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9일 오후 11시 40분
서울 강남구 한 도로
논란이 된 김호중의 교통사고가 벌어진 것은 5월 9일 오후 11시 40분 무렵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김호중이 몰던 차량이 마주 오던 택시와 접촉 사고를 냈다. 사고를 인지하지 못할 만큼 가벼운 접촉 사고는 아니었다. CCTV에 담긴 사고 영상을 보면 쿵 소리와 함께 김호중 차량의 앞바퀴가 들렸을 정도였다. 그런데 잠시 멈칫했던 차량은 그대로 사고 현장을 떠났고, 사고를 당한 택시 기사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렇게 ‘사고 후 미조치’가 이뤄졌다.
사고 이후 김호중의 모습은 사고 현장으로부터 200m가량 떨어진 골목에서 발견된다. 채널A가 확보한 CCTV 영상에는 김호중이 골목에서 서성이며 어디론가 전화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얼마 후 김호중의 소속사 매니저들이 도착해 사고 해결을 위한 급박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매니저 한 명은 김호중과 옷을 바꿔 입었다. 김호중 대신 경찰서에 찾아가 허위 자수를 하기 위함이다. 한 매니저는 김호중이 운전했던 차량 블랙박스에서 메모리 카드를 뺀 뒤 파손했다.
이후 김호중은 한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해 경기도 구리 인근의 한 호텔로 이동했다. 사고 발생 2시간여 뒤인 5월 10일 오전 1시 50분쯤 김호중은 해당 호텔에 도착했고, 1시 59분쯤 또 다른 매니저가 서울 강남경찰서에 찾아가 자신이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허위 자수를 했다.
매니저가 자수했지만 김호중이 사고 차량 소유주임을 확인한 경찰은 실제 운전자가 누구였는지 추궁하기 시작했다. 김호중에게도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경찰 출석을 요청했다. 심지어 경찰이 김호중의 집까지 방문했지만 그를 만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김호중이 사고 발생 이후 집이 아닌 경기도 구리 인근의 호텔로 향했기 때문이다.
# 17시간 뒤
강남경찰서 출석
김호중은 사고 발생 17시간 뒤인 5월 10일 오후 4시 30분쯤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김호중은 처음엔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다가 결국 운전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호중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이런 내용이 보도된 5월 14일 첫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상황을 알게 된 매니저가 본인이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찾아가 본인이 운전했다고 자수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호중은 직접 경찰서로 가 조사 및 음주 측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김호중은 경찰의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받은 뒤에야 경찰에 출두했다.
게다가 KBS는 5월 15일 김호중이 매니저에게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며 경찰에 대신 출석해달라고 한 녹취 파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KBS는 경찰도 이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녹취 파일 자체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김호중 측 관계자는 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알려진 녹취 파일 속 음성은 김호중이 아닌 소속사 이광득 대표”라며 “이 대표가 매니저에게 지시한 녹취 파일을 경찰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생각엔터테인먼트는 5월 16일 이광득 대표 명의의 공식 입장을 내며 김호중 보호에 나섰다. 이 대표는 “나와 함께 술자리 중이던 일행에게 인사차 유흥 주점을 방문했지만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며 “사고 후 심각한 공황이 와 잘못된 판단으로 김호중이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차량을 이동했다”고 밝혔다.
‘공무집행방해죄’, ‘범인도피교사죄’ 등을 야기한 운전자 바꿔치기는 본인 잘못이라는 입장도 더했다. 이 대표는 공식 입장을 통해 “사고 당사자가 김호중이란 게 알려지면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너무 두려웠다”면서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 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내가 부탁했다. 이 모든 게 소속사 대표이자 친척 형으로서 김호중을 과잉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다”라고 했다.
사라진 사고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는 현장에서 매니저가 본인 판단으로 제거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매니저는 증거인멸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결국 김호중은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내고
“저는 음주 운전을 하였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속사 측은 “(당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소속사의 입장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사고 후 미조치의 경우 김호중의 잘못이지만 사고 후 심각한 공황이 와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다. 둘째, 음주 운전이 절대 아니다. 셋째, 운전자 바꿔치기와 메모리 카드 제거 등은 김호중과 무관하게 소속사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만큼 결정적인 대목은 역시 음주 여부다. 김호중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음주 측정 검사 결과 음주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 자체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고 17시간 후에야 경찰에 출두해 음주 측정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음주로 나오지 않은 음주 측정 결과는 의미를 잃고 말았다.
오히려 당일 김호중의 행보가 음주 운전 의혹을 증폭시켰다. 먼저 사고 전에 김호중이 유흥업소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이광득 대표는 자신과 지인들의 술자리에 김호중이 인사차 들러 술 대신 차 종류만 마셨다고 설명했다. 이후 소속사 관계자는 유흥업소에서 술잔에 입을 대긴 했지만 마시지는 않았다는 해명을 추가했다.
그런데 채널A가 김호중이 유흥주점에서 나와 대리 기사를 불러 자신 명의의 고급 승용차를 타고 귀가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김호중은 집에 도착하고 50여 분이 지난 뒤 자신의 SUV 차량을 직접 운전해 어딘가로 향하다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엔 “유흥주점에서 서비스 차원으로 제공하는 대리 기사 서비스를 이용한 것 뿐”이라는 게 소속사의 입장이다.
사고 직후 자택이 아닌 경기도 구리 소재의 호텔로 이동한 부분도 석연치 않다. 의도적으로 집이 아닌 곳에 머물며 경찰의 음주 측정을 회피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대목이다. 이 부분을 소속사에선 “취재진이 몰릴 것을 대비했다”고 해명했다.
음주 운전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김호중의 음주 운전이 드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행법상 음주 운전 혐의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등 ‘직접증거’가 있어야만 입증되기 때문. 김호중은 사고 17시간 뒤 음주 측정을 해 음주 운전을 했다는 직접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위드마크 기법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최근 법원에서 위드마크 기법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많은 데다 이미 17시간이 지나 위드마크 기법 적용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런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음주 운전 사고를 낸 뒤 도주해 장시간 잠적 후 음주 운전이 아닌 사고 후 미조치로만 처벌받는 사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