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 숍 ‘미케르’ CEO 이정민 아나운서
관심 분야 자격증에 도전하세요
4살 아들, 12살 딸을 둔 슈퍼맘 이정민 아나운서는 특유의 하이텐션과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녀가 2022년 17년간 몸담았던 KBS에 사직서를 내고 제2의 인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웰니스 스파 숍 ‘미케르’의 대표가 된 것이다. 의외의 길을 선택한 그녀의 창업 스토리.
퇴직 후 스파 숍 ceo로 변신했습니다.
요즘 N잡러의 시대라고 하는데 제가 직업이 많습니다. 엄마, 아내, 방송인, 웰니스 스파 숍 ‘미케르’ 대표, 인스타그래머 등등이요. 오늘도 아이들 라이딩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웃음)
회사를 그만둔 후 피부미용사 자격증부터 취득했다고 들었어요.
사업과 연결되지 않더라도 관심 분야의 자격증을 따보자 싶었죠. 자격증은 남잖아요. 회사에 다닐 때부터 늘 ‘어떤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왔거든요.
스파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임신했을 때 25kg이 늘었는데, 그때 제 모습이 절망적이었어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다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을지 불안하고 두려웠죠. 그래서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했고, 스파에서 관리까지 받았어요. 단순히 체중만 빼기보다는 탄력 있는 몸을 가꾸고 싶었거든요. 그런 이유로 스파가 큰 도움이 돼 이쪽 비즈니스에 대해 확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창업해보니 어떤가요?
자영업자라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이 돌아오는 건 좋아요. 특히 연세 지긋한 고객이 관리를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연히 힘든 점도 많지요. 월급쟁이로 살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에요. 일단 세상의 모든 사장님을 존경하게 됐고, 겸허해집니다.(웃음) 흔히 “남의 주머니에서 돈 빼오기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진짜 어렵더라고요. 서비스를 파는 일이나 영업이 보통 일이 아니에요. 이 일을 하면서 인플루언서도 전문직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1시간을 노력해야 하나의 홍보 피드가 완성되니까요.
많은 스파 숍이 있는데, ‘미케르’만의 특징은 뭘까요?
호텔 스파 같은 힐링 스폿이요. 호텔에 가지 않아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도심 속에서 호텔테라피를 느끼는 게 제가 원하는 니즈거든요. 거기다가 ‘디톡스’ 프로그램이 결합돼 있어요. 단순히 살을 빼는 게 아니라 디톡스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거죠. 최근에는 신부를 위한 웨딩 프로그램도 론칭해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창업 과정도 궁금합니다.
구청에 가서 피부미용사 자격증을 제출하고 영업 허가증을 받을 때의 묘한 감정이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뭐랄까, 나의 노후 대비랄까요?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어요. 사업 초반에는 제가 온실 속 화초였다는 걸 여실히 깨닫는 하루하루였지요. 생각보다 아나운서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문서 작성, 세금 문제는 지금도 힘들지만 많이 익숙해졌고,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미용사 자격증을 따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사실 네일 분야만 해도 저희 같은 40대는 눈이 침침해 오래 못 해요.(웃음) 근데 이 분야는 특별한 재료가 없어도 손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1차 필기와 2차 실기를 보는데, 너무 떨려 어떻게 시험을 봤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실제 사람을 눕혀놓고 클렌징부터 보디 관리까지 하는 시험이었는데, 1차는 공부를 하면 된다 치고 2차는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사실 학원에 다닐 때도 “어제 가르쳐준 걸 왜 틀리냐?”는 선생님에게 “저 40대예요. 어린 친구들처럼 빠르지가 않아요” 했더니, 지난달에 60대 어르신도 취득하고 가셨다며 무슨 소리냐는 거예요.(웃음) 맞아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합격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좋았어요.(웃음) 사실 실기시험을 칠 때 손이 안 움직일 정도로 너무 긴장해 떨어질 줄 알았거든요.
서비스업은 적성에 맞나요?
사람들은 의외라고 하지만 저한테는 잘 맞는 업태예요. 일대일로 사람을 마주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아, 간혹 노쇼 손님이 있을 때는 엄청 속상하지만요.
전문가로서 피부 관리 팁도 알려주세요.
피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지’예요. 이미 처지고 주름이 잡혔다면 성형외과에 가야 하고, 늘어나기 전이라면 계속 셀프 마사지를 하면서 탄력을 유지시키는 거죠. 그리고 하얗게 일어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각질 제거를 하는 게 좋아요. 피부 트러블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물리적인 딥 클렌징과 화학적인 딥 클렌징을 번갈아가며 해주세요.
‘스파’라는 서비스를 정의한다면요?
섬김. 간혹 스스로에게 ‘나는 왜 이걸 시작하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하거든요. 자격증을 따는 과정에서 처음 사람을 대상으로 연습했을 때 그 묘한 감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사실 자식이나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 얼굴을 만질 일은 거의 없잖아요. 완전한 타인의 얼굴을 만진다는 건, 다 초월해 섬기는 마음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 같아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집에 와서는 최대한 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방송할 때와는 달리 고뇌해야 하는 시간이 분명히 있어요. 제가 이끄는 사업체다 보니 걱정거리도 있죠. 집에까지 그 걱정을 가져가면 아이들에게 집중하지 못하니 털어놓고 가려고 해요.
창업을 꿈꾸는 주부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궁금합니다.
일단 도전하세요. 제빵기능사든, 네일 아트 자격증이든 뭐든 관심 분야의 자격증에 한번 도전해보세요. 100세 시대 아닙니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에요.(웃음) 긴 세월을 살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노후 대비가 될 수 있어요. 저희 친정 엄마는 50살이 넘어 대학원에 가셨고, 65살에는 실버 모델에 도전하셨어요. 제게도 분명 자극이 됐죠.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마인드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이 일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남편이 제게 용기를 많이 줬는데, 그중 하나가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에요. 물론 사업을 하면서 힘들 때도 많지만, 적어도 아무 일도 안 했다면 어땠을지를 생각해보면 뭐라도 하는 게 나은 건 분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