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석구의 파격적인 도전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공동 제작하고 출연한 영화 <밤낚시>는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휴머니즘 스릴러다. 현대차동차가 제작에 참여한 만큼 자동차에 탑재된, 고정된 카메라들로만 촬영을 했다.
러닝타임 12분 59초의 단편영화로 CGV에서 6월 14일부터 2주간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만 상영하며, 영화도 숏폼처럼 빠르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취지로 단 1,000원에 관람하는 ‘스낵 무비’의 시도를 알린다. 손석구는 <밤낚시>를 통해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극 중 원맨 연기를 펼쳤다.
알려진 바와 같이 손석구는 영화 <범죄도시2> <연애 빠진 로맨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드라마 <멜로가 체질> <나의 해방일지>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국내에 일명 ‘구씨앓이’, ‘추앙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2022년 올해의 브랜드 대상 남자배우 부문을 수상하는 등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극 중 신원 미상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는, 계속되는 무전 소리에 따라 밤낚시를 시작한다. 영화 내내 홀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인 만큼 손석구 특유의 날 선 눈빛 연기와 카리스마가 더욱 돋보인다.
연출은 2013년 한국인 최초로 제66회 칸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문병곤 감독이 맡았다. 문병곤 감독은 손석구와 오랜 친구 사이다.
“관람료 1,000원 영화 보러 오세요”
<밤낚시>는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다.
현대자동차 쪽에서 ‘자동차의 시선’으로 새롭고 혁신적인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연출을 제안해왔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은 어떤 포맷이든 상관없다고 자연스럽게 논의됐다. 나에게 가장 친숙한 매체인 ‘영화’를 한번 찍어보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냈다. 연기, 제작, 연출을 모두 도맡기보다 배우와 제작으로 참여하고 연출은 직접 섭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문병곤 감독을 현대자동차 측에 역으로 제안했다.
주연배우이면서 공동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작품이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영화 제작을 담당한다는 건 나의 미천한 경험으로는 감당도 안 되고 먼 훗날의 얘기라 생각했다. 운이 좋았던 것 같고, 또 숏폼이라 가능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나?
나는 어떤 제작자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영화의 실무적인 것보다는 배우로서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창의적인 부분에 주력했다. 제작자로서의 내 경험은 너무나 미천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사운드 믹싱, 편집, 홍보 등 모든 일에 아이디어를 냈다. 그중에서 가장 즐거운 작업이 사운드 믹싱이었다.
파격적인 1인극이다.
외국에서 처음으로 연기와 공연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 내가 처음 도전했던 공연 네다섯 편 모두 1인극이었다. 그래서 <밤낚시>의 포맷이 낯설지 않았다. 연기하는 사람이 몇 명 나오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체는 보통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한 사람의 뒤에 서서 그 사람의 시선으로 그 상황들을 겪어나가는 게 대부분의 영화니까 웬만한 건 다 1인극 형식이라고 본다.
<밤낚시>는 자동차에 고정된 카메라로만 촬영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카메라가 고정된 경우 피사체가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언가가 일어나야 하니까. 사실 촬영이 굉장히 생소했다. 사실 배우가 연기할 때 카메라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 연기할 때 자기 얼굴 앞으로 카메라가 다가올수록 긴장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렇기에 심적으로는 편했다.
연출자가 아닌 배우로서 <밤낚시>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캐릭터가 이국적으로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긴 건 한국인처럼 보여도 미국 남부에 있는 카우보이나 지금 막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베테랑 군인 같아 보이게끔 여러 의견을 모았고 시도해봤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짧은 영화지만 액션 강도가 만만치 않다.
편집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닌 몸소 소화해야만 해서 육체적으로 고됐다. 우스갯소리로 예전에 출연한 영화 <범죄도시 2>에서 (마)동석이 형한테 맞을 때보다 <밤낚시> 3일 촬영 기간에 더 강도 높은 액션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웃음) 그래서 감독님이 엄청 미안해하면서 “다음부터는 네 몸에 멍 안 들게 해줄게”라고 하더라.
<밤낚시>란 손석구에게 어떤 영화인가?
창작자들에게는 즐거운 시도였다. 아티스트와 기업의 컬래버레이션인데, 서로의 니즈가 너무 잘 맞아서 아름다운 컬래버레이션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과보다 과정이 굉장히 즐거웠다. 정말 많이 배웠고, 그 과정에서 인간적으로도 좀 성숙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