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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전하는 인간관계 지침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어 어렵기만 하다. 누구에게나 평생 숙제인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이어가기 위한 조언.

On June 14, 2024

굳이 친구를 두지 않아도 됩니다

오랜 친구와의 관계도 쉽게 끊어지곤 합니다.
과거엔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라고 정의했습니다. 내가 너를 도와주면 다음에는 네가 나를 도와준다는 상호 보상이 존재하는 관계였어요. 즉 진정한 우정, 영원한 우정의 밑에 상호 보상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는 사회·경제적 논리가 숨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굳이 친구가 아니어도 직장, 모임 등에서 관계를 맺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과거처럼 친구 사이에 영원한 상호 보상이 이뤄질 수 없게 됐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됩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존재해온 친구가 미래에도 이어질지 알 수 없어요. 오히려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면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 상처를 받게 됩니다.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후회하지 말고, 지금 친구를 위해 내가 희생한 것 또한 나의 의지였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특히 친구 사이에서 한쪽만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면 회의감이 생기기 마련이죠.
맺고 끊음을 이야기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내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모든 인간관계에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약자입니다. 친해지고 싶고, 좋아하는 마음이 들면 뭐든 아깝지 않아요. 연애 초기에 이성을 사로잡기 위해 모든 공을 들이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그 정도로 크지 않으면, 내가 돈을 썼을 때 그 사람도 돈을 쓰거나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내가 계속 돈을 써도 상대방이 돈을 안 쓰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쓴 돈이 아깝게 느껴지면 상대방에게 그만큼의 마음만 있는 겁니다. 또 상대방은 나의 복잡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큰 생각 없이 받기만 하는 사람인 거죠. 이런 상황이 억울하다면 상대와 거리를 두거나 나에 대한 상대방의 마음을 테스트해보는 방법이 있어요.(웃음) 테스트는 상대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을 부탁해보는 거예요. 부탁을 들어주면 나에게 어느 정도 마음을 쓴다는 의미고, 아무것도 아닌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는 사람은 나와의 관계를 가볍게 여기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회의감이 쌓이면 절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급기야 인생에서 꼭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친구에 대한 심리적 수요가 있는 사람이 있어요. 진정한 친구를 필요로 하죠. 하지만 진정한 친구가 뭔지에 대해선 각자 기준이 달라요.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에겐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친구가, 외로운 사람에겐 얘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놀 때는 신나게 함께 노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예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도움이 안 되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죠. 사람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그 기준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러나 상대에게 바라기만 하는 관계는 결코 건강할 수 없어요. 속물처럼 들릴 수 있지만, 주고받는 게 굉장히 중요하단 의미입니다. 반대로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편하다면 굳이 친구를 옆에 두지 않아도 돼요. 오히려 누군가와 억지로 어울려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지니까요. 관계를 맺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과거에 상처를 준 사람을 기억에서 떠나보내는 방법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사람과의 관계가 삐걱댄다는 시그널을 느꼈을 때, 우리는 해결에 몰두한다. 그러나 최명기 원장은 맺는 것만큼 끊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 또한 관계를 잘 가꾸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관계에서 불편한 일이 발생했을 때 표현해야 할지, 아니면 참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의외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적어도 상황이 악화되진 않아요. 모든 행동을 중단한 채 시간이 흐르다 보면 갈등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생기죠. 여기에서 갈등이 풀린다는 게 반드시 관계 회복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나 자신이 파괴되지 않는 선에서 내가 감내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는 관계를 다시 원만하게 이어가되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는 관계는 끊어버리는 게 좋습니다.

해로운 관계는 어떻게 끊어낼 수 있나요?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겁니다. 연락의 빈도를 줄이고, 만남을 미루면 사이가 소원해져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맞습니다. 불편을 감수해야만 멀어질 수 있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경우엔 불편하지 않게 멀어질 수 있다는 소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상대는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내 마음은 미안함, 죄책감, 불안, 슬픔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감정은 더 나은 내 인생을 위해 마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어떻게 떨쳐낼까요?
저에게 관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특별한 어려움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사례는 달라도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면 관계 문제는 비슷한 양상으로 발생해요. 따라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만 이런 고통을 겪는 건 아니구나’라는 마음가짐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아픔의 무게를 덜어낼 필요가 있어요. 내게 상처를 준 사람과 물리적으로 멀어질수록 기억에서 희미해집니다. 내 삶이 행복하고 재미있으면 상처는 빨리 잊혀요. 그런데 불행해지면 또다시 상처가 생각나죠.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지우고 싶다면, 필사적으로 불행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해요.

혼자가 되길 두려워하는 사람에겐 어떤 조언이 필요할까요?
세상에 홀로 남겨질까 봐 해로운 관계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완전히 헤어짐을 고하기 전에 다른 관계를 만들기를 권해요. 대체할 존재가 생기면 극도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거든요. 혼자가 두려운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과거 부족사회일 때는 추방이 가장 큰 처벌이었어요. 소속감을 빼앗아버리는 건 곧 죽음을 의미했죠. 지금은 혼자서 살아가기에 비교적 안전한 시대라고 하지만, 심리적으로 여전히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두려움을 느끼는 자신을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람’과는 손절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손절해야 하는 인간 유형을 꼽으면요?
필요 이상의 불편함이 느껴지는 관계, 이용당한다는 생각이 드는 관계는 끊어내는 게 좋습니다. 문제는 손절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때 발생합니다. 사회적으로 상하 관계에 있는 경우 두려움 때문에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는 이들이 많아요. 또 외로워서, 그 사람과 같이 있어야 내열등감이 감춰지는 것 같아 손절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어떤 관계든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선다면, 그때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자신에게 좋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아주 기본적인 요소만 지키면 됩니다. 직장에선 일을 잘하고, 가정에선 가정에 충실하면 존중받아요. 어느 집단이든 사람들이 모인 목적이 있어요. 그 목적에 해당하는 것을 잘하면 자연스럽게 존중받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존중에 목매지 않는 것입니다. 나를 존중해주는 주체는 타인이에요. 타인의 성품과 지혜가 나를 평가하는 데 주요한 지표로 작용하죠. 애초에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이 있고,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거죠. 그런 사람의 잣대에 지나치게 목을 매다 보면 자신이 망가진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선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내가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는 모든 게 힘들어요.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고, 관계를 끊어내는 것도 쉽지 않죠. 인간관계가 힘들어질 때 우리는 나와 그 사람의 관계에만 집중해요. 정작 나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죠. 반면 내가 강해지면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에 이르게 돼요. 혼자 있어도 괜찮고,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괜찮아요. 종합하면 인간관계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싶다면 내가 강해져야 해요. 우선 내 삶이 행복해야 하죠. 인간관계가 힘들어 삶이 불행할 수도 있지만, 삶이 불행하면 인간관계는 힘들어지게 마련이에요.

최명기 마음 경영 전문의는…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지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는 이례적으로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 한국으로 돌아와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는 이력을 살려 마음 경영을 연구했으며, 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과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을 지내며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태이(프리랜서)
사진
이대원
2024년 06월호
2024년 06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태이(프리랜서)
사진
이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