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이 말은 100%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비만은 수많은 질병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비만 자체가 이미 질병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은 질병이다”라고 강조하며 각 나라에 적극 대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비만은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상태를 말한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다. 체질량지수 25~30인 비만의 경우 당뇨병, 고혈압 발생 위험이 각각 6.5배, 2.8배 증가한다. 체질량지수가 35를 넘는 초고도비만은 고혈압 발생 위험을 9.1배 높이고, 당뇨병 발생 위험을 43.4배나 높인다.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이 대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전립선암, 신장암, 유방암, 간암, 담낭암 등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비만 상태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37.2%가 비만이다. 남성은 거의 절반인 47.7%가 비만이다. 특히 40대 남성의 비만율은 57.7%에 이른다.
여성 비만율은 25% 수준이지만 40대 27.2%, 50대 31.6%, 60대 40.3%로 중년 이후에 급증한다. 폐경으로 인해 여성호르몬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비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마주 앉았다. 강재헌 교수는 비만뿐만 아니라 예방의학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명의다. 강 교수는 올해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에 부임해 비만 퇴치와 주치의 제도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비만, 알아야 이긴다
여성 비만 증가 더디지만 폐경 이후 급증
비만은 무엇이며 왜 발생하나요?
비만은 신체 내 지방세포가 비대해진 상태예요. 지방세포는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면서 에너지 조절을 하지만 섭취하는 에너지양보다 소비하는 에너지양이 적으면 비만이 발생합니다. 보통은 체질량지수로 비만을 판단합니다.
의사들은 체질량지수 외에 체지방을 중요하게 보더군요.
키와 체중이 같아도 근육이 많은 사람과 체지방이 많은 사람은 건강과 비만 상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성 비만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까?
우리나라 전체 여성 비만율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어요. 그러나 젊은 여성은 더 날씬해지고 50~60대 이후 여성의 비만도가 급증하는 양극화를 보이고 있죠. 여성 비만은 폐경 전과 폐경 후가 크게 다른 점이 특징입니다.
폐경 전후가 어떻게 다른가요?
폐경 전에는 웬만큼 살이 쪄도 건강은 문제가 안 되는 반면, 폐경 후에는 살이 찌면 복부비만이 증가해 여러 가지 대사 질환이 증가합니다.
폐경 전에는 피하지방이, 폐경 후에는 내장지방이 많이 쌓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젊은 여성은 살이 찌면 여성호르몬 때문에 내장지방이 아니라 피하지방이 쌓입니다. 그러나 폐경이 되면 난소가 기능을 잃어가면서 여성호르몬이 거의 안 나오기 때문에 여성도 남성처럼 내장지방이 쌓여 복부비만으로 비만 형태가 바뀌죠.
여성호르몬이 어떤 방식으로 비만에 작용하나요?
여성호르몬은 지방 분포에 영향을 줍니다. 젊은 여성의 고민은 뱃살이 아니에요. 허벅지 살이 너무 많다, 가슴이 크다, 팔뚝이 너무 굵다, 엉덩이 살이 너무 많다는 거죠. 이런 게 다 피하지방 유형이에요. 젊은 남성은 살이 찌면 복부 지방이 쌓여 배가 나와요.
“똑같이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 있다”는 말은 사실인가요?
식단이 똑같아도 신체 활동량과 기초대사량에 따라 살이 더 찔 수 있어요. 차로 치면 배기량이 다른 거죠. 활동량이 많거나 근육이 많으면 에너지 소비가 그만큼 증가해요. 같은 차라도 연비가 좋은 차가 있고 나쁜 차가 있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마른 비만은 왜 생기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운동량이나 활동량이 적고 단백질 섭취량이 적은 사람에게 마른 비만이 잘 생깁니다. 마른 비만은 의학 용어는 아니고 언론에서 만든 말인데, 키와 체중으로 계산하는 체질량지수로 볼 때는 정상 체중이지만 체지방이 많은 경우죠. 근육이 적고 지방이 많은 비만은 체중이 적게 나갑니다.
비만은 ‘질병’이다
이소성 ‘나쁜 지방’이 대사 질환을 가져와
비만으로 인한 질환이 매우 다양하죠?
비만으로 대사이상이 오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만성질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지방간이 발생하고 동맥경화를 거쳐 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죠. 과체중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을 일으키고, 최근에는 일부 암 발생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또 정신적으로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따돌림을 당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지방’이 따로 있죠?
체지방이 피하지방의 형태로 존재할 때는 질병이 일어나지 않아요. 지방은 피하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이 맞는데, 다른 곳에 생기는 지방을 ‘이소성(異所性) 지방’이라고 합니다. 내장지방, 지방간은 이소성 지방으로 질병을 일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