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와 코미디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애교섞인 대사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김수현을 두고
‘자꾸 슬로를 걸어서 회상하지 말라고’라고 하는
홍해인의 혼잣말은 시청자를 대변한다.
군 제대 후 복귀작이던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어느 날>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은 배우 김수현. 후속작으로 자신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택했다. <눈물의 여왕>은 최고 시청률 28.1%를 기록한 초대박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극본을 맡은 박지은 작가와 김수현의 세 번째 만남으로 캐스팅 단계부터 눈길을 끈 바 있다. 몰입감 있는 스토리, 로맨스와 코미디를 적절하게 섞은 전개로 <내조의 여왕> <프로듀사> <사랑의 불시착> 등 대박 드라마를 만든 박지은 작가와 김수현의 호흡은 이번에도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9일 첫 방송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12회 시청률 20.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극 중 김수현은 평범한 시골에서 자라 명문대 출신 변호사가 된, 개천에서 난 용이지만 퀸즈그룹 재벌 3세 ‘홍해인’(김지원 분)과 결혼해 재벌 처가의 눈치를 보며 사는 사위 ‘백현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그는 훈훈한 외모와 여주인공을 향한 순정으로 로맨스물의 전형적인 남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 특히 로맨스와 코미디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의 특기인 지질한 연기를 보여주고, 자칫 민망할 수 있는 유치하고 애교 섞인 대사를 맛깔나는 연기로 살렸다. 대중 사이에 김수현이라서 가능하다는 평을 이끌어내는 중이다.
극 초반 홍해인과의 결혼에 후회를 내비치며 “막 귀엽고 필살기를 쓰고 홍해인 설레게 만들고. 그래 가지고 내 팔자를 내가 꼬았지. 안 귀여웠으면 이렇게 결혼도 안 했을 텐데”라고 얼굴을 망가뜨린 채 술주정하는 모습이나 홍해인이 재벌 3세라는 사실을 모르고 “내가 약속할게요. 나 앞으론 당신이 지금껏 살면서 못 누렸던 것들 다 누리게 해줄 거예요. 지난번에 내가 월세 아니고 전세 산단 얘긴 했죠? 그게 다가 아니고 실은 나 (망설이는 숨소리) 다달이 200씩 적금해요”라고 말하는 백현우의 모습은 김수현의 매력을 십분 보여준다. 박지은 작가 역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 김수현을 캐스팅한 이유로 “제일 잘하지 않냐”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극 중 멧돼지에게서 자신을 구해준 백현우를 보며 ‘자꾸 슬로를 걸어서 회상하지 말라고’라고 하는 홍해인의 혼잣말은 시청자를 대변한다.
별에서 온 비주얼
김수현은 세련된 외모와 중저음의 목소리, 시골 소년을 떠올리게 하는 순박한 미소를 지녔다.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와 예쁘게 올라간 입꼬리는 김수현의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그러면서 깊이 있는 분위기를 풍기는 김수현에 대해 <별그대>를 연출한 장태유 PD는 2013년 한 인터뷰에서 “김수현의 실제 나이는 20대 중반인데 40대 같은 차분함을 갖췄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유재석은 <유퀴즈>에서 “<별그대> 때 26살이고 지금 37살이다. 그런데 (외모) 변화가 없다. 진짜 나이가 안 든다”라고 놀라워했다. 이에 김수현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수현은 비율 좋은 사람들이 모인 연예계에서도 작은 얼굴로 손꼽힌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탕약을 마시던 중 그릇에 얼굴이 가려지는가 하면 CD에 얼굴이 가려져 ‘소두 종결자’로 통하기도. 또 공효진은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서 “얼굴이 작다고 생각한 배우는 김수현”이라며 “얼굴이 작아서 목이 두꺼워 보일 지경이다. 작아도 정말 너무 작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파워 노력형
김수현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노력형이다. 그는 KBS2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맡은 캐릭터 ‘송삼동’이 사투리를 써야 해 지방에 머물며 사투리를 배웠고, JYP엔터테인먼트에서 3개월간 실제로 연습생 생활을 하며 춤과 노래를 배웠다고 한다. 또 SBS 드라마 <자이언트> 속 샌드백을 두들기는 장면에서 실제로 손에서 피가 흘렀지만 장면을 위해 더 세게 치며 촬영을 이어가다 20테이크에서야 촬영을 만족했다고. 당시 생긴 상처는 지금도 손가락에 남아 있다는 후문이다.
그는 취미 또한 열심이다. 하나에 빠지면 깊이 파고드는 스타일인데 취미로 볼링, 스키, 자전거, 복싱, 노래 부르기, 클라이밍, 스킨스쿠버, 배드민턴, 테니스, 등산, 필라테스, 헬스, 골프 등을 한다. 특히 볼링은 수준급 실력이다. “운동신경이 좋은 편인데 유독 볼링 실력이 늘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밝힌 그는 팬 미팅 전날에도 볼링을 치는가 하면 팬 미팅에서 직접 시범을 보였고, 2016년 프로 볼러 선발전에 출전해 114명 중 31등으로 1차전을 통과했다. 김수현은 1차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볼링협회로부터 특별회원 제의를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2차전에 출연했는데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김수현은 볼링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과 싸우는 운동이다. 볼링공을 던지기 전까지 100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라며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길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또 유튜브 채널 ‘TEO 테오’에서 “예전엔 촬영이 없는 날 친구들을 만나서 볼링장에 가 날을 샜다. 아침 6~7시에 나와서 국밥을 먹고 집에 가거나 다시 볼링장에 가기도 했다”라며 “볼링공을 계속 들고 있다가 수전증이 생겼다. 굳은살이 생겨 벗겨지는데, 살갗이 일어나서 세수하면 얼굴이 따가웠다. 볼링은 그렇게 쳐야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가 최근에 빠진 운동은 골프다. 그는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필드에 나가지 못해 1년 정도 쉬었다. 지금은 골프에 빠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입덕 모먼트 3
1 빙구미
김수현의 빙구미는 2017년에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에서 빛을 발했다. “언제 한번 볼링 치자”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 등장한 그는 자신의 장비를 소개하다가 말을 더듬었다. “잘 안 되네”라며 해맑게 웃어 빙구미를 발산했고, 말투로 놀림을 받자 “강원도에서 촬영해 말투가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또 ‘영고김(영원히 고통받는 김수현의 줄임말)’ 짤은 그의 빙구미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사인회에서 팬들에게 악수를 청하다 외면받아 불리는 영상으로, 악수 시도를 외면받고 민망한 척하지 않으려는 그의 모습이 웃음 포인트다.
2 존재감 100% 비주얼
김수현은 영화 <수상한 그녀>,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사랑의 불시착> 등에 카메오로 등장해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수상한 그녀>에서 젊은 몸으로 돌아간 ‘박 씨’(박인환 분)를 맡아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했다. 그가 헬멧을 벗는 순간 극장 내 탄성이 이어졌고, <호텔 델루나>에서는 ‘장만월’(아이유 분)의 호텔 델루나를 잇는 새로운 달의 객잔 호텔 블루문의 사장으로 등장해 시즌 2에 대한 기대를 자아냈다. <사랑의 불시착> 마지막 화 에필로그에 등장해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속 남파 간첩 동구 역을 맡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3 여심 울리는 노래 실력
KBS2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신입 PD 백승찬 역을 맡은 김수현은 ‘신디’(아이유 분)의 생일을 맞아 노래방을 방문했다. 그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넘버 ‘지금 이 순간’과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를 열창했다. 그의 노래 실력은 신디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뿐 아니라 <드림하이>의 OST ‘드리밍(Dreaming)’과 ‘드림하이’를 부르는가 하면 <별그대>의 OST ‘너의 집 앞’으로 음원 차트 1위를 휩쓸기도 했다. 이는 남다른 유전자와 연습의 힘이라고. 김수현은 록 밴드 ‘세븐돌핀스’ 보컬 김충현의 아들로, 그 또한 “노래 실력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