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시작과 함께 먼저 밝히자면, 이곳에 머물며 진심으로 이 섬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시아르가오는 발리와 더불어 세계적인 서핑 대회가 열리는 세계 3대 서핑지 중 하나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아직 직항 노선이 없어 마닐라공항을 경유해야만 올 수 있다. 그래서인지 4박 5일 내내 아시아 사람보다 서양인만 잔뜩 보고 왔을 정도다. 여행을 위해서는 숙박이 중요한 법. 시아르가오의 메인스트리트 제네럴루나는 오두막을 개조한 건축물들이 블록마다 이어져 있어 이 섬만의 독특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코지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도로 전체에 고루 흩어져 있는 가판대를 보면 어느 나라 음식을 파는지, 어떤 종류가 인기인지 쉽게 알 수 있어 현지인이나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크고 작은 상점, 카페, 레스토랑이 골고루 모여 있어 이쪽으로 숙소를 잡으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DAY 2
일단 이곳에 온 관광객은 스쿠터 대여(하루 300페소)부터 시작한다(툭툭이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 사람당 25페소). 낮의 일상은 뜨거운 태양 아래 조용하지만 생기가 가득하다. 혹시 사고가 날까 봐, 길을 잃을까 봐 걱정했는데 막상 스쿠터를 대여해 타보니 잘 닦인 단순한 길이 대부분이라 걱정이 무색할 정도였다. 역시 뭐든 시작 전이 제일 불안하다는 결론.
시아르가오의 아침은 빨리 온다. 특별히 아침을 푸짐하게 먹어야 하는 성향의 필자 같은 사람은 이런 분주함이 신난다. 오전 6시부터 유럽 서퍼들에게 사랑받는 한 잔의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면 ‘스포티드 피그 카페(Spotted Pig Cafe)’를 추천한다. 수란을 얹은 버터 바른 에그베네딕트와 바로 내린 진하고 부드러운 커피, 바삭한 스콘의 향과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필자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친구가 모두 대만족한 카페.
이제 서핑을 하러 가보자. 가격은 1시간에 500페소. 초급 코스의 경우 필리핀 강사가 바다에 같이 들어가 혼자 일어설 만한 파도를 골라준다. 강사의 “Stand Up!” 소리가 들리면 잽싸게 일어나 파도에 몸을 실으면 된다. 시아르가오가 서핑의 성지가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좋은 파도가 시도 때도 없이 온다는 데 있다. 생애 처음 도전한 서핑임에도 1시간 동안 여덟 번의 파도를 탔을 정도. 파도를 기다리는 강습생들과 소박하게 아침 인사를 나누고 엄지척도 날려주며 성공을 함께 기뻐한다. 그 성취감과 힐링이 끝내준다. 점점 이 섬의 리듬과 분위기에 적응해간다.
서핑을 끝내고 간단히 샤워할 수 있는 곳이 따로 없는 탓에 다들 흐트러진 자유로운 모습으로 돌아다닌다. 그렇게 걷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넝마 같은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 외국에 왔구나’ 실감하게 된다. 시아르가오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이게 하는 방법을 찾은 것처럼 조용하지만 낭만적인 즐거움이 가득하다.
저녁에는 화덕 피자로 유명한 리조트 레스토랑 ‘커밋(Kermit Surf Resort and Restaurant Siargao)’에 갔다. 관광객들의 식습관이나 취향이 이 지역 특성으로 스며들어선지 이 집 피자도 이국적이고 풍미가 넘쳤다. 따뜻하고 푸짐한 피자는 그냥 간식으로 먹어도 되고,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그중에서도 시크릿 피자를 추천한다).