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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은퇴, 나훈아 왜?

‘가황’ 나훈아가 은퇴를 선언했다. 1966년 데뷔한 이래 58년간 톱스타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그가 “그동안 고마웠다”며 마이크를 내려놓고 있다.

On June 03, 2024

“표 팔려고 저런 발언을 하는 거 아니냐?”, 요즘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LAST CONCERT)>를 이어가는 가수 나훈아를 향한 일부 네티즌의 반응이다. 지난 2월 27일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보도 자료를 공개하며 나훈아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으로 화제를 모은 나훈아의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는 4월 2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시작됐다. 그만큼 관심이 집중된 첫 공연에서 나훈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훈아의 이런 발언에 긍정적인 반응도 쏟아졌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정적인 반응도 공존했다.

“박수 칠 때 떠나겠다”

우선 ‘표가 안 팔려서’라는 지적부터 살펴본다. 요즘에는 새로운 ‘트로트 황제’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지만 ‘가황’ 나훈아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콘서트 티켓 구하기가 힘든 가수였다. 그런데 이제는 예전만큼 표가 안 팔려 노인들이 좋아하는 발언을 하고, 은퇴까지 생각한 것일까?

확인 결과, 표가 안 팔린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는 인천을 시작으로 청주, 울산, 창원, 천안, 원주, 전주로 이어진다. 이는 2024년 상반기 일정으로 하반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자는 인천 송도컨벤시아 공연이 끝난 뒤 직접 청주를 비롯한 6개 도시 공연의 티케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미 전석 매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행여 은퇴 콘서트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전석 매진이 이뤄진 것일까? 팬들은 전혀 아니라고 답한다. 2023년 <나훈아 연말 콘서트 ‘12月에(IN DECEMBER)’>는 물론이고, 2022년 <‘Dream 55’ 나훈아 콘서트> 등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할 때마다 매진 사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훈아는 왜 굳이 은퇴하려는 것일까?

나훈아가 은퇴를 선언한 것은 2월 27일이다. 이날 나훈아의 소속사 예아라 예소리는 언론사에 4월부터 시작되는 전국 투어 콘서트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에 대한 보도 자료를 배포했는데 여기에는 나훈아의 편지도 포함됐다. 사실상 은퇴를 선언하는 내용의 편지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 발 또 한 발 걸어온 길이 반백년을 훌쩍 넘어 오늘까지 왔습니다.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합니다. 세월의 숫자만큼이나 가슴에 쌓인 많은 이야기들을 다 할 수 없기에 ‘고마웠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말에 저의 진심과 사랑 그리고 감사함을 모두 담았습니다.

긴 세월 저를 아끼고 응원해주셨던 분들의 박수와 갈채는 저에게 자신감을 더하게 해 주셨고, 이유가 있고 없고 저를 미워하고 나무라고 꾸짖어주셨던 분들은 오히려 오만과 자만에 빠질 뻔한 저에게 회초리가 되어 다시금 겸손과 분발을 일깨워주셨습니다.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높은 소리로 외쳐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고마웠습니다!”
가황 나훈아는 편지 한 장만 남기고 팬들 곁을 떠나는 은퇴 방식을 선택하진 않았다. 대신 ‘고마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전국 투어 공연을 준비해 팬들과의 마지막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4월 27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공연이었다. 오후 3시부터 2시간 25여 분간 이어진 공연에서 22곡을 소화한 나훈아는 자주 은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나훈아가 관객들에게 “그만두는 게 섭섭하나?”고 묻자 객석에서 7,000여 관객이 “응!”을 외쳤다. 이에 나훈아는 “그래서 그만두는 깁니다. 여러분이 제가 돌아서는 모습에 ‘니 가도 괜찮다’, ‘그래 가거라’ 하면, 만약 서운해 안 했으면 얼마나 슬펐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박수 칠 때 떠난다는 나훈아의 말이 재확인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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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하죠?
그래서 떠납니다”

“옆눈으로도 연예계 쪽은 쳐다보지 않겠다”

물론 은퇴 시점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나훈아처럼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은 연예인도 있기 마련이고, 그 반대도 있기 마련이다. 2022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공로상을 받은 이경규는 “박수 칠 때 떠나라? 정신 나간 놈이다. 박수 칠 때 왜 떠나냐. 한 사람이라도 박수 안 칠 때까지 활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은 바 있다.

1970년대 한국 가요계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가수 남진 역시 MBN 인터뷰에서 “(나훈아가) 빨리 은퇴한다는 얘기를 들었더니 좀 아쉽기도 하다”며 “나는 힘이 날 때까지, 내가 부를 수 있을 때까지 불러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공연에서 나훈아는 은퇴와 관련해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드러냈다. 공연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는 “혹시 누구에게 곡이라도 써주며 연예계를 기웃기웃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전 후배 가수들도 잘 모른다. 누구에게 가사나 곡을 주지도 않는다”며 “살짝 옆눈으로도 연예계 쪽은 안 쳐다볼 것이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또한 “이제 피아노 앞에 앉지 않을 겁니다. 기타, 만지지 않을 겁니다. 책은 봐도, 글은 쓰지 않으렵니다”며 “지금까지 남은 마흔여덟 권 일기장. 이제 일기도 안 쓸 겁니다”라고 말했다. 가요계에서 은퇴하며 음악이나 저술 등 모든 창작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이다.

은퇴 이후에 대해서는 “안 가본 데 가볼 기다. 안 묵어본 거 묵어볼 끄다. 안 봐본 거 볼 끄다. 제 다리가 멀쩡할 때 저 하고 싶은 거 할 낍니다. 여러분, 하고 싶은 거 하고 사셔야 합니다. 쌔가 빠지게 번 돈 다 쓰고 죽어야 됩니더!”라고 밝혔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 곡이 ‘사내’였는데 나훈아는 노래를 한창 부르다 갑자기 멈추곤 객석을 향해 “여러분, 전 이제 마이크를 내려놓기 때문에 노래할 수 없다. 여러분이 대신 노래해주시라”고 말했다. 떼창을 유도하는 테크닉 정도로 봐선 안 되는 가황다운 은퇴 인사법이다.

이번 전국 투어 콘서트를 끝으로 나훈아는 가수로서 공식 석상에선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비록 나훈아는 마이크를 내려놓지만 그의 노래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훈아가 부르지 않을지라도 그의 팬들이,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대중이 앞으로도 꾸준히 그의 노래를 대신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를 나훈아는 마지막 곡 ‘사내’에 담아 관객들에게 전달한 셈이다.

은퇴 콘서트보다 더 화제인 ‘강렬한’ 발언들

이날 공연에서 더 화제가 된 나훈아 발언의 키워드는 은퇴가 아니었다. 은퇴는 이미 확정된 상황이었기에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나훈아가 더 강렬한 발언을 많이 쏟아낸 게 그 이유다.

나훈아의 대표곡 중 하나인 ‘공’은 후렴구에 ‘띠리~띠리띠리 띠리~’가 이어진다. 나훈아 콘서트의 백미로 이 대목에서 그는 만담처럼 속내를 터놓곤 하는데, 이날 공연에선 “이 이야기는 꼭 하고 (노래를) 그만둬야겠다”며 말을 시작했다.
이어 후렴구 선율에 맞춰 나훈아는 “전 북쪽을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긴 이상한 집단이지 나라가 아니다”라며 “북쪽 김정은이라는 돼지는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말거나 살이 쪄 가지고. 저거는 나라가 아니다. 혼자 다 결정하니깐, 실컷 얘기하고 조약을 맺어도 혼자 싫다 하면 끝이다”라고 강도 높게 말했다. 또한 “이제 전쟁도 돈이 필요한 시대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을 막는 데 하루 1조를 써서 99%를 막았다고 한다. 치고 싶어도 칠 수 없을 만큼 강해져야 한다. 힘이 있어야 평화도 있다”고 말했다.

“옳소!”, “그렇지!” 등의 관객 호응은 공연마다 ‘공’ 후렴구에서 나훈아가 만담처럼 속내를 얘기할 때 나오곤 한다. 이날 나훈아의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은 관객의 더 큰 호응을 얻었다.

`나훈아는 2018년 ‘평양 예술단 방북 공연’에 불참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남한 측 관계자에게 나훈아가 안 온 이유를 물었고,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스케줄이 있어서 못 왔다”고 밝혔다고 알려졌다. 당시 불참에 대해 나훈아는 2022년 6월 <드림(Dream) 55 나훈아 콘서트> 부산 공연에서 “고모부를 고사포로 쏴 직이고, 이복형을 약으로 직이고, 당 회의할 때 꿈뻑꿈뻑 존다고 직이뿌고, 그런 뚱뚱한 사람 앞에서 ‘사랑’을 부를 수 있겠나”라면서 “내가 바빠서 못 갔다 카는데, 바빠서 못 한다 칸 게 아이고, 때리죽이도 (노래가) 안 나올 낀데 우째 하누”라고 말했다.

나훈아는 1985년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평양대극장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콘서트에서 나훈아가 발언한 북한 관련 언급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된 것은 2017년 11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나훈아 DREAM 콘서트>였다. 이날 나훈아는 “나는 노래밖에 알지 못한다. 정치는 전혀 모른다. 근데 이 사람이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라며 ‘고향으로 가는 배’를 불렀다. 이때 무대 스크린에 그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당한 북한의 김정남 얼굴이 나왔다.

따라서 나훈아의 이번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 비판 발언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존 발언과 차이점을 찾는다면 단순한 비판을 넘어 ‘힘이 있어야 평화도 있다’는 생각에 방점을 둔 발언이라는 것 정도다. 아무래도 은퇴를 앞둔 마지막 전국 투어 콘서트기에 평소 생각을 더해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나훈아의 이날 발언을 두고 정치권까지 시끌시끌했다. 나훈아는 “나는 노래밖에 알지 못한다. 정치는 전혀 모른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정치적인 의미로 하는 얘기가 아닌 만큼 자신의 말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가황 나훈아는 마지막 전국 투어에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부으면서 뜨거운 발언으로 여전한 화제성까지 입증하며 서서히 마이크를 내려놓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신민섭(일요신문 기자)
사진
서울문화사 DB, 예아라 예소리·MBC·일요신문 제공
2024년 06월호
2024년 06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신민섭(일요신문 기자)
사진
서울문화사 DB, 예아라 예소리·MBC·일요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