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대·김앤장 변호사…
‘엄친아’와 결혼한 ‘엄친딸’, 첫 공개 행보
전통적 내조 이미지 벗어난 커리어 우먼
새해 들어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그는 법무부 장관을 맡아 화려한 스펙과 뛰어난 언변을 내세우며 여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잠룡)로 분류됐는데 지난해 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결국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됐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권에 입성하면서 그의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정치인의 배우자는 종종 화제의 중심에 섰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진은정 변호사는 역대 정치인들의 아내와는 다른 차원의 학력과 경력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뛰어난 미모를 지닌 진 변호사는 한 위원장과 서울대 법대 캠퍼스 커플이었고, 뉴욕주 변호사이자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현직 변호사다. 한 위원장과 진 변호사 부부는 말 그대로 ‘엄친아’와 ‘엄친딸’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선전한다면 한 위원장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가 될 수 있다. 차기 영부인이 될 수도 있는 진 변호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진은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대형 로펌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며, 뛰어난 외모로도 유명했다.
현대고등학교, 서울대 법대 선후배 관계인
남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는
캠퍼스 커플로 맺어져 결혼까지 이어졌다.
한동훈과 만남부터 결혼까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73년생, 진은정 변호사는 1975년생으로 현대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한 위원장은 서울법대 92학번이고 진 변호사는 93학번. 부부가 나란히 강남 8학군에서 서울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셈.
양쪽 집안 모두 비교적 넉넉한 편이었다. 한 위원장의 아버지 한명수 씨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로 유명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의 한국 법인인 AMK 청주공장 대표를 지냈다. 진 변호사의 아버지 진형구 씨는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이었다. 부부는 고등학교 당시 안면은 없었고 진 변호사가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이후 같이 어울리면서 커플이 됐다고 전해진다. 진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입학 당시부터 뛰어난 외모로 ‘법대 퀸카’로 유명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대학 4학년 때인 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공군 법무관을 거쳐 2001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진 변호사는 대학 졸업 이후 KPMG, 언스트 앤드 영(Ernst & Young) 등 굴지의 회계 법인에서 근무했다.
한 위원장과 진 변호사는 2002년 결혼했다. 결혼식 주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은사로도 알려진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서울대 법대 교수와 학장을 맡았던 송상현 교수로서는 윤 대통령, 한 위원장, 진 변호사 모두 서울대 법대 제자다.
2005년 한 위원장·진 변호사 부부는 함께 단기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LLM: Master of Laws)를 이수하고 방문연구원으로 지내면서 부부가 모두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이 시기에 첫딸도 얻었으니 겹경사.
부부는 2006년 귀국했다. 한 위원장은 검사로 복귀했고, 진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에 취직했다. 진 변호사는 2009년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이직했다. 김앤장 홈페이지에 따르면 진 변호사는 인사·노무, 제약·의료 기기·식품·화장품, 환경 관련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2023년 공직자 재산 신고에 따르면 한 위원장과 진 변호사가 보유한 재산은 43억 8,509만원이다. 한 위원장과 진 변호사는 공동 명의로 25억원이 넘는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현재 서울 강남구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타워팰리스에서 보증금 16억 8,000만원에 전세를 살고 있다. 이 밖에 한 위원장은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경기 부천시 소재 12억 2,255만원의 상가 건물과 서울 서초구 소재 3억 1,000만원의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다.
차량은 한 위원장이 2013년식 기아 K9, 진 변호사가 2011년식 벤츠 E300을 보유하고 있다. 예금은 한 위원장이 1억 5,077만원, 진 변호사가 2억 2,274만원을 신고했다.
자녀는 1남 1녀를 뒀다. 딸은 채드윅송도국제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명문대인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재학 중이다. 어머니 진 변호사를 닮은 상당한 미모가 누리꾼 사이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진은정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대한적십자사 봉사 활동을 통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진 변호사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자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식에 등장한
김건희 여사가 화제몰이를 한 것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부인급’ 스포트라이트, 심상치 않네
진은정 변호사의 모습이 대중에게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해 11월 대한적십자사에서 열린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였다. 한동훈 위원장이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것을 감안하면 무려 1년 반이 돼서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셈.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연말 주한 외교 대사 부인들과 국무위원 및 차관, 금융기관장, 공공기관장 부인 등을 초청해 취약 계층 어르신들에게 전할 방한용품과 생필품 등이 담긴 선물을 제작하는 행사를 연다. 진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 부인 자격으로 참여했고, 당시 행사에는 진 변호사 외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부인을 포함해 장차관 부인, 금융기관장·공공기관장 부인, 15개국 주한 외교대사 부인 등 70여 명이 함께했다.
하지만 진 변호사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진 변호사가 참치 캔, 목 캔디, 방한용품, 생활용품으로 이뤄진 선물 꾸러미를 만들거나 빈 상자를 옮기는 모습 등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중 역시 다른 공직자 부인들이 나온 사진보다 진 변호사에게 유독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를 놓고 당시 정치권에서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계 진출을 예고한 사전 작업이라는 민감한 반응이 쏟아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YTN에 출연해 “국무위원 배우자들이 봉사 활동 하는 건 늘 있던 일이라 하더라도 왜 모든 언론이 주목해서 진 변호사의 사진을 찍어서 냈을까”라며 “사진을 보면 진 변호사도 어느 정도 공적인 활동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를 봐라. 얼마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나”라며 “기자와 언론은 그런 후각이 발달했기에 한동훈 장관 부인 보도를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이에 당시 한 장관 측은 “언론과 접촉하거나 사진을 제공한 적 없고 언론에서 자발적으로 보도한 것일 뿐”이라며 “이전 월례 봉사에도 다른 국무위원 배우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참여해왔다”고 의미를 일축했다. 이러한 논란들은 진 변호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 진 변호사에 대한 언론 보도에 유독 민감했던 배경에는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될 당시의 기시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최고 화제의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도, 윤석열 검찰총장도 아닌 김건희 여사였다. 검찰총장 배우자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했던 김 여사는 꽃다발을 받았는데 누리꾼들의 엄청난 관심에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결혼 스토리는 화제가 됐고 윤 대통령이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부터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진 변호사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대중 사이에서 화제가 될수록 ‘정치인’ 한동훈의 자산이 될 수 있기에 야권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던 셈이다.
선망과 질투의 방정식 해결할까
한동훈 위원장과 진은정 변호사는 지금까지 있어왔던 다른 정치인 부부들과는 결이 다소 다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정치인 아내는 전통적으로 내조의 이미지를 강조해야 했다. 정치인이 잘나가는 아내를 두면 오히려 내조의 이미지를 얻지 못해 마이너스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의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여성의 능력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과 달라졌고,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진 변호사가 뛰어난 학벌을 가진 전문직 여성으로 화제를 모을수록 이미지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물론 여전히 우려도 있다. 선망과 질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한 위원장·진 변호사 부부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는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부부의 학력과 재산, 집안 등이 일반인들과 괴리된 이미지로 보이면 호감보다는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이러한 대중의 열등감을 이용해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일이 수없이 존재했으며, 실제로 적지 않은 효과를 냈던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가 연회비 1억원짜리 피부과에 다닌다”는 보도는 허위였지만 당시 선거 표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 위원장이 향후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확고히 한다면 진 변호사에 대한 야권의 집중 공세가 펼쳐질 수 있는 셈. 정치인의 아내는 여러모로 힘든 자리다.
예를 들어 한 위원장·진 변호사 부부의 딸이 다닌 채드윅송도국제학교의 연간 학비가 4,000만원대라는 사실로 향후 한 위원장과 진 변호사가 ‘부유층’이라는 이미지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극렬한 야권 지지자들은 한 위원장 딸의 입시 비리가 의심된다며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입학을 취소해달라는 민원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MIT의 조사 결과 입학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 내고 입학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지만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진 변호사의 아버지와 남동생은 과거부터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진 변호사의 아버지 진형구 전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은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시는 과정에서 검찰이 한국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했다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결국 구속됐다. 이른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이다. 진 변호사의 남동생 역시 검사로 재직하던 2015년 당시 회식 자리에서 후배 여검사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