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관심이 있거나 또는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필라테스. 우리나라에 필라테스가 처음 알려진 건 2000년대 초, 일보다 삶의 질과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문화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물론 신체 운동 또한 권고됐던 웰빙 열풍으로 다양한 생활 운동이 유행하면서 당시 미국에서 인기 있는 운동이었던 필라테스가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게 된 것. 물론 처음에는 일부 무용수와 극소수의 회원을 대상으로만 이뤄졌다. 하지만 곳곳에 필라테스 센터가 점차적으로 문을 열면서 일반인에게도 접근성이 높아지고, 다수의 모델과 연예인이 즐기는 운동으로 여러 매체에 소개되면서 현재 우리나라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대중 운동으로 자리 잡게 됐다.
필라테스는 어떻게 시작된 운동일까?
필라테스는 독일 태생의 조셉 필라테스(Joseph H. Pilates, 1880~1967)가 고안한 운동으로 정신 수련과 독특한 호흡법을 사용하는 신체 근육 운동이다. 선천적으로 몸이 매우 약하게 태어났던 조셉은 체조 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다양한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요가와 명상은 물론 고대 로마의 운동법 또한 터득했다고 전해진다.
조셉은 1912년에 영국으로 이주했는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전범국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간첩 오인을 받아 영국 포로수용소에 수감된다. 그곳에서 그는 좁은 공간에서도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맨몸 운동법을 찾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 필라테스의 근원인 ‘매트 운동법’의 뿌리가 된다. 조셉은 자신이 만든 운동법을 포로수용소의 다른 포로들에게도 전파했는데, 이 동작을 따라 한 포로들은 놀랍게도 당시 극심했던 유행성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공을 인정받은 조셉은 병원으로 옮겨져 전쟁 중 부상당한 군인을 돌보는 일을 맡는다. 그는 환자의 불편한 팔과 다리의 재활을 위해 스프링을 장착한 침대 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고안하게 되는데, 이 또한 현재 필라테스 기구로 널리 활용 중인 캐딜락 동작의 기초가 됐다.
파워하우스와 호흡에 담긴 비밀
필라테스는 허벅지, 골반, 어깨 등 신체 경직과 긴장을 풀어주는 동시에 소외될 수 있는 몸의 작은 근육들을 강화하는 동작들이 주를 이룬다. 일반적으로 매트나 기구에 누운 상태로 진행되는데, 요가처럼 몸을 웅크리거나 허리를 접는 등 어려운 동작은 비교적 적은 편. 보통 단전과 허리, 골반의 근육을 적극 활용해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근육 단련에 집중한다. 이는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재활로 시작해 점차 근육 운동법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숨을 들이마실 때 늑골을 확장하고 내쉴 때 늑골을 축소시키는 흉식호흡을 한다는 것도 다른 운동과 차별된다. 이 호흡법은 조셉 필라테스가 직접 만든 것으로 현대해부학과 운동과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는 자신이 체득한 요가, 웨이트트레이닝, 체조, 발레 등 다양한 운동 원리를 종합해 맨몸과 소도구, 기구 등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백 가지의 동작을 완성했고, 이를 토대로 해부학적 움직임에 맞춰 반복적인 움직임을 통해 몸을 수련하는 것이 바로 필라테스다.
필라테스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아랫배와 엉덩이 부분을 ‘파워하우스’라 명명하고 이 부분이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고 여기는 것. 조셉은 “중심부가 튼튼해야 전신의 균형이 좋아지고, 몸통 둘레에도 힘이 생겨 척추와 내부 장기를 보호할 수 있다. 또한 이로써 팔다리도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다”는 이론을 기반으로 파워하우스 강화 과정을 통해 자세 교정과 유연성 향상, 근력 강화를 유도했다.
운동 효과를 극대화해 줄 필라테스는?
앞서 말한 것처럼 필라테스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매트나 소도구를 활용한 필라테스, 두 번째는 기구를 활용해 동작을 수행하는 기구 필라테스다. 매트&소도구 필라테스는 맨몸 운동을 기반으로 하되 폼 롤러, 링, 밴드, 짐 볼, 보수 등 다양한 소도구를 활용해 운동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특징. 매트 위에서 자신의 몸을 주체로 두고, 체중 부하에 따른 몸 움직임의 저항성을 높여 코어와 전신 근력을 강화한다. 기구 필라테스는 필라테스 하면 으레 떠올리는 전문 기구를 활용한 필라테스 운동을 뜻하며 종류로는 캐딜락, 리포머, 체어, 배럴 등이 있다. 전문 기구를 이용하는 만큼 소수 정예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기구의 특성에 따라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강도별로 효과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은 편. 하지만 선호도가 높다고 해서 운동 효과 또한 높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세부 동작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구 필라테스 동작 또한 매트 필라테스를 뿌리에 두고 탄생한 만큼 기구 운동에만 매달리기보다 2가지를 적절히 활용하면 필라테스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 필라테스를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수련 중이라도 알아두면 좋을 2가지 필라테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