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것은 쉽지 않죠. 김 대표는 그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
결혼 후 회사를 그만뒀고 남편과 취미로 목공방에서 가구 만들기 교육을 받았어요. 막상 하고 나니 재미있어서 창업 과정까지 수료했죠. 직접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들려면 창업 과정을 수료해야 했거든요. 신혼집에 필요한 테이블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작은 가구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고 가구를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첫 판매한 가구는 무엇이었나요?
하고 싶다는 마음만 품고 있다가 아이 돌잔치 때 사용할 벤치를 만들었어요. 돌상 위에 올린 돌 벤치가 예뻐 맘 카페와 블로그에 후기를 작성했죠. 그 게시물을 본 몇몇 엄마들이 공동 구매를 하겠다고 했고, 맘카페에서 18개의 주문을 받았어요. 이를 계기로 가구 공방에서 협업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블로그 마켓을 운영했어요. 그러다 2016년 SNS에서 한 지인이 창업 교육을 받으러 워크숍에 갔다고 했어요. 그게 부러워 물어보니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원한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워크숍이었어요. 저도 지원을 받아 창업하자고 결심했죠.
신사업창업사관학교의 지원을 받으려면 사업 계획서가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작성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저는 주부라 사업 계획서를 어떻게 쓰는지 몰랐어요. 가구를 디자인해 만들었던 경력을 토대로 창업을 하고 향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진솔하게 썼죠. 첫째 아이 이름인 미르(Mir), 둘째 아이 이름인 레아(Rea)에서 따와 미레아우드라는 이름도 지었어요. 제가 러시아어를 전공했는데 미르는 러시아에서 평화, 레아는 땅의 여신이란 뜻이에요. ‘평화롭게 땅에서 자란 아이들’이란 의미를 담았죠. 돌아보면 엉망진창이었어요.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서 사업 계획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떻게 창업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창업 1년 만에 큰 수익을 얻었죠.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서 창업 관련 이론 교육을 받고 16주간 점포 체험을 하면서 소비자를 만났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판매하면서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거든요.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 탄생한 아이템이 슈 벤치(아이들의 신발을 신길 때 앉히는 의자)예요. 자작나무를 원재료로 한곳에서 모든 공정을 끝내는 제작 과정 특성상 제품의 금액대가 높은 편인데도 엄마들이 슈 벤치를 구매하더라고요. 그때 소비자들에겐 가격보다 필요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미레아우드의 효자 아이템은 회전 책장이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한 아이템이에요. 모든 엄마가 책 정리 방법을 고민해봤을 거예요. 아이가 자랄수록 책은 늘어나거든요. 책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면서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디자인을 고민하다가 회전 책장을 생각했죠. 70cm의 공간만 있으면 약 400권을 수납할 수 있어요.
제품의 시작과 끝에 아이를 위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만든 가구의 중심엔 우리 아이들이 있어요. 내 아이가 사용하는 가구라는 생각으로 디자인하고 제작하죠. 그래서 제품 디자인부터 설계·제작·발송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며 관리하고, 친환경으로 마감하고 안정성 검사를 해요. 아이들이 사용하는 만큼 튼튼해야 하거든요. 또 환경부의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받았어요. 좋은 재료를 사용하며 가구를 만들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폐기물을 데이터로 관리하죠.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어른들이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엄마들의 ‘육퇴’를 생각하며 늦은 밤 CS(고객 서비스)도 직접 담당하죠.
엄마들이 가장 여유로운 시간은 오후 10시 이후예요. 실제로 오후 10시 이후에 질문이나 카카오톡 상담 요청이 많아요. 저 역시 그 시간이 가장 한가해 즉석에서 답변해요. 개인적인 시간은 줄지만 소비자에게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죠.
엄마 김상희로서의 시간은 부족할 것 같아요.
주부로서 완벽하지 못한 점이 아쉽죠. 그런데 손 놓을 곳은 손을 놓기로 했어요. 아이들도 독립체가 돼야 하니까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스스로 하게 해요. 아이들이 잘 따라와 고맙죠. 다만 부족하지만 주부로서 저만의 루틴이 있어요. 집이 더러우면 머리도 복잡해져 집안일을 누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오늘은 부엌, 내일은 거실 등 계획을 세워 집안일이 쌓이지 않게 하죠.
미레아우드를 어떤 브랜드로 만들고 싶나요?
생애주기 맞춤 반려 가구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시기별로 필요한 가구가 달라요. 시기에 맞춰 필요한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로 성장해나가고 싶어요.
대표 김상희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창업을 준비하는 경력 단절 여성들의 멘토가 되고 싶어요. 현재 제조 기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데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방법, 창업 준비 시기 등 전반적인 노하우를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주부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지레짐작하고 포기하지 마세요. 지금부터 준비하면 됩니다. 제가 가구 공방에서 일했던 것처럼 관심 분야의 업종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해보세요. 현장에서 일을 해봐야 그 일이 어떤지 알 수 있어요. 하나씩 천천히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