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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마세요

한국이 ‘임플란트 천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광수 예방치과 전문의는 상업화되고 과잉 진료가 만연한 치과계의 현실을 개탄했다.

On February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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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국민은 1년에 한 번 건강보험으로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어요. 
 치과에선 스케일링 뒤 올바른 잇솔질 방법을 설명할 의무가 있고, 
 환자는 가르쳐달라고 할 권리가 있습니다. 
 잇솔질을 잘하면 임플란트도 필요 없습니다.” 

치과 병원을 차려 치과 의사로 20년, 대학 강단에서 예방치과학 교수로 17년을 지낸 김광수 예방치과 전문의는 2022년부터 충청 지역 건강검진 기관 소속으로 치과 검진에 나섰다가 과잉 진료의 현실을 실감했다. 직접 검진했을 때 충치가 1~2개 있는 환자로부터 “치과에서 충치가 5~6개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고, 젊은 사람들의 치아에 아말감으로 때운 충치는 없고 금 인레이 충전만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또 치료 중인 치아 대신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뽑힌 치아를 본 그는 환자의 치아를 아껴야 하는 임플란트를 권고하는 현실에 쓴소리를 하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치과계가 과잉 진료와 상업화로 손가락질을 당하고 의심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가 다른 치과 의사들에게 따돌림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서출판 말)를 통해 치과계의 영업 비밀을 폭로한 이유다.


이른바 내부 고발을 했습니다. 동기가 무엇인가요?
충북 청주의 대기업 공장 건강검진에서 젊은 노동자들의 구강검진을 하면서 결심했습니다. 현장에서 느껴보니 생각보다 국민의 구강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알았죠. 국민건강보험에서 치과 치료를 해주는데도 방치된 현실에 놀랐습니다. 젊은 노동자들이 하나같이 아말감 대신 금 인레이를 한 것을 보면서 치과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싼 충전재를 강권한다는 의심이 들었고, 치료 중인 치아는 없고 빠진 치아가 많은 것에 개원 의사가 자연치를 살리려 하지 않고 쉽게 뽑는다는 심증이 굳어졌죠. 치과가 왜 이렇게 상업적 과잉 진료를 하는 구조가 됐을까요? 예방치과 의사로서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인지 말씀하신 것처럼 치과 문턱이 높습니다.
치과 치료는 대부분 한 번의 진료로 끝나지 않아요. 한번 시작하면 여러 번 가야 하니까 회사 업무가 바빠 시간을 내기 어렵거나 게으름 때문에 치료를 꺼리게 되죠. 또 다른 원인은 치과에 가면 큰돈이 든다는 인식이에요. 충치가 생겼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는 충치 부위를 제거하고 충전하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저렴한 충전 재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아말감입니다. 그런데 최근엔 아말감 대신 건강보험 혜택이 없는 금 인레이만 있어요. 사실 치아와 치아가 맞닿은 부분에 충치가 생긴 경우엔 금 인레이가 필요하지만 웬만한 치료는 아말감으로 가능하거든요. 치아 하나에 몇만원이면 되는데 수십만원을 들이는 거죠. 보통 한번 치료할 때 3~4개씩 하니까 치료비가 어마어마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치과 수입 때문이죠. 치과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설이나 홍보에 들이는 비용이 늘어났어요. 예전엔 수입의 60~70%가 순수익이었다면 요즘엔 40% 정도밖에 안 돼요.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치료가 필요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비싼 재료를 사용한다거나 치료를 안 해도 될 치아를 치료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임플란트 시술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죠. 상당수 개원의가 임플란트 시술을 배우기 위해 주말에 관련 세미나를 다니고 수천만원을 들여 해외 연수도 다녀옵니다. 임플란트 전문 병원이 있고, 치과 한 곳에 임플란트 전문의만 5명이 있는 곳도 있어요. 창피한 이야기지만 치과 의사들이 반성해야 합니다. 이제 사람들도 치과에서 과잉 진료를 한다는 사실을 알거든요. 치과를 여러 군데 가보면 진단이 다 다르고 비용도 제각각입니다.

민간 의료제도의 상업성 짙은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공공의료제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하시는데요.
전교 1등인 수재들이 의·치대로 몰리는 건 높은 수익과 사회적 지위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치과는 양심을 속이고 과잉 진료를 해야 유지되는 시대가 됐어요. 수재들이 과학자도 되고 경제학자도 돼야 합니다. 치과대학이 모두 전교 1등으로 채워질 필요가 없거든요. 또 의사 수를 늘려야 합니다. 의사가 많아지면 과당경쟁 때문에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과잉 진료가 늘어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요.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게 당연하고 이를 위해 과잉 진료가 정당화돼도 되나요? 직종의 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아도 되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해 공공의료제도를 강화하면 과잉 진료를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사관학교나 교육대가 전문 군인과 교사를 양성하듯 공공병원을 전담할 의료 인력 전문 양성기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환자 입장에서 어떤 치과 병원이 좋은지 알기 어렵습니다.
현재의 상황에선 2~3군데 병원을 다니며 판단해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죠. 임플란트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가고 있어요. 임플란트 값이 49만원이라고 홍보해놓고 막상 치료할 땐 추가 치료를 넣어 치료 비용을 높이죠. 치료를 안 해도 되는 치아까지 뽑으면서 환자와 의사가 모두 고생해요. 그보단 적정 수가를 받고 필요한 치료를 하는 게 서로가 윈윈하는 것 아닐까요? 국민의 치아와 주머니를 보호할 수 있고, 치과 의사가 불신받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거예요.

임플란트의 적정 수가는 얼마인가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120만원이요. 임플란트 전문의라면 치아 하나당 250만~300만원 받고, 일반 개업의는 개당 150만원 정도 받으면 자존심 있게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임플란트는 10년쯤 지나 수명이 다하면 치조골이 녹아 없어져 다시 임플란트를 하기 어려워요. 그마저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래 버티지 못해요. 그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시술입니다. 너무 저렴한 시술 가격은 의사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깎는 것입니다. 자존심이 있는 의사에게 치료받는 것이 내 몸을 보호하는 일이에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꼭 필요한 치아에만 임플란트 시술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임플란트 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궁금합니다.
판단은 의사가 하는 것이지만 환자가 치아가 없어 불편하면 해야 합니다. 임플란트의 직경이 최대 5mm인데, 치아를 잃은 지 오래돼 치아 간격이 좁아진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엔 굳이 필요가 없어요. 무리하게 브리지(상한 치아를 뽑고, 해당 치아의 양옆에 있는 치아를 갈아낸 뒤 지지대를 삼아 필요한 만큼 크라운을 제작해 부착하는 시술. 일종의 소형 틀니)를 할 필요도 없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브리지를 하려고 양쪽 치아를 깎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큽니다. 또 맨 끝 치아는 빠지면 잇몸이 죽어 치아가 들어갈 공간이 없어지기도 해요. 이 경우에도 굳이 치아를 심을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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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교수는…
예방치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20년간 개인 병원을 운영한 뒤 한양여자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2022년 3월부터 충청도 지역에서 건강검진 의사로 일했다. 저서로 <신자유주의와 상생의 불교경제학> <붓다의 경제 코칭>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

 “치약 종류는 큰 차이가 없고, 칫솔은 칫솔모가 빳빳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전동 칫솔은 추천하지 않아요. 
 잇솔질의 주목적이 잇몸을 닦는 것인데 잇몸이 거의 닦이지 않거든요.” 

치아 건강의 핵심 ‘올바른 잇솔질’

치아는 통증을 느끼기 어려운 부위입니다. 치과는 언제 가야 할까요?
많은 사람이 충치로 치아가 30~40% 파괴돼도 모르다가 충치가 신경까지 파고들면 치과를 찾아갑니다. 치주염(잇몸에 염증이 생겨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증상)이 40~50% 진행될 때까지 치과에 가야 한다고 인식하지 못합니다.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입니다. 아프지 않다고 치과에 가지 않으면 치료가 늦어지고, 늦어질수록 더 고생합니다. 영구치를 80년 이상 써야 한다는 교육이 필요해요. 또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건강보험제도가 확립돼야 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치과 치료를 미루는 일이 줄어야 한다는 의미죠. 의사 입장에서는 치과에서도 치아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루틴으로 찍을 필요성을 느낍니다. 눈으로 치아는 볼 수 있지만 잇몸까진 보지 못해요.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보면 잇몸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으니 진료 수준이 높아지고 환자 교육 측면에서도 효과적입니다.

평생 쓰는 치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잇몸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잇몸병도 생활 습관병 중 하나인데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예방에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올바른 잇솔질, 스케일링, 치료가 필요하죠. 치과에서 올바른 잇솔질을 가르쳐줘야 하는데 진료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잇몸 관리하세요”라고 말하고 맙니다. 그럼 환자들은 관련 영양제를 사 먹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잇솔질이에요. 자는 동안 입안의 세균이 증식돼 잇몸 염증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기 전에 잇솔질로 입안의 세균을 최대한 제거해야 합니다. 잇솔질은 아침·점심·저녁 식후에 한 번씩, 잠자기 전에 한 번 하루 총 네 번 하는 것이 좋은데, 잠자기 전과 아침 식후에는 꼭 해야 합니다. 치간 칫솔과 치실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죠.

치약과 칫솔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한가요?
치약의 종류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칫솔은 칫솔모가 빳빳해야 합니다. 그래야 치아와 잇몸 표면에 있는 세균이 닦여나갈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전동 칫솔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잇솔질의 주목적이 잇몸을 닦는 것인데 전동 칫솔은 잇몸을 하나도 닦지 않거든요. 무엇보다 잇솔질을 잘해야 합니다. 스스로 인터넷도 검색해보고 동영상도 찾아보면서 연습해야 합니다.

올바른 잇솔질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손목으로 칫솔을 180도 돌려가며 치아의 뿌리부터 머리까지 한 방향으로 쓸어내려야 합니다. 치아와 잇몸의 안쪽, 바깥쪽, 씹는 면을 골고루 닦아야 해요.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적어도 6개월간 매일 자기 전에 연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올바른 잇솔질은 학교 공중보건사업으로 지정해 초등학교에서 집단으로 가르쳐야 해요.

초등학교 집단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초등학생 때 영구치가 나오는데 아이들은 단것을 많이 먹고 잇솔질을 제대로 안 하니까 치아가 빨리 썩거든요.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빨리 배우니 각 학교의 교장 선생님, 보건교사, 부모들이 각성해야 합니다. 초등학교가 교육부 소관이라 보건복지부에서 집단 잇솔질 교육을 요청하지 않아요. 교육부에서는 교육정책만 고민하지 건강까진 생각하지 않죠. 부모들이 학교에 잇솔질 교육을 건의하고, 학교에서는 도교육위원회에 건의해야 해요. 보건교사들은 보건소에 소속된 치위생사에게 올바른 방법을 배우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먼센스> 독자들에게 치아 건강을 위해 조언해주세요.
모든 국민은 1년에 한 번 건강보험으로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어요. 치과에선 스케일링 뒤 올바른 잇솔질 방법을 설명할 의무가 있고, 환자는 가르쳐달라고 할 권리가 있습니다. 잇솔질을 잘하면 임플란트도 필요 없습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지은(프리랜서)
사진
김동환
2024년 02월호
2024년 02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지은(프리랜서)
사진
김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