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함께 가지고 있다. 나쁜 소식은, 췌장암은 여전히 가장 무서운 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기준, 췌장암 5년생존율(흔히 ‘완치율’이라고 함)은 15.9%로 모든 암에서 가장 낮다. 4기 완치율은 2.6%로 100명 중 97~98명은 발병 5년 안에 사망한다. 조기 진단도 어려워 환자 중 1기에 발견되는 비율은 20%에 그친다. 좋은 소식도 있다. 췌장암 완치율이 최하위이긴 해도 10년 전인 2010년 8.6%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최근 추이를 봐도 2015년 11%, 2020년 15%로 꾸준한 증가세다. 특히 1~2기 완치율은 47.2%로, 조기에 발견하면 절반은 완치된다. 종양 크기가 1cm 미만인 초기일 경우 완치율은 70%에 이른다. 조기 발견이 증가하고 있고 효과적인 신약들이 속속 등장하는 덕분이다.
이상협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내외 췌장암 학계에서 주목받는 의사 중 한 명이다. 2018년 세계내시경학회에서 이머징 스타로 선정됐으며, 2021년에는 국내 최고 췌장암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한국 췌장암 진료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했다.
완치율, 2배 급증했다
생존율 가장 낮지만 희망 잃을 필요 없어
췌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 장기인가요?
소화효소를 만들고, 십이지장으로 췌장액을 분비해 영양소를 소화·흡수하는 일을 합니다. 지방분해효소는 오직 췌장에서만 분비됩니다. 또한 췌장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혈관 안으로 분비합니다.
췌장암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까?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암종에 비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CT 검사 등 조기 진단 방법에 제한이 많고, 치료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수술, 방사선치료, 화학항암요법 등 표준 암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여성 췌장암의 특징이 있나요?
치료 반응 포함, 남녀 차이는 거의 없어요.
췌장암 5년생존율이 암종 중 가장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부분 암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인데, 췌장암은 수술이 가능한 1~2기에 진단되는 비율이 20%가 안 됩니다. 췌장 주변의 혈관이나 장기로 암세포가 파고들어 수술로 암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암세포가 활동적이라서 간이나 복막으로 전이가 빨리 나타나는 편입니다. 조기에 발견해 수술해도 약 80%에서 재발할 정도로 예후도 좋지 않아요.
췌장암 5년생존율이 최근 10년 사이에 2배나 증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췌장암 80%는 진행된 단계인 3~4기에서 진단되기 때문에 항암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폴피리녹스 항암 치료와 젬시타빈-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병합요법이 각각 2011년, 2013년부터 도입돼 5년생존율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1~2기 5년생존율은 47.2%나 됩니다.
췌장암 1기와 2기 일부는 수술로 절제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요. 1㎝ 이하 크기로 췌장에만 머물러 있는 암은 완치율이 70% 수준입니다.
이런 증상, 병원에 가라
복통, 황달, 체중 감소, 지방변, 혈당 상승
췌장암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췌장암은 여러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기저 질환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환경적 요인으로는 흡연, 비만의 비중이 가장 높고, 음주와 고지방·고육식 식습관도 영향을 줍니다. 또한 오래된 당뇨병, 만성 췌장염, 특정 발암물질 노출 등이 췌장암 발병 확률을 높일 수 있어요. 나이도 중요한 위험 인자로, 대부분의 췌장암은 60살 이상에서 발병합니다. 전체 췌장암 환자의 약 10%에서 유전적 소인이 관련됩니다. 젊은 사람에게 췌장암 발병은 드물지만, 유전적 요인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요.
췌장암이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납니까?
무증상에서부터 심한 복통, 황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초기에는 상복부 불쾌감, 소화 장애, 식욕부진, 오심, 설사, 변비 등의 위장관 증세를 호소하기 때문에 과민대장증후군이나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오인하기 쉬워요. 황달과 지방변은 췌장 머리 부위에 발생한 종양인 경우 흔하게 나타납니다. 췌장 몸통이나 꼬리에 발생한 종양은 특이한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요.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췌장암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복부 통증이에요. 약 80%에서 나타나며, 2cm 미만의 작은 암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등 통증을 호소한다면 종양이 췌장 몸통이나 꼬리 부위에 있을 가능성 있죠. 종양이 췌장 주변의 신경에 침범하면 복부 위쪽이나 등까지 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췌장암 전문가를 신속히 찾아가야 하나요?
전문가를 신속히 찾아가야 하는 경우는 ▲복통이 지속된다 ▲황달이 있다 ▲체중이 이유 없이 감소했다 ▲소화 장애가 있고 지방변이 있다 ▲갑자기 혈당 조절이 안 된다 등입니다. 그러나 배에 돌출된 혹이 만져지는 것은 췌장암보다 이소성 췌장(췌장이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난 곳에서 관찰되는 상태)이나 췌장거짓낭(염증 등으로 인해 췌장에 생긴 주머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상협 교수는 누구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췌장염, 췌장암, 담관암, 담낭암을 주로 진료한다. 세계내시경학회로부터 차세대 리더로 선정됐으며, 한국 췌장암 진료 가이드라인 제정에도 참여한 실력 있는 의사다. 2021년부터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주 3상 임상시험 총괄연구책임자로서 연구를 진행 중이며, 한국세포주은행과 공동으로 췌장암·담관암 오가노이드(인공장기)를 만들어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췌장담도학회 학술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대한소화기암연구학회 학술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췌장암 환자와 가족에게 올바른 췌장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진료실에서 못다 한 췌장암 이야기>(영진미디어)를 공저로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