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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이의 질병 치료, 성차의학이란 무엇인가요?

남녀 차이는 질병 치료에도 적용돼야 한다. 이런 요구를 반영한 학문이 있다. 바로 성차의학이다. 국내 성차의학 연구를 주도하는 김나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성차의학연구소장)를 만나 질병과 남녀 차이의 관계를 알아봤다.

On August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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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졸피뎀의 권고 용량은 남성의 경우 10mg이지만 여성은 이의 절반인 5mg이다. 시판 초기에는 남녀 간에 용량 차이가 없었는데, 졸피뎀을 복용한 여성들에게서 교통사고가 빈번히 일어나 면밀히 조사해보니 졸피뎀 부작용이었다고 한다. 졸피뎀은 지방에 흡수가 잘되는 약인데, 남성보다 체내 지방 비율이 높은 여성은 남성과 같은 용량을 복용해도 몸에 오랫동안 약효가 남아 있어 몽롱한 상태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여성의 졸피뎀 복용 용량을 남성의 절반으로 줄이도록 권고했다. 유방암을 여성에게만 생기는 병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남성도 걸릴 수 있다. 세계 유방암 환자의 1%는 남성이다. 남성 유방암은 성호르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여성과 다른 진단 및 치료법이 필요하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질병에도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 남녀 차이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을 ‘성차의학(Sex/Gender-Specific Medicine)’이라고 한다. 성차의학은 개인 맞춤 의료가 확대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김나영 분당서울대학교 소화기내과 교수가 연구를 주도한다. 김 교수는 지난해 4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에 성차의학연구소를 설립해 성차의학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교수는 소화기 암, 장 건강 등 소화기내과 질환 연구에서도 많은 성과를 내었으며, 관련 연구 논문 400여 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제2의 뇌 장 혁명>를 출판하는 등 소화기 건강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에도 열심이다.

여성호르몬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질병은 소화기암이에요.
위암, 대장암, 간암 등은 여성이 1.5~2배 적게 발생하는데,
이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에요.

남성 위주의 치료 전통

표준 치료는 170cm, 65kg 성인 남성이 기준


성차의학은 무엇인가요?

생물학적 ‘성별(sex)’이나 사회·문화적 역할에 의해 형성되는 ‘젠더(gender)’라는 2가지 측면이 질병의 발생과 증상,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서 남녀 모두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학입니다. 여성 질환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여성의학과는 차이가 있어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어떻게 질병에 영향을 주나요?
가장 대표적인 게 면역이에요. 여성에게는 X염색체만 있는데, X염색체에는 염증성 사이토카인(면역물질의 한 종류) 수용체가 1,000개 정도 있지만 남성의 Y염색체에는 100개 정도가 있어 여성은 남성보다 면역력이 높습니다. 따라서 여성은 감염에는 강하지만 백신에는 약해 약물이나 예방주사 부작용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일어나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겪은 사람 중 79.1%가 여성이었어요. 서울시 보건소가 낸 자료에서도 코로나19 백신주사를 맞고 20분 이내에 쇼크 증상 등 심각한 이상 반응을 일으킨 건수가 여성이 2.85배 많았어요. 그러나 코로나19 사망률은 면역력이 높은 여성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녀의 사회문화적 차이가 질병에도 영향을 준다고요?
남성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통증에 덜 예민해 담낭 결석 같은 극심한 통증의 질환이 생겨도 병원을 찾는 비율이 여성에 비해 낮아요. 사나이는 잘 참아야 한다는 문화도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이런 이유로 남성은 증상이 있어도 치료를 미루기 때문에 수술 연령이 높고 동반 질환도 많아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에요. 여성은 과민성장증후군의 한 가지 증상인 복부팽만을 특히 못 견뎌합니다. 여자는 날씬해야 한다는 사회 통념상 배가 나오는 것을 괴로워하기 때문이에요.

최근 성차의학이 주목받는 이유가 있을까요?
현재 의료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치료법을 연구, 적용하는 정밀 의료(맞춤 의료)로 발전하고 있어요. 이러한 정밀 의료의 한 축으로써 남녀 차이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성차의학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의료에서 남녀 차이가 고려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남성 위주로 치료하는 전통에 익숙해져 남녀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요. 오랫동안 표준 치료의 기준은 ‘키 170cm, 몸무게 65kg인 성인 남성’으로 인류의 50%는 항상 오류의 위험을 부담해왔습니다. 하지만 약 20년 전부터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남녀의 성 차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우리나라도 최근에 이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소아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라는 말에는 거의 모든 의사가 동의하지만 ‘여자는 작은 남자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김동환, 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09월호
2024년 09월호
에디터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김동환,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