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에 똑단발 헤어를 트레이드마크로 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타일리스트 서수경. 배우, 뮤지션, 아티스트들에게 상황에 맞는 의상은 물론 이미지까지 컨설팅하는 것이 스타일링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일할 때 가장 행복하고, 즐겁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본투비 스타일리스트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옷 리폼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가위질, 바느질하며 제 마음대로 옷을 만들어 입으면서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학에 가서도 의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졸업 전 교수님 추천으로 한혜연 스타일리스트 선배님의 어시스턴트를 하게 됐고, 5년 후 독립해 제 이름을 걸고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선배님 팀에서 일할 때는 불가능한 게 없었어요. 하지만 막 일을 시작한 스타일리스트 서수경은 아무래도 대우가 달랐죠. 들어오는 일은 가리지 않았기 때문에 일이 많았지만 남는 게 없을 정도로 번 돈을 몽땅 스타일링에 필요한 옷과 물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어요. 그래도 촬영 현장에 나가 모델들에게 옷을 입히는 그 순간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수식이 가장 잘 어울리지만 방송, 교수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힘들진 않나요?
잠을 적게 자는 편이에요. 혹시 건강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걱정되기도 하는데, 일명 ‘쇼트슬리퍼’라고 권장 수면 시간을 지키지 않고 짧게 자고 일어나도 건강에 문제가 없는 유형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유기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쁘게 지내는 게 가능한 것 같아요. 쏟아지는 일 속에서 한 가지씩 일을 정리하고 해치워나가는 게 즐겁거든요.
오랜 시간 스타일리스트로서 여러 배우와 아이돌의 스타일링을 맡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소녀시대에 관한 추억이 많이 생각나요. ‘I Got a Boy’로 활동했을 당시 팀과 개인 스타일링을 모두 담당하게 됐어요. 무대의상은 물론 드라마, 예능 등 개인 스케줄까지 도맡다 보니 1초도 앉을 시간이 없을 만큼 바빴죠. 새벽 4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앉아 의상을 만들고 있는데,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소녀시대의 ‘힘 내!’라는 곡이 흘러나왔어요. 그 순간 피로가 모두 가시면서 엔도르핀이 돌기 시작했죠. 또 한 번은 의상을 구하러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간 적이 있어요. 쇼핑백을 산더미처럼 들고 퉁퉁 부은 다리로 우연히 레코드 숍에 들어갔고, 소녀시대의 ‘Mr. Taxi’가 들리는 데 마음이 벅차올랐죠. 힘든 와중에 느닷없이 일어난 마법 같은 순간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싶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스타 스타일리스트죠.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해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컬렉션 북, 외국 매거진, 패턴, 원단 등 패션에 도움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잠도 안 자고 틈나는 대로 펼쳐보면서 외우고, 머릿속에 집어넣었습니다. 자료가 어느 정도 쌓이자 스타일링법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완전히 노력파이고, 제가 공부한 모든 것이 제게 영감을 준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트레이드마크인 금발의 단발 헤어와 함께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죠. 자신의 스타일을 정의한다면?
그날그날 스케줄에 따라 옷을 스타일링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예능이나 홈쇼핑 등 방송이 있는 날은 화려하게, 미팅이 있는 날은 재킷이나 셋업 슈트 등으로 클래식하게 입고, 스타일리스트로서 촬영이 있는 날은 편한 룩을 선택하죠. 제가 굉장히 계획적인 성향을 지녔는데, 그게 그날의 룩을 선택할 때 드러나는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알렉산더 왕,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 사카이를 좋아해요. 특히 알렉산더 왕은 그가 디자인한 거의 모든 티셔츠를 가지고 있을 만큼 애정이 가는 디자이너입니다. 또 국내 브랜드 블러썸에이치컴퍼니 옷을 교복처럼 입을 만큼 좋아합니다. 다양한 색을 보여주기보다는 디자이너가 가진 아이덴티티 또는 한결같고 유구한 정신을 꾸준히 일궈나가는 브랜드에 더 눈길이 가는 것 같아요.
옷을 잘 입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양한 옷을 지속적으로 많이 입어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디자인, 컬러, 패턴 등을 찾아가는 게 옷을 잘 입는 방법 같아요. 저 역시 너무 예뻐서 샀는데 정작 손이 안 가거나, 두 벌 사놓지 않은 걸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요. 다시 말해 직접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다른 방법은 옷 잘 입는 연예인이나 모델, 셀러브리티 등을 정해두고 그들을 따라 스타일링하는 것입니다. 자신과 체형이나 분위기가 비슷하다면 더 좋겠죠?
3월을 맞아 꼭 준비해야 할 패션 아이템을 하나만 추천해준다면요?
비단 3월이 아니어도 사계절 유용하게 입을 수 있는 아이템, 시스루 톱입니다. 시스루라고 하면 많은 분이 입기를 꺼리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일례로 마린 세르의 톱을 하나 장만해두면, 슬리브리스 톱이나 드레스, 셋업 슈트, 베스트와도 쉽게 레이어드할 수 있죠. 아름다운 여성미를 한껏 살려주는 활용도 높은 아이템이니 꼭 한번 마련해보세요.
스타일리스트라는 일을 하며 가장 행복했거나 기억에 남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매 순간 행복해요. 제가 준비한 의상을 누군가가 입어서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가고,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매거진에 실리는 등 결과물이 바로바로 나오는 직업인 만큼 매 순간 도파민을 충전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 직업이 천직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하는 일 외에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많아요. 코즈메틱 브랜드와의 협업 그리고 스타일리스트로서 일할 수 있는 영역을 좀 더 확장하고자 일본으로 시장을 넓혀 여러 가지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것들을 잘 해내고 싶어요.
<우먼센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부탁드립니다.
무엇이든 시작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힘든 시기를 지나오면서 슬픔과 무기력에 빠진 분이 많은데,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하는 것은 더 겁먹게 만듭니다. 몸을 움직이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더 멀리 훨훨 나아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