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백년 여행기>
긴 겨울방학 동안 아이와 함께한다면 어른만의 시간도 필요한 법. 아이가 학원에 간 시간처럼 일상에의 잠깐의 짬을 낼 수 있다면 사고의 폭을 넓혀줄 이 전시를 추천한다.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며 퍼포먼스와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질문을 던지는 정연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천을 떠나 100여 년 전 멕시코로 건너간 한인 디아스포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에서는 총 5점의 대형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데, 멕시코에서 태평양을 건너와 제주도에 뿌리내렸다고 알려진 백년초 설화와 멕시코에 뿌리내린 한인 이주민 서사가 연결돼 이주와 이민, 우리 밖의 다양성 등에 대해 여러 갈래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열린 공간인 서울박스에서는 초지향성 스피커를 이용한 작품 ‘상상곡’과 함께 천장에 큼지막하게 설치된 열대식물 모양 아래를 거닐면서 여러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통곡의 벽에서 영감을 얻은 높이 12m의 작품 ‘날의 벽’은 그 거대한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작품의 수는 많지 않지만, 한 점 한 점이 보여주는 존재감과 울림의 폭은 넓고도 깊다.
기간 ~2월 25일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관람료 성인 2천원
한 줄 평 역시, 믿고 보는 MMCA 현대차 시리즈!
<요시다 유니: Alchemy>
일상에서의 영감(inspiration)에 목말라 있었다면 이 전시가 답이다. ‘연금술사’라는 전시명처럼 이 전시에서는 평범한 소재를 특별한 감각으로 다뤄내는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의 작업 결과물과 그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늘 봐오던 사과, 바나나, 오렌지 같은 과일들이 서로 완벽한 교집합을 이루거나 모자이크로 서로 섞이며 ‘대체 어떻게 작업했을까’ 싶은 궁금증을 절로 자아낸다.
모두가 좀 더 빠르고, 좀 더 쉽게 작업하는 현대사회에서 지독하리만치 완벽함을 추구하는 작가의 작업 결과물은 사진과 영상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함이 전해진다. 소재를 이용하는 방식과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독특한 시선을 통해 전시를 관람하는 마지막까지 유쾌한 긴장감이 유지되는데, 하나하나 꼼꼼히 보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전시장을 찾는 것이 좋겠다.
기간 ~2월 25일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11길 4-1 석파정 서울미술관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5천원, 미취학 아동 1만3천원/CJ ONE 회원 10~15% 할인
한 줄 평 한 땀 한 땀 사람의 손끝에서 나온 결과물은 그 무엇보다 경이롭다.
큐레이터 이혜민(@comme_haemin)
독립 전시 기획자이자 큐레이터. 크고 작은 어떠한 전시라도 이를 준비하기 위해 쏟는 무수한 노력과 어려움을 잘 안다. 규모와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콘텐츠가 풍부하고 유익한 다양한 전시를 소개하기 위해 오늘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