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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딩크라이프'를 선택한 이유

대한민국 여성들은 왜 NO출산을 선택했을까? <2인 가족의 티스푼은 몇 개가 적당한가>의 김나현 작가, 브런치에 <낳을까, 말까>를 연재 중인 이혜인 작가와 이야기했다.

On May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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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김나현(이하 ‘김’)
2016년에 결혼해 8년 차 딩크 부부로 살고 있습니다. 평범하고 재미있게 나의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이혜인(이하 ‘이’) 2018년에 결혼해 자발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고 있습니다. 결혼 전부터 딩크 라이프를 살기로 결심했죠. 하지만 생물학적 가임 적령기가 지나면서 ‘낳지 않아도 될까?’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Q 딩크 라이프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그런데 30살이 되면서 ‘나는 아직 결혼할 사람이 없는데 결혼 적령기, 임신 적령기라는 이유로 떠밀리듯이 결혼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했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결혼 적령기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어요. 그러면 언제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같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출산은 내 삶의 옵션이라고 생각했고, 저는 자유롭게 살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나는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받아들였죠.
청소년기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잘 가면 된다는 말만 믿고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갔어요. 그런데 보장되는 게 하나도 없고 또 경쟁을 하더라고요. 좋은 회사에 취업했는데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됐고요. 그 과정을 겪으며 대한민국에선 행복하게 살기 어렵겠다 생각했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사는 삶을 누군가에게 물려주지 말자고 결정했죠.

Q 두 분 다 기혼자잖아요. 배우자와 딩크 라이프에 대한 협의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본래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놀랐었죠. 결혼 전에 남편에게 “내 인생 계획에 출산과 육아는 없으니 만약 당신의 인생 계획에 자녀가 있다면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만나라”고 했었죠. 남편은 결혼하면 당연히 자녀가 있어야 된다는 주의였지만 제 의견을 받아들여 결혼했어요. 최근 저는 ‘딩크로 살아도 될까?’라는 고민을 하며 더 늦기 전에 결정을 내리려고 하는 반면 남편은 지금의 삶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결혼 후에 서로의 생각이 바뀌었죠.
저는 생각이 확고했어요. 그러다 보니 배우자도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아요.

Q 딩크 부부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예전엔 “아이 소식은 없냐?”라고 물으면 “아직이에요”라며 얼버무렸어요. 그런데 이제는 “안 낳는다”고 솔직하게 말해요. 반응은 극과 극이죠. “네 결정이니 존중한다”라는 반응과 “그러면 안 된다. 아이가 주는 행복이 있다”는 반응이 있죠. 후자의 반응을 보이는 분들은 저를 설득하려고 노력하는데 저는 진심으로 저의 생각을 전해요. 그래서 이젠 저의 선택을 응원해주세요. 부모님 역시 솔직한 제 생각을 듣고 이해하고 받아들이셨죠.
저는 비혼주의였기 때문인지 주변에서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세요. 요즘엔 제가 출산에 대한 고민을 하니까 “고민된다면 더 늦기 전에 빨리 결정하라”고 해요.

Q 어떤 문제 때문에 출산을 고민하나요?
비출산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성평등이에요. 임신과 출산은 오롯이 여자의 몫이잖아요. 저 홀로 임신과 출산을 하고 모유 수유까지 하면 억울함을 느낄 거 같아요. 또 남편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양육의 대부분은 엄마가 책임져야 하잖아요. 아직까지 남자의 육아휴직이 자유롭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고요. 아이를 낳음으로써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평등의 균열이 저를 주춤하게 해요. 워킹맘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하나의 이유예요.

Q 어떤 사회적 분위기요?
예를 들어 프로페셔널하게 일했던 상사가 자녀의 양육 문제로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목격했어요. 연락이 잘 안 된다거나 업무에 대한 피드백이 늦는 식으로요.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불만이 생기더라고요. 한국의 업무 환경은 불만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것 같아요. 이전에 외국 계열 회사를 다녔는데, 코로나19로 락다운이 된 적 있어요. 그러자 본사의 한 직원이 “락다운이 돼 자녀를 돌봐야 하니까 연락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더라고요. 당시 한국의 일하는 엄마들은 모두 발을 동동 굴렀어요. 조부모들에게 연락하며 자녀를 대신 돌봐달라고 부탁했죠.

김나현 작가

김나현 작가

김나현 작가

Q 출근해야 하는데 자녀가 집에 홀로 있어야 했으니까요. 당시는 카오스 그 자체였어요.
일은 일대로 잘 안 되고, 양육은 양육대로 잘 안 되는 것 같으니까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비양육자들은 당연히 결혼도, 출산도 싫을 수밖에 없어요. 단순히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서 출산율이 늘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죠.
지원금은 그만 줬으면 좋겠어요.(웃음) 엄마로서의 삶을 커리어로 인정해주는 게 더 필요합니다.

Q 마치 군 복무가 경력으로 인정되는 것처럼요?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없어요. 아이들을 오후 9시까지 학교에서 돌봐준다고 아이를 낳을까요? 국가에서 아이를 오후 9시까지 봐줄 테니 마음 편히 일하라는 건데, 내가 빨리 퇴근하는 게 더 현실적인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끝나면 아이를 0세반 어린이집에 보내고 조부모님이나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돌봐줘요. 저는 최소 3살까진 가정 보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선택지가 없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죠.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하니…. 부부 둘이 여유롭고 좋은데 왜 아이를 낳아 힘들어지는 길을 택하겠어요.
국가의 지원금은 격려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지원금에 더해 사회적인 돌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야근 없이 9 to 6 근무를 하는 회사를 다녀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7시가 돼요. 밥을 먹고 운동을 하면 오후 8시가 되니 하루 일정에 육아가 들어올 틈이 없어요. 양육자들에게 유연 근무를 허용해야 하고, 그를 바라보는 인식이 좋아져야 해요. 나아가 노동의 유연성이 보장돼야 해요.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이 되면 재취업이 어려운데 파트타임이나 프로젝트성 근무가 가능한 환경이 돼야 하죠. 근무시간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면서 저출산을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봐요.

이혜인 작가

이혜인 작가

이혜인 작가

지금의 제가 좋아요. 모든 경쟁에서 벗어났고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생활하면 되는데, 아이를 낳으면 다시 레이스가 시작되잖아요.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이혜인 작가

Q 근무 형태도 다양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회사에 출근해 내 자리에 앉아 일을 해야 인정해요. 그런데 결과와 성과로 내 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면 재택근무 등 다양한 방식의 근무 형태가 생길 것 같아요. 내 스케줄 안에서 자녀를 케어하면서 성과를 내면 되는 거죠. 또 단체 문화도 사라져야 해요. 다 함께 같은 시간에 근무하고 회식을 가야 일을 잘한다고 평가받죠.

Q 절대적인 양육 시간 외 비용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아 제한 캠페인을 굉장히 오래 했어요. 1996년까지 했다고 해요 “무턱대고 낳으면 온 나라가 망한다” 식의 적나라한 캠페인 문구도 있었죠. 그래서인지 무의식중에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은 돈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출산율은 줄어드는데 육아용품 시장은 호황이에요. 부모들이 “내 아이에게 집을 물려줘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죠. 모든 사람의 기준이 높아져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 역시 흐름을 따라갈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제가 좋아요. 모든 경쟁에서 벗어났고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삶의 수준이 정해졌으니까요.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생활하면 되는데, 아이를 낳으면 다시 레이스가 시작되잖아요.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남과 비교하면서 아이를 키우면 양육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요. 그럴수록 자신을 관찰하고 돌보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해요.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잖아요. 자유의지로 선택한 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나의 가치관에 맞게 행동해나가야죠.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딩크의 삶을 선택한 것에 흔들린 적은 없나요?
없어요. 자유로운 지금이 가장 좋아요. 주변에서 후회하지 않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지만, 미래의 문제를 현재로 끌고 와서 고민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현재의 문제를 고민하며 사는 게 맞는 거죠.
가끔 제 모습을 보면 내가 소수의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게 괜찮은 걸까?’라는 고민을 할 때가 있어요. 딩크 부부는 정상 가족이라고 칭하는 가족의 형태에 속하지 않는 게 현실이니까요. 그럼에도 지금이 제일 좋아요. 제 선택이 바뀔 수도 있지만 어떤 것이든 후회하지 않는 삶을 만들어가야죠.

해외에 불어온 ‘소프트 걸’ 트렌드

경력과 성공에 연연하지 않는 소프트 걸(Soft Girl)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슬로 라이프, 느린 삶을 우선시하고 자기 관리에 광적으로 집중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
소프트 걸은 여성이 번아웃으로 고통받는 것을 지켜봤고, 밤샘 근무를 하며 인간관계를 깨뜨리고, 난자를 동결하는 것을 지켜봤다면서 여성 성공의 상징인 ‘걸 보스(Girl Boss)’가 되겠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또 힐러리 클린턴의 ‘유리 천장 깨기’에 대한 연설을 들으면서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또 직장을 떠나 가족을 위해 헌신하길 원하며 유모차를 끄는 엄마가 되길 꿈꾼다고.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유재이(프리랜서)
2024년 05월호
2024년 05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유재이(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