf 출신의 14년 차 프리랜스 아나운서이자 주주총회 전문 사회자.
(사)한국프레젠터협회 이사.


CREDIT INFO
에디터
서지아
김미영(아나운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09월호
2024년 09월호
에디터
서지아
김미영(아나운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