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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이후 여전한 갑론을박, 웹툰 작가 주호민 이슈

여전히 온라인에서는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 이슈가 뜨겁다. 지난 2월 1일 1심에서 주호민 씨 아들이 교사에게 학대를 받았다는 판단이 나왔고, 주호민 씨는 선고 직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갑론을박은 더 가중되고 있다.

On March 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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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심경 고백 “인생에서 가장 길고 괴로운 시간… 유서까지 썼다”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 이슈로 온라인이 시끌시끌하다. 지난 2월 1일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 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특수교사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주호민 씨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선고 이후 라이브 방송과 언론사 인터뷰 등을 통해 “(교사가) 유죄를 받았지만 반갑지 않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특수교사 측도 곧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얘기한다”며 법원 판단에 아쉬움을 밝히고 “항소해 다툴 것”이라고 맞섰다. 교사들도 입장을 내고 “주호민 씨 부부의 불법 녹취가 증거로 받아들여진 것은 옳지 않다”고 힘을 보태고 있다. 왜 법원은 특수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했을까? 2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없을까? 다른 판례들과 비교해 이번 사건을 정리해봤다.

특수교사는 왜 유죄였을까? 
 “너 싫어. 정말 싫어” 발언 문제 삼아 유죄 

지난해 여름 언론 보도 직후 주호민 씨 아들 사건은 ‘지나친 부모의 갑질’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 시간을 녹취한 증거를 토대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이에 특수교사가 기소된 것은 지나친 교권 침해라는 비판이었다.

경찰과 검찰 등이 기소한 이유는 수업 중 이뤄진 발언들이 ‘지나치다’는 판단에서였다. 특수교사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 씨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거나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맨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친구들한테 못 가”, “급식을 먹지 못해” 등의 이야기를 해 피해 아동(주호민 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체 접촉 등은 일절 없었던 상황에서 ‘말’로 정서적인 학대를 했는지 판단해야 했던 법원. 1심 재판부는 특수교사의 발언 중 한 가지 발언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했다. 바로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한 부분이다. 특수교사 측 변호인은 “받아쓰기 예문을 피해자가 이해하기 쉽게 예시를 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은 “피해자의 어떤 행동이 고약한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피해자도 버릇 고약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더라도 부정적인 표현임을 인식할 수 있다”며 “너라고 싫어하는 상대방을 특정했고 피해자가 이를 듣고 충분히 의미를 인식할 수 있었기에 학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주호민 씨 아들의 교육에서 ‘너 싫어’라는 단순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은 정신 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과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봤다. 판사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정서적 학대로 인정되는데 짜증 섞인 태도로 정서적 학대한 책임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녹취에 담긴 나머지 발언들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아, 진짜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도대체 맨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친구들한테 못 가”, “급식을 먹지 못해” 등의 표현에 대해서는 “혼잣말 형태로 짜증 낸 것으로 보이거나 수업 집중하라는 취지로 한 말, 또 친구들과 같은 수업을 듣지 못하고 급식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하게 반복됐거나 다소 불친절한 말”이라며 “다소 부적절한 말로 보이지만 그것만으로 학대 고의가 있거나 정신 건강 발달에 해를 보인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학부모의 몰래 수업 녹음은 합법인가? 

수업 내용을 몰래 녹음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장애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다. 법원은 “피해자 모친(주호민 씨 아내)이 피해자에 대한 아동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인지능력과 표현력이 또래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피해자가 특수교사의 범행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었던 점이나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점, 자폐성 장애나 지적장애를 가진 소수의 학생만이 수업을 듣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침해되는 사생활의 비밀보다는 수업 녹음으로 보호할 수 있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봤다. 몰래 녹음의 증거 효력을 인정한 셈이다.

이는 대법원 판례와 엇갈리는 판단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최근 수업 내용을 학부모가 자녀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내 녹음한 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발언이 담긴 녹음 파일을 증거로 인정한 법원은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죄가 가벼운 범죄인에 대해 형의 선고를 일정 기간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다른 학부모들이 선처를 희망한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침묵하던 주호민, “죽고 싶었다” 토로 

지난 2월 1일 선고가 내려진 법정에는 지난해 8월 입장 표명 이후 약 반년간 침묵을 지켜오던 주호민 씨도 참석해 선고를 지켜봤다. 아내와 함께 방청한 주 씨는 내내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했고, 아내는 유죄 판결이 나오자 흐느꼈다.
유무죄 판단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1일 라이브 방송을 할 것’을 예고했던 주호민 씨. 개인 라이브 방송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언론 인터뷰 요청 등이 많았지만 시간 제약 없이 얘기하는 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 것 같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날 라이브 방송은 한때 동시 접속자가 5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뜨거웠다.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주 씨. 주 씨는 지난 6개월을 “제 인생에서 가장 길고 괴로운 반년”이라고 설명했다. 주 씨는 “서이초등학교 사건으로 인해 교권 이슈가 뜨거워진 상황이었고, 그 사건과 엮이면서 갑질 부모가 됐다”며 “(너무 힘들어서 아동 학대 신고) 기사가 나고 3일째 됐을 때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심을 하고 유서를 쓰고 번개탄까지 샀다”고 토로했다.

유죄 판단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유죄가 나와서 기쁘다거나 다행이다’라는 생각은 전혀 없다”며 “아이가 학대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기쁠 리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사건 논란 초반, 몰래 녹음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선처를 통해 사건을 원만하게 풀어가겠다고 밝혔다가 이를 철회한 것은 교사 측의 대응이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주 씨는 “(처음에는) 선처로 가닥을 잡고 입장문도 냈고, 선생님을 만나서 오해도 풀고 선생님이 심하게 말한 부분이 있으니 사과받고 좋게 가려고 만남을 요청했는데 거부됐다”며 “이후 특수교사 측으로부터 고소 취하서 작성, 물질적 피해 보상, 자필 사과문 게시 등의 요구 사항이 담긴 서신을 받았고, 이후 물질적 피해 보상 부분은 빠진 서신도 받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서신이 ‘마치 승전국이 패전국에 보낸 조약서’ 같아 선처의 뜻을 거두게 됐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사건 초기에 아내를 많이 비난했다. 녹취도 제대로 안 듣고 아내가 일을 키워서 모든 걸 망쳤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사건을 파악해가면서 아내가 정말 외롭게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 함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너무 미안하다. 저는 가족과 함께 계속 단단하게 지내고 싶다”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도 밝혔다.

신체 접촉 등은 일절 없었던 상황에서 ‘말’로 정서적인 학대를 했는지 판단해야 했던 법원. 1심 재판부는 특수교사의 발언 중 한 가지 발언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했다. 바로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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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은 최근 자신의 라이브 방송에서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제목의 기사들이 너무 많이 났다”고 지적했다. 이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비난 여론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며 “고 이선균 씨 사망 소식을 듣고 그분이 저와 (유서에) 똑같은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고도 토로했다.

하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일부 발언을 놓고 재점화 

주호민 씨의 아들이 일반 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리된 이유였던 ‘아들의 신체 노출’에 대해서는 “(아들이) 좀 안 좋은 행동을 했다”면서도 “다른 여학생이 보라고 바지를 내린 것이 아니고, 아이가 바지를 내렸는데 여학생이 봤다”는 주장을 펼쳤다. “바지 내린 걸 여학생이 본 건데 이게 여학생 얼굴에 대고 신체를 흔들었다는 등으로 와전됐다”며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는 목적이 없었는데, 아들이 마치 성에 매몰된 짐승처럼 묘사됐다”고 했다.

자녀를 전학시키려 했지만 언론 보도가 나면서 마땅치 않아 현재는 자녀를 가정에서 보호 중이라고 밝힌 주호민 씨. 라이브 방송에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제목의 기사들이 너무 많이 났다. 장애 아동 관련 보도를 하면서 혐오를 조장한 9개 매체는 경고·주의 처분을 받았다”고 지적했고, 이후 2월 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비난 여론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며 “고 이선균 씨 사망 소식을 듣고 그분이 나랑 (유서에) 똑같은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추도하는 기도도 혼자 했었다”고도 토로했다.

하지만 일부 발언들을 놓고는 네티즌 사이에서 적지 않은 반발이 불거졌다. 아들의 신체 노출에 대해 ‘보여주려 한 게 아닌데 여학생이 본 것’이라고 발언하거나 고 이선균 씨를 언급한 것은 여론 몰이라는 비판이었다. 특히 주 씨가 언급한 해당 내용은 고인의 소속사 측에서 잘못된 내용이라고 지적해 정정을 요청하기도 한 부분이기도 했는데, 이에 경향신문은 인터뷰 기사 중 고 이선균 씨를 언급한 내용을 추후 삭제하기도 했다.

항소한 특수교사, “(주 씨 측) 사실 아닌 내용들 발언” 

판결 이후 유죄 판단에 반발했던 특수교사 측 변호사. “몰래 녹음한 내용을 유죄 증거로 인정하면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선고 5일 뒤인 지난 2월 6일, 특수교사 측은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특수교사 윤 아무개 씨는 “(1심 유죄 판단으로) 전 특수교사에서 순식간에 아동 학대 피고인이 됐다”며 “재판부의 판단이 아쉽다”고 전했다.

윤 씨는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주호민 씨 부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저희(특수교사)는 수시로 부모들의 연락을 받고, 또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면서 “어머니(주호민 씨 아내)도 1~2주에 한 번씩은 꼭 전화가 왔고 아이가 생활하는 부분에 대해 1시간 넘게 통화한 적도 있다. 어머니하고 관계가 나쁘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하거나 의심한 적 없다”고 말했다. 또 소장이 접수되기 이틀 전에도 주 씨가 상담을 요구했고, 이에 2022년 9월 19일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주 씨가 20일 소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금전적인 보상 요구 역시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주 씨에게 했던 것으로 이를 알고 난 뒤 “보상 요구는 빼달라”고 했고, 해당 변호사 역시 해촉했다는 윤 씨.

윤 씨는 “관계가 나쁘다고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어머니께서 저한테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에) 미리 한 번이라도 말씀을 해주셨다면 그동안 쌓인 신뢰를 볼 때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죽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윤 씨는 “직위 해제된 이후 집에 있는데 나뭇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 나뭇잎처럼 떨어져 내리면 이 일이 끝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주호민 씨가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번개탄, 유서를 쓰고 아내와 상의했다’는 등 자극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주호민 씨가 라이브 방송 도중 한 발언들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 당시 주호민 씨는 특수교사가 “아침부터 쥐새끼 두 마리가 와서”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윤 씨는 “사실 왜곡이고 저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라면서 “검사 측도 (쥐새끼 등의 용어를 사용했다고) 공소장을 변경하지 못했는데 주 씨는 재판이 끝난 후 아동에게 ‘쥐새끼’라는 표현을 했다고 허위 사실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또 금전 배상을 승전국, 패전국에 비유한 것에 대해 “개인 방송을 통해 마치 제가 항복을 요구하듯 금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을 과장, 확대해 왜곡한 것”이라며 “협상 내용을 상대가 답변하기도 전에 철회한 것을 두고 그것을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주호민 판결’이 미칠 영향, 교육계가 뿔났다! 2심 판단은? 

특수교사 윤 씨는 “억울하다”며 항소하고, 검찰도 “양형이 가볍다, 집행유예형을 선고해달라”고 항소하면서 2심 판단이 불가피한 상황.

1심에서도 수많은 선처 의견서를 법정에 제출했던 교사들은 또다시 들고 일어섰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지난 2월 3일 “동의 없이 녹음된 파일의 예외적 증거능력을 인정해 교실 내 불신과 다툼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1심 판단을 비판했고, 전국특수교사노조 역시 지난 2월 2일 “장애 아동을 정상성에서 배제하고 별개의 특별한 집단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파장을 불러온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이번 판결은 불법 몰래 녹음을 인정해 학교 현장을 사제간 공감과 신뢰의 공간이 아닌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정서적 학대를 판단하는 법원의 기준은 무엇이며, 2심 판단은 어떻게 될까? 다만 이번 사건처럼 신체적 학대 없이 정서적 학대만으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2심 판단은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판사들은 입을 모아 정서적 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은 ‘고의성’이라고 본다고 말한다.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 교사와 아동의 관계, 교사의 구체적 행동의 문제성, 아동의 연령·성별·성향, 행위의 장소·시기·반복성, 그런 행동이 나오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더라도 상황이 훈육으로 볼 수 있고 아이를 괴롭히려는 고의성이 없다고 본다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호민 씨 아들 사건은 유죄와 무죄의 경계선에 있는 사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신체 접촉이 있는 경우 거의 대부분 유죄가 나오지만, 욕설이나 비하의 발언이 담긴 말이 아닌 경우로만 무죄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1심 재판부도 ‘미필적고의’라고 보지 않았냐, 고의성을 약하게 봤고 발언 한 가지를 문제 삼았기 때문에 발언 자체를 놓고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은 교사가 감정적으로 흥분해 저지른 언행에 대해 전후 맥락을 살펴 무죄 판단을 내린 경우도 있었다. 2018년 청주지방법원은 떼쓰는 아동의 공책과 졸업 앨범을 던져 정서적 학대 혐의로 기소된 보육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보육교사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면서도 “아동이 온몸으로 달려들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위 등을 반복했고, 해당 교사가 8분간 타이르고 훈계하며 실랑이를 벌이며 상당히 지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육계 일각에서 문제 삼고 있는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을 놓고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은 녹음 당사자가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아닐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판례를 내놓은 상황. 하지만 법원은 유아에 대해서는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 대구지방법원은 2019년 생후 10개월 된 아이의 돌보미가 욕설을 한 사건에서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생후 10개월 아이는 언어 능력이 온전히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애초 ‘타인 간의 대화’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경우 주 씨의 아들이 9살이지만 장애 아동이라는 점이다. 방어권이 제한된 탓에 이를 인정해줘야 하느냐는 것이 관건인데 2심과 대법원이 이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주호민 씨 아들 사건은 발언 자체의 유무죄를 따지기도 전에 무죄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교육계에서는 “몰래 녹음을 허용하면 선생과 학생 간 신뢰가 흔들리고 결국 교권까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결국 아동 학대 몰래 녹음에 대한 논란은 주호민 씨 아들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제3자가 녹음한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을 위반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건처럼 장애 아동이라서 스스로의 방어권이 제한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법적 논의가 필요하고, 교육계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기에 2심뿐 아니라 대법원까지 가야 온전한 판단이 나오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CREDIT INFO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주호민 인스타그램
2024년 03월호
2024년 03월호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주호민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